2010년 4월 5일 월요일

D+311~333. 100307~23. 변덕에서 비롯된 23일간 라오스 여행

3월 7일부터 3월 29일까지 23일간 라오스를 여행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의 여정, 그 변덕의 여행 백미는 라오스가 아닌가 싶다.

애초 계획은 치앙마이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목표였다. 방콕까지 어떻게 어떻게 가긴 했는데, 방콕 너무 더웠고, 배낭여행자의 천국 방콕 카오산 로드에서 배낭여행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솔직히 10개월 함께한 자전거 여행이 지치기도 했고. 해서 자전거를 방콕 친구네 집에 맡겨 두고 배낭을 마련해 아유타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아유타야에서 3일간 머물면서 다시 루트가 바뀌었다. 원래 아유타야에서 치앙마이로 가 태국 북부를 여행하고 치앙콩-훼이싸이를 통해 라오스로 가려고 했다. 중간에 동남아의 설 '송크란'이 끼어 있기도 했고, 태국 북부에서 일정을 다 써 버리면 나중에 라오스를 더 여행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아 일정의 여유가 있을 때 라오스를 여행하자 싶어 아유타야에서 농카이로 가는 밤기차를 탔다.

라오스 여정은
3월 7일 위앙짠
3월 8~13일 방비엥
3월 14~16일 루앙푸라방
3월 17일 농키아우
3월 18~22일 무앙응오이누아
3월 23일 다시 농키아우
3월 24일 우돔싸이
3월 25~28일 무앙씽
3월 29일 훼이싸이 이렇게다.
무앙씽을 갈 때 루앙남타를 거쳐서 가야 하지만, 잠을 자지는 않았다.

최악의 도시 위앙짠, 최고의 도시 무앙응오이누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머문 도시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끔찍한 도시는 위앙짠,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무앙응오이누아였다.

빈대 벼룩과 동침 위앙짠
라오스의 수도 위앙짠이 왜 가장 끔찍했을까? 대략 숙소를 돌아보니 80,000kip(7,000kip이 1,000원 정도)~90,000kip 정도했다. 태국 숙소가 대략 싼 곳은 150B(6,000원)에서 200B(8,000원) 정도였는데, 80,000~90,000kip은 11,500~13,000원 정도로 비싼 편이었다. 해서 싼 숙소를 찾아간다고 하루에 45,000kip 하는 숙소에서 잤는데, 30년 전에 본 빈대와 벼룩이 침대 베개와 테이블 밑 오래된 나무벽 사이에 버글버글했었다. 물론 첨 방을 보았을 때는 몰랐다. 안 보였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통이 침대에 누워 있는데, 베개맡으로 뭔가 납작한 벌레가 지나간다. 서둘지도 않고 천천히 유유자적 기어가는 것이다. 너무 끔찍해 죽일 생각도 못하고 그냥 쳐서 털어내고 말았다. 그때부터 간이 콩알만해지면서 침대에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래저래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 늦게 방에 들어와 침대 한 켠에 몸을 누이고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통이 바퀴벌레 약을 뿌리면서 비명을 지른다. 침대를 피한다고 테이블 밑에 가방을 놓아두었는데 가방 위로 빈대가 서슴없이 활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이 비명을 지르고 사람을 잡을 것처럼 바퀴벌레약을 온 방에 뿌리고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그러자 앞방에 머물던 네덜란드 남자 애니멀이라도 나왔냐고 묻는다. 인섹트 벌레라고 하자, 이 숙소가 가장 싼 숙소기 때문에 자기방에도 아주 많단다. 그리고 짐을 싸기 전에 약을 치고 가방을 묶어 벌레를 죽인 뒤에 짐을 싸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결국 그 뒤로 그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래층 리셉션으로 가서 소파 하나에 둘이 누워 새우잠을 청했다. 그 시간 새벽 1시 40분쯤. 그래도 그 소파가 우리를 구해주었다. 아침 6시 넘어까지 자다깨다 했지만 그런대로 잘 잔 편이다. 원래 2일을 있겠다고 돈을 냈는데, 아침이 되자마자 직원에게 벌레가 나와 그냥 방비엥으로 떠나겠다 울먹이며 이야기하고 돈을 받고 나왔다. 심장이 오글어들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그뒤로 숙소 비용을 80,000kip으로 조정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빈대 벼룩과 함께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자연을 닮은 무앙응오이누아 사람들
이상하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스페인 산티아고와 라오스 방비엥에서 한국 사람을 많이 만났다. 물론 요즘 들어 한국 사람들이 전 세계 안 가는 곳 없이 여행을 하고 있지만, 유독 산티아고와 방비엥에서 많이 만난 것을 보면 한국 여행의 트렌드가 산티아고와 라오스가 아닌가 싶다. 태국에서 만난 사람들도 베트남, 캄보디아는 빼고 라오스만 여행하고 나온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베트남을 여행한 사람들은 대부분 베트남 여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베트남과 라오스 바로 옆나라인데 어째 그리 사람들 습성이 다를꼬.

방비엥의 아이들


무앙응오이누아는 방비엥에서 만난 한 여사님이 꼭 가보라고 해서 가게 된 곳이다. 세계문화유산 도시 루앙프라방에서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농키아우라는 곳에 가서 다시 보트로 갈아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면 만나는 아주 그림 같은 마을이다. 사실 우리는 농키아우만 도착해서도 와우, 멋지다 감탄하면서 3일을 머물려고 했다. 그런데 농키아우 흙먼지 날리는 거리에서 'strida'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은 여인을 발견하고 그 여인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농키아우는 무앙응오이누아를 가기 위해 거쳐 가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경희의료원 보건노조 선전부장인 그녀는 '스트라이다'를 타고 자출을 한다고 했다. 5월달 발바리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 농키아우에도 몇 군데 방갈로 같은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무앙응오이누아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더 많단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럴까. 방비엥에 6일 동안 머물면서 거의 이틀 걸러 한국여행자들과의 술자리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왠지 마음에 맞을 것 같은 그 여인과 함께 며칠을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녀의 뒤를 따라 무앙응오이누아로 가기로 했다.

하마터면 좀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그녀와 함께 11시 배를 타고 무앙응오이누아로 갈 뻔했는데, 게으른 바람에 2시 배를 타고 무앙응오이누아로 향했다.

그 세 시간 차이가 천당과 지옥이라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줄은 몰랐다. 무앙응오이누아가 얼마나 클지 몰라 해질녘 선착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4시쯤 선착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오, 우리를 기다리고 있나보다 했더니 중간에 배가 난파-조난을 당해 구조를 기다리다 이제야 도착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도마뱀 천정에서 떨어지는 소리인지. 배가 난파를 당하다니. 그제서야 조금 짐작이 간다. 우리가 무앙응오이누아로 가던 중 반대편 농키아우로 가는 배에 탄 사람 중 11시 배를 탄 여행자도 있었다. 무앙쿠아로 간다고 했는데 무앙쿠아로 가는 배가 안 뜨는 건가...이상하다 생각했는데...그리고도 배 한 대에 두 사람이 타고 돌아가는 배도 있어 저들은 배 한대를 빌려 럭셔리 여행을 하고 돌아가는 건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조난을 당해 중간에 전의를 상실하고 농키아우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조난을 당한 그녀에게는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그 배를 타지 않은 것, 우리 배가 무사했던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조난당한 이유는 잘은 모르겠지만 16명 타는 배에 20명 정도가 탔고 그들의 무거운 배낭까지 해서 배 무게는 너무 나가고 건기라 강바닥은 깊지 않고 결국 배 바닥에 강바닥에 긁혀 배가 파손되고 물이 들어오고 배가 잠기고 그런 수순이었던 것 같다.그녀는 잽싸게 발밑에 있던 배낭을 매었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그 배낭이 물에 떠 20미터 정도 떠내려가다 구조가 되었다고 한다. 200만원이 넘는 소니 미니노트북하며, 카메라, 엠피쓰리, 로밍한 핸드폰 2개가 이미 작살난 뒤의 일이다.

만약 나에게 그런 상상하기도 싫은 엄청난 재앙이 일어났다면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지 않았을까. 기계가 아까운 게 아니라 1년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이 넷북에 들어 있는데. 하느님, 부처님, 알라~ 고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착하게 살게요. 그럼에도 그나마 이 정도가 다행이라며 초탈한 듯 허허 웃는다. 이번이 처음 해외 여행이라는데, 해외 여행을 라오스 2주로 잡고 여행 온 건데 거기서 조난을 당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그렇게 어마어마한 소식을 접하며 입성한 무앙응오이누아. 그 어떤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혹자는 중국 계림은 그보다 더 아름답다 말하지만 계림을 안 가본 나로서는 그 정도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흔히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하는, 여인의 젖가슴 같은 야트막한 산이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인 오 강,
물소가 강물에 멱을 감고 흑돼지가 모래톱에서 뛰어놀고 있는 오 강을 거슬러, 우리나라 5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무앙응오이누아.

무앙응오이누아 사람들은 아침이면 저녁에 던져두었던 그물을 건져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이도 닦고, 머리도 감고, 머리에 비누칠을 한 상태로 수영도 하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상추도 씻고, 오후 네다섯 가 되면 목욕탕 바구니를 들고와 목욕도 하고, 강에서 하루를 시작해서 강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곳에서 통은 무앙응오이사람들처럼 목욕도 하고 수영도 하고, 나는 그들처럼 빨래도 하면서 무릉도원 같은 시간을 보냈다.


여행 시작 후 좀처럼 카메라를 몸에서 떼어놓지 않던 나지만 워낙 겁이 많아 카메라를 밀봉해 배낭에 집어 넣고 사진 한장 찍지 않고 무앙응오이누아를 빠져나왔다. 그래도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 무앙응오이누아는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2010년 3월 31일 수요일

D+335 100331. 수요일. 라오스? 라오스!

0.
나무가 심상찮다.
블로그 쓰는 것이 너무 피곤하단다.
밀린 일기 써야 한다며 강박에 시달려서 그런지
나보고 라오스를 쓰란다.
그래서 쓴다.
우리 여행의 군주의 부탁이라
거절하기가 뭐하다.
그래서 나무의 세심한 여행기는 담에..
그녀가 다시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주삼
(위앙짠에서)

1.
자전거를 버렸다.
아니 자전거를 방콕에 모셔뒀다.
지난 10개월간 어설픈 우리에게 발이 되어
이곳저곳을
그것도 무거운 짐을 매달고 다녀준
우리의 애마들에게 잠깐 쉬라고 했다.
나무는 방콕 게스트 하우스에서 주운 배낭을
난 짝퉁가방 하나 사서 메고
여행 모드를 바꾸었다.
잔차여행에서 배낭여행으로..
잔차에서 버스와 기차로 때로는 발품으로
그래서
우리의 여행 경로는 또 바뀌었다.
이제 몇 번을 바꾸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게 대순가?

2.
어쨌튼,
방콕에서 곧바로 직진
잔차로 이동해서 치앙마이까지 가려했던 경로는
동쪽으로 45도 틀어 농카이로 향했다.
물론 태국의 옛 도읍지였던 아유타야에 잠깐 머물고
그리고
라오스의 수도 위앙짠을 거쳐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방비엥
500년 도읍지로서, 혹은 세계문화유산도시로 지정된 루앙프라방
오지로 소문난 무앙능오이 누아
그리고 사진가들이 셔터 누루기에 바쁘다던 무앙싱
그리고 메콩강을 두고 태국을 바라보는 훼이사이를 거쳐
태국 치앙콩을 거쳐 이곳 치앙라이에 다다랐다.

우리가 거쳐 간 곳을 간단한 기억으로 감상 키워드를 나열하면

위앙짠
최고의 숙박지 선택으로 얻은 3종셋트
벌레들의 천국, 소파에서 새우잠, 길거리 레이디보이의 껄떡거림

방비엥
깎아지른 카르스트 절벽을 끼고 도는 송 강의 카약킹,
관광의 물살에 떠밀려난 원주민

루앙푸라방
아침의 탁밧행렬,
요시기 전국을 불태우는 바람에 뿌연 하늘과 매퀘한 공기

루앙프라방에서

무앙능오이 누아
그야말로 멍 때리기 적합한 곳,
하루 4시간 전기 사용-지구 살리기의 선봉주자,
10일에 한 번 서는 시장- 거기서 데스크 탑을 가져와 라오 대중가요 보급,
우리 앞 타임에 출발한 배의 난파,

무앙싱
소수 민족 아카족 아주머니의 공세적 마케팅-이거 사줘! 안사주면, 애들 굶어죽어 따위류,
보통은 평상복, 물건 팔 때만 소수민족 유니폼,
잘못하면 뿅가기 좋은 곳,

무앙씽

대충 이런거다.


3.
나무는 아는 사람은 잘 알다시피 대단한 시장주의자다.
가는 곳마다
아주 시장을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혹은 최소 2번을 오가며
구석구석 뭐가 있는지 파악한 후
나에게 가이드 해주거나 전개도를 그리고
그사이 난 방콕에서 사람들 만나 문화교류를 통해 얻은
다큐와 영화를 하루 온종일 눈이 벌게지도록 보며 보낸다.

4.
라오스에 오니 한국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한때 공산국가로 있으면서 구걸이 금지되었다는 얘기에
여성 배낭여행객이 안전한 여행국가로 손에 꼽았던 곳이 라오스란다.
(풍월로 들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니면 소위 문명화된 국가라는 게
탄탄한 유기적 구조에 답답함으로 무장했기에
라오스에 오면
상대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에선지
어떤 이유이건 간에
한국 여성 여행자들이 많았다.
한 여성은 난파한 배에 몸을 실었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친구도 있었다.
우리와 같이 1년 동안 홀홀단신 네팔과 인도여행을 마치고 이곳
라오스로 여행 온 백팩커도 있었다.
방비엥에서


보통 배낭여행객들과의 만남은 이렇다.
각자가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에 웃고 공감하며
한국가면 꼭 만나자는 기약까지
그런 후 각자의 길을 떠난다.


5.
별도로 얘기해 본 적은 없지만
우리 부모세대가 오면 어떨까하는 질문도 던져보았다.
방비엥에서 만난 라오친구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어무이, 아부지가 들려주던 과거 1950년의 한국과 비슷하다.
때문에 시시껍절한 생각도 많이 했었드랬다.
라오스는 그래도 개발이 조금은 되어야 하지 않나?
밀려오는 공장이며 기업이며 하는 것들이 결국 라오스 전체를 망가뜨리면 어쩌나?
뭐가 진보며 퇴행인지...
우강 배선착장에서 머리감고 쌀 씯고 수영하고 물소가 목욕하고 있는 모습과 함께..

무앙능오이누아에서


6.
훼이사이에서 메콩강을 건너면 바로 태국
3월 29일 우리는 다시 태국에 돌아왔다.
이 얼마나 편안한 문명이기인가!!
전기 맘껏 쓸 수 있죠, 인터넷 빵빵 터지죠.
나무는 나에게 얘기한다.
배낭여행 초짜라고..
뭔들 어떠리..
넘 좋아.

7.
29일 우리는 방콕에서 쿠알라룸프로 가는 뱅기를 예약했다.
이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은듯
초반엔 친구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할 것 같은 일종의 무력감에서
이젠 그 친구들과 무엇을 할지 계획까지 세우는 기대감으로
한국 가면..어떨까하는 생각에
설레고 또 설렌다.
근데
도착하면 이럴거다라고 친구 은영이 이미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컨닝페이퍼를 돌려놨다.
기대접자!

8.
앞으로 우리는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쪽으로 가면서
최교·수진이 소개시켜준 매홍손과 빠이로 옮기고
이곳 새해인 송크란을 치앙마이에서 보낸 후
방콕에서 잠시 방콕했다가
뱅기에 몸을 실을 것이다.
병장 말년 떨어지는 잎사귀도 조심하라는 얘기를 방위시절 들었다.
(나름 웃기다고 생각한 건데..)
막바지 여행 조심 조심해가며
눈에 꽉꽉 세상을 담아갈 거다.

곧 가겠습니다. 장인어른, 아부지, 어무이
이따 뵈요. 선배들..
이따 봐 친구들.

2010년 3월 5일 금요일

D+310. 100305. 금. 자전거여행에서 배낭여행모드로.

리는 지금 방콕에서 기차 타고 북쪽으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아유타야에 머물고 있다. 방콕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미적거리다 그제께 3월 3일 도착해서 3일째 머물고 있다 (여행자 거리 BJ1 게스트하우스. 하루 150B*3일=450B).

요한 변화는 자전거 여행에서 배낭 여행으로 바꾸었다는 거다. 앞으로 우리 여행 일정은 4월 말까지 2달 좀 못 남았다. 아직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기도 끔찍하고, 라오스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에 10개월을 동고동락한 우리 친구 자전거는 방콕 짬롱아저씨 집에 고이 모셔두고 왔다. 미리 찾아가 그림을 그려가며 두 달 동안 자전거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웃는 짬롱 아저씨의 아내, 야오. 나보다 한 살밖에 안 많은데, 23살 장성한 아들이 있다.

태국어가 짧아 통이 그림을 그려 우리 상황을 설명했다. 말이 안 통할 대는 pictinory만한 게 없다.

다음날 자전거를 타고 다시 찾아갔다. 언제, 어디서건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언제나 찾아가면 그냥 보내지 않고 콜라로 시작해서 밥을 시켜주고 맥주까지 주신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자 전거를 짬롱 아저씨네 두고 온 날, 자전거를 묶어 두었던 난간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자전거에게 너무 미안했다. 통은 나만 아니라면 자전거 타고 벌써 인도차이나를 다 둘러보았을 거라고 하지만(인정!), 어쨌든 우리는 이래저래 천천히 즐기며 방콕에 도착했다.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자 마음먹었는데, 날도 너무 뜨겁고-통은 절대로 날이 뜨거워서 자전거를 안 타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요.-베트남, 캄보디아말고 태국 북부와 라오스만이라도 둘러보고 싶은 욕심에 자전거를 두고 왔다. 자전거야, 정말 미안해.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를 방콕에 두고 후알람퐁 역에서 기차를 타고 야유타야로 떠났다. 기차에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태국 사람은 3등석 기차 요금은 안 받는다는 거. 앞자리에 앉아도 되겠냐고 묻는 우리에게 싱가폴 사람이냐고 되묻는 태국 사람. 아유타야까지 가고 요금이 15B이라고 하니, 자기네는 요금을 안 낸다고 한다. 정말 신기하다. 2등석, 1등석은 모르겠지만, 3등석은 정말 돈을 안 받는다.

박물관이나 사원 입장료도 태국인에게는 안 받는 태국.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이런 나라가 서민들이 살기엔 더 좋은 나라가 아닌가. 대신 관광객에게는 더 많이 받아야겠지..ㅠ.ㅠ

콕에서 9일 정도 머물며
인도 여행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 이때 아니면 언제 인도 가냐 인도로 갈까 살짝 흔들려 인도 비자와 비행기 값을 알아보다, 정신이 번쩍 들어 인도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고, 대신 라오스를 여행하자 마음을 바꾸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에서 배낭 여행으로 바꾸기로 하고 떠나기 이틀 전 2개월 남짓 배낭 여행을 준비했다.
여기가 바라나시일까? 방콕일까? ㅋ. 짜오프라야 강에서 목욕하는 아낙.

배낭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배낭을 장만해야 했는데, 백화점 두 군데를 들렀다 여행용 배낭이 없어 결국 카오산 짝퉁가게에서 700B 주고 배낭 하나를 장만하고(2개월만 버텨주길 바랄뿐이다),

하나는 어떤 여행자가 게스트하우스에 버린 배낭을 깨끗이 빨고 자크까지 80B 주고 고쳐서 마련했다. 이 가방은 내가 메고 다니는데, 통 왈 완전 outstanding이란다. 여행도 스타일인데 난 스타일 너무 구기고 다닌다, 정말.

착하기로 유명한 태국 기차가 오전 11시 40분 정시에 출발한다. 하지만 역시 다음 역부터 슬렁슬렁, 그런데도 예정시간에서 겨우 20분 늦은 1시 20분 정도에 아유타야 역에 도착했다.(3등석 가격은 15바트) 아유타야는 우리나라 조선 중기 시대에 해당하는 아유타야 왕조가 번성하던 도시다. 작년에 고작 하룻밤 한나절을 머물렀을 뿐인데 고즈넉한 느낌이 좋아 이번에 통과 함께 들르게 되었다. 차오프라야강, 롭부리 강 , 그리고 또 하나의 강으로 둘러싸인 작은 섬 아유타야는 폐허가 된 사원, 역사 유적으로 유명한 도시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선착장으로 가 작는 나룻배를 타고(4B) 강을 건너





유타야에서 3일 동안 무얼하며 지내는고 하니 선선한 아침에 사원을 둘러보고,


한낮은 너무나 뜨거워 방에서 낮잠을 자거나 방콕에서 문화교류로 입수한 이런저런 다큐, 영화를 보거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보내고(shewood swimming pool, 어른 50B, 어린이 35B, 방값은 280B부터)
여행자도 많이 오지만, 태국 아이들이 더 많이 오는 것 같다.

다시 선선해진 저녁이면 야시장을 가거나 산책을 하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하며 보내고 있다.
여행자거리에 밤이면 나타나는 말.
아유타야하고 말은 전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저녁이면 말을 끌고 나와 사진을찍게 하고 돈을 받는 아저씨가 있다.
그런데 아저씨도 만취해서 말에 오르다 떨어지고 난리가 아니다.

으로 우리 계획은 라오스를 보름 동안 여행(장소는 미정)하고, 태국 북부로 들어가 치앙라이, 치앙마이, 빠이, 메홍손 등 태국 북부를 여행할 생각이다.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내려와 자전거를 비행기(아마도 에어 아시아?)에 싣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내려와 거기서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첨엔 태국 비자 문제도 있고 해서 치앙마이까지 자전거로 갔다가 기차 또는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방콕-핫야이-쿠알라룸푸르로 갈 생각이었는데,(다른 나라를 가지 않는 이상 4월 23일까지는 말레이시아에 들어가야 한다.) 태국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다 비행기를 타고 쿠알라룸푸르 LCCT 공항에 도착해 바로 KL 국제공항으로 가 출국할 생각이다. 방콕에서 KL 가는 저가항공표를 언제 끊는 게 좋을지 모르겠지만, 시간 면에서도 가격 면에서도,체력 면에서도 그 편이 경제적인 것 같다. 자전거만 무사히 실을 수 있다면. KL을 늦게 가는 또하나의 이유는 복잡하기 그지 없는 KL을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모쪼록 잘 연결이 되었으면 하는 맘이다. 어떻게는 되겠지.

아유타야에서 다시 만난 태국 여행의 왕자 '태사랑' 요술왕자님
방콕 한국 음식점 동대문에 김치찌개랑 김치말이국수를 한번 먹으러 갔었는데, 태사랑 운영자 요술왕자님을 만났다. 태사랑은 알고는 있었는데, 들어가본 적은 없었다. 근데 다른 사람이 아주 유명한 분이라며 사인을 받으란다. 방콕에 나름 기대를 했던 통은 기대에 못 미치는지 방콕 내내 숙소에서 방콕하며 꼬타오의 바다를 그리워했다. 해서 카오산 주변 수영장을 알아볼까 하고 요왕님에게 물어보니 태사랑에서 만든 지도에 여기저기 호텔을 체크해주며 가보란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했는데, 알고보니 요왕님이 그 지도를 만든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아유타야에 도착해서 땡볕에 숙소를 구하러 다니다 나레수안 거리에서 요왕님을 다시 만났다. 이런 우연이 있나 넘 놀랐다. 아마도 동대문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칠 사람이었을 텐데, 동대문에서 한번 얼굴을 봤다는 이유로 함께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대부분은 우리가 태국 여행에 대해 질문하고 요왕님은 답변을 하는 입장이었지만.

93년 처음 태국 여행을 시작해 97년인가 98년에 태사랑을 만들었고 지금 회원이 12만명 정도 되는 커뮤니티란다. 얼마나 여행하냐고 물으니 일년의 반은 태국에, 일년의 반은 한국에서 사이트 업데이트 하며 지낸다고 한다. 그 수입은 사이트 배너에서 나오고. 뭐든 한 가지만 열심히 하면 먹고살 길은 다 있지 않나 싶다. 지금 당장 내가 잘하는 것을 하기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잘할 때까지 노력하는 게 나중을 위해 더 좋은 게 아닐까 싶다. 문제는 지금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


라오스 여행에 앞서
일이면 야간열차를 타고 농카이를 거쳐 라오스로 간다. 라오스도 첨엔 치앙마이까지 갔다가 치앙콩으로 해서 훼이싸를 거쳐 루앙프라방-방비엥-위앙짠으로 나오려고 했는데, KL로 가는 비행기를 끊으려면 아무래도 라오스를 먼저 여행하는 게 좋겠다 싶어, 아유타야에서 농카이로 바로 가기로 어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라오스가 두 번째이고, 통은 처음이다. 작년에 연오랑 세오녀님을 따라 라오스를 5일 정도 여행한 게 다다. 그나마도 그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라오스로 들어가는 루트도 작년에 갔던 루트로 가니, 그거 역시 다행히다 싶다. 뭐 어떻게든 부딪히면 안 되겠냐마는...

가장 걱정이 되는 건 '흥정'인데, 내가 과연 흥정을 잘할 수 있을까 싶다. 썽태우 값 시세를 모르니 얼마를 내야 할지. 환전 도 어떻게 해야 하나 검색해 보니, 미국 달러나 태국 바트를 가져가서 환전하면 된단다. 라오스는 전국에 ATM기가 7개 정도밖에 없다나. 게다 한번에 찾을 수 있는 금액이 70만 kip(우리 돈으로 10만원 정도?, 수수료도 5천원 정도라나?). 그러지금 나는 달러를 가진 게 없고 없는 ATM기를 찾아 다니느니 바트를 여유있게 찾아가서 라오스에서 쓰고 남은 돈은 태국에 돌아와서 다시 쓰면 되지 않겠나 싶다. 가이드북도 라오스 들어가서 사야 한다. 여행하면서 바뀌는 게 어디 한두 가지인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여행도 흥미롭지만, 여행이 예정대로 되기도 어렵고, 뜻밖의 행선지에서 만나는 즐거움도 큰 즐거움 중 하나니까.

동남 아시아인으로 살아가기. ㅋ.(연오랑님 죄송해요.)
우리는 지금 3개월 정도 동남 아시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전거를 타서 시커멓게 탄 우리를 보고 만나는 사람마다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사람이냐고 묻는다. 뭐 기분 나쁘지 않다.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까만 걸 어떡해. 이번 라오스 여행에서 우리의 전략은 철저하게 '태국인인 척하며 살아가기'이다. 라오스 여행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살짝 기대된다.

2010년 2월 25일 목요일

D+302. 100225. 목. So hot, Bangkok!

2월 21일 일요일 6일 동안 머물렀던 koh tao를 떠났다. 첨엔 떠나기 싫더니 시간이 흐르니 이제 바다도 지겨워지고 슬슬 떠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때가 되면 떠나게 되나 보다.

코판강 방갈로 수영장에서 매일 3~4시간 특훈을 통해 드디어 꼬따오에서 수영을 마스터한 통.
뭐하나를 시작하면 통은 정말 꾸준히 열심히 한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되엇다.


우리가 머물던 koh tao D.D.hut 방갈로. 하루에 300B.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밤마다 바퀴벌레가 등장해 어찌나 겁을 먹었던지.


그동안 말레이시아-태국을 여행하면서 5군데 섬을 여행했다. 말레이시아 팡코르, 페낭, 랑카위, 태국 코판강, 코따오. 그 덕분에 현지인과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시커멓게 탔지만. 이번 여행에는 꼬따오가 마지막 섬이라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하고, 뭐 또 다시 가면 되지 위로를 하기도 했다. 아직도 안 가본 섬이 많지만, 그중 다시 가고 싶은 섬은 팡코르와 꼬타오라고 할까. 통이랑 지금까지 여행에서 다시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스페인 산티아고, 덴마크 스반홀룸, 그리고 태국 꼬따오. 70살이 되어서 꼬따오 작은 방갈로를 빌려 한 3개월 쉬었다 가면 좋겠다...싶다*^^*
방갈로에서 바라본 바다 노을.

오후 2시 30분 배를 타고 Koh Tao를 빠져나와 오후 6시쯤 Chumporn 선착장에 도착해 썽태우를 타고 train station으로 이동, 밤 8:44 떠난다는 기차가 10시 다 되어 도착해, 두 자전거와 두 몸뚱이를 싣고 10시간을 달려, 2월 22일 월요일 아침 8시쯤 방콕 중앙역 후알람퐁역에 도착했다. 그닥 힘들지는 않은 여정이었다.


자전거 가지고 koh tao-chumporn-bangkok까지 가는 데 든 비용

1) koh tao+chumporn+bangkok : boat+train joint ticket = 800B
2) boat에 자전거 싣는 비용 = 200B
3) train에 자전거 싣는 비용 = 9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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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B

태국 보트에 자전거 싣기
Koh tao에서 Chumporn으로 가기 위해 Songserm이라는 회사 보트를 선택했다. 이유는 좀더 싸기 때문. songerm 말고도 여러 회사가 운행한다.
songserm ferry 선착장 앞 몇 군데 가게에서 할인 티켓을 팔고 있고(섬 내부로 들어가면 비싸다), songserm ferry에서 파는 금액보다 싸다. 자전거를 싣는데, 한 대당 200B(8,000원 정도. 사람은 400B. 관광 중심이어서 그런지 비싸게 받는 것 같다. )을 달란다. 자전거는 갑판 난간에 묶어두면 된다. 첨엔 joint ticket이 싸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끊어준 기차표를 순간 속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Koh tao->chumporn->bangkok .... 보트+ vip 버스= 600B
Koh tao->chumporn->bangkok ... 보트+ 기차 = 800B

우 리는 자전거를 실어야 하는데, vip 버스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고 해서 800B 주고 기차 구간을 끊었다. 가게에서 침대칸이 없다면서 2등석 좌석칸을 티켓을 끊어주었는데,끊고 나서 보니 기차표값이 340B밖에 안 한다. 뭔가 속은 느낌이었다. Koh Tao에서 Curmporn까지 배만 끊을 경우 할인티켓은 250B면 갈 수 있다. 그러니까 800B이라는 금액에 침대칸을 줄수도 있지만, 전혀 줄 생각이 없었던 거고, 250B이면 갈 수 있는 배를 500B 가까이 2배 이상 남겨 먹은 것이다.

songserm 회사에서 끊으면 chumporn까지 400B. Koh Tao에서 Chumporn까지만 가는 할인티켓을 끊고, Chumporn에서 Bangkok까지 가는 기차는 2등석 침대칸으로 따로 끊어도 640B이면 갈 수 있다. 그러니까 같은 금액을 주고 침대칸에서 편히 잠면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쌀 거라는 생각에 끊었다가 바가지를 쓴 것 같다. 그리고 Koh Tao 같은 방갈로에 묵었던 영국 남자는 버스 티켓을 끊었는데, 원래는 카오산로드까지 간다고 했던 버스가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주고 가라고 했단다. 언제 어디서 당할지 모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는 게 태국인 것 같다.

도착한 배에서 사람이 다 내리길 기다렸다 떠날 사람들이 배에 오른다.
그많은 여행자는 다 여기 몰려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여행자들이 꼬따오, 꼬판강에 들른다.

우리 자전거를 배에 싣는 모습. 통은 체구는 작지만 자전거를 실을 때는 번쩍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산처럼 쌓여있는 배낭들.


태국 기차에 자전거 싣기
다행히도 우리는 chumporn 선착장에 성태우가 와서 기차역까지 타고 갈 수 있었다.
춤퐁 선착장은 아무것도 없는 시골 선착장이었다.
아이들이 우리 자전거를 보고 신기한듯 달려들어 헬멧쓰기 놀이를 하며 놀았다.

자전거는 성태우 지붕에 실었다. 한 성태우에 적어도 30명 이상 탄 것 같다.

songserm 사기에 상당히 기분이 나빠 기차에 자전거를 실어야 하는데, 어찌 해야 하나 확 그냥 실어버릴까 고민하다 물어보니 'cargo' 코너로 가서 물어보란다. 자전거를 '짐'으로 취급해서 20kg 정도로 쳐, 한 대당 90B(3,600원)를 내란다.
'cargo' 코너로 가서 물으면 자전거 비용을 낼 수 있다.

수하물 값을 냈다는 표시 같다. 자전거 앞에 야무지게 붙여 준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정식으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는 점에 안심했다. 기차 앞 칸에 모터사이클을 싣는 칸도 있었고, 자전거는 짐을 싣는 칸에 같이 실었다.
오토바이가 실려 있는 칸도 있었지만, 자전거는 '짐'으로 분리가 되나보다.
짐칸에 자전거를 싣고 우리는 승객전용칸으로 갔다.


그리고 짐칸에서 내려 200m 정도를 냅다 달려 9호차 47/48번 자리를 도착했다. 2등석 좌석칸은 선풍기이다. 기차 천정에서 선풍기 몇 대가 계속 돌아간다. 10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신문지를 깔고 좌석 밑에서 자고 있는 아주머니, 맥주를 마시는 아저씨...꽤나 정겨운 풍경이다. 물론 그 칸에 외국인은 우리뿐. 그치만 우리가 워낙 까매서 우리를 외국인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차를 타기 전에 사둔 비어 창 한병을(한병은 이미 타기 전에 마셔버렸고..) 나눠 마시고 의자에 쪼그리고 새우잠을 자다가, 침낭을 꺼내 바닥에 깔아 통은 침낭에서 자고 통보다 작은 나는 의자에서 새우잠을 잤다. 침낭이 없었으면 둘다 제대로 못잤을 텐데, 침낭 덕분에 아침 5시 반까지 자다깨다 하긴 했지만 아주 잘 잤다.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나 걱정했는데,
마침 침낭을 가지고 있어서 침낭을 깔고 통은 바닥 침낭에, 나는 좌석에 쪼그리고 누워 잘 잤다.


느리게 가는 여행
나는 한국에서 여행을 할 때도 아침 일찍 가야 하고,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무궁화호를 이용하는 편이다. KTX가 너무 비싸기도 하고, 무조건 빨리빨리만 외치는 것 같아 타기 싫다. chumporn 기차역 풍경은 정겨운 풍경이었다. 지금 우리 기차역에는 번듯하게 차린 가게만 먹을 거, 신문 같은 걸 팔지만,
chumporn 기차역은 나무판 위에 잡지고 신문이고 올려놓고 팔고, 리어카에 오징어를 구워서 파는 사람, 가판에 볶음밥을 포장해서 20B, 25B에 팔고 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건, 기차가 들어오면 쟁반위에 잽싸게 음식을 담아 기차역을 오가며 물건을 판다. 목욕탕 바구니 같은 바구니에 물이랑 음료수를 담아 기차 안으로 들어가서 팔기도 한다. 혹시 새벽에 배가 고플지 몰라 볶음밥 2개를 사두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기차 승객도 아주 여유롭게 내려와서 음식을 사가거나, 문에 매달려 분주한 기차역 풍경을 즐기며 배를 채우고있다. 기차역에 도착하면 기차가 한 20분 정도는 머물다 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렇게 연착을 하는지 몰라도예정보다 1시간, 2시간 기차가 늦어도 매표소 가서 항의하는 사람도 없고, 그냥 오면 오는가 보다, 뭐 언젠가는 오겠지 그런 느긋한 표정이다.


작년 1월에 한달 동안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방콕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아유타야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12시간 걸려 태국과 라오스 국경 도시인 농카이에 도착하기도 했고, 라오스 위앙짠에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야간 버스 보조석에 앉아 12시간을 시달려 루앙프라방에 도착하기도 했고, 라오스 국경에서 베트남을 넘을 때 24명 정원 미니버스에 40명 넘게 낑겨 타고, 그때도 보조석이었는데 보조석에 3명이 앉아서 가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12시간 가까이 걸려 hue에 도착하기도 했다. 불편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게 정상이고 그게 일반적인 일이다. 그때 여행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차, 버스를 타고 12시간 가까이 이동했던 일들이다. 물론 우리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이겠지만, 느리게 여행하고 싶은 나에겐 그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특히 태국이나 베트남은 나라가 길어서 야간열차, 야간버스를 타고 12시간 가도 국토의 절반도 가지 못한다. 엉덩이가 물릴 정도로 앉아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게 찾아가는 맛도 있고, 여행이 주는 맛이 아닌가 싶다.

반대로 한국은, 말은 일일생활권이라고 하지만,
안 그래도 작은 나라를 바둑판으로 만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 서울에서 산청까지도 4시간 반이면 주파해 버리고, 광주에서 심야우등버스를 타고 5시간이면 고속터미널에 도착하는, 안 그래도 좁은 나라를 너무나 좁게 만들었다. 물론 평생을 '바쁘다 바뻐!'를 외치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겠으나, 그렇게 바쁘게 날아가는 사이에 천천히 생각하는, 천천히 둘러보는 즐거움도 함께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한국에서 천천히 여행하려면 부산을 가더라도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로 가지 말고 동해로 갔다가 동해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면 되려나...아님 고속버스 말고 시외버스만 타고 내려가면 되려나..

암튼 그렇게 방콕에 도착했다!

방콕은, 통은 처음이고 나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이다. 여행하면서 통에게 여행자들의 거리 '카오산로드'에 대해 이야기해서 통도 나름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통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온 카오산로드.(ㅋ. 후알람퐁역에서부터 카오산로드까지만 자전거를 타고 왔다. 고작 5km 거리.)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싶었다. 작년 여행은 나 혼자 했기 때문에, 꼭 통과 함께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이렇 게 빨리 이루어질지도 몰랐고, 더구나 자전거 여행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도 대견했다. 역시 꿈이라는 게 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바라면, 노력하면 이루어지는구나 싶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먹은 건, 람부뜨리에 잇는 한국분식점 '장터'에 가서 비빔냉면(155B)이랑 물냉면(155B)이다. 장터는 한국 사람이 하던 식당을 태국 사람이 인수해서 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짜장면, 잡채, 곱창볶음 등등이 먹고 싶었는데, 짜장면은 짜파게티로, 잡채는 얌운센으로, 곱창도 가끔 쌀국수에 넣어주니까 OK, 쌀국수도 하루 3끼 질리게 먹는데, 더운 면 말고 차갑고 매운 냉면이 먹고 싶어서 비냉 하나, 물냉 하나를 시켜 먹었다. 맛은 그냥 ..양은 푸짐. 반찬도 더 주고.

방콕에 도착해서 벌써 나흘이 지났다. 방콕은 연일 30도가 넘은 아주 더운 날씨다. 한낮에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더 끔찍한 건 4월까지 계속 덥거나, 더 덥거나,아주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고 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미얀마는 새해가 4월이다. 1년중 가장 더운 달인 4월에 새해를 맞이하여 거리에서 양동이로 물을 뿜어 대며 한해의 복을 비는 '송크란'이라는 축제가 있다. 올해는 4월 12~14일쯤이다. '송크란'을 보려고 많은 여행자가 카오산에 몰려 든다고 한다. 태국에서 '송크란'은 치앙마이와 방콕이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송크란'을 치앙마이에서 볼까, 태국에서 볼까 고민중이다.

방콕에 머무는 동안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만난 일본 여인 아키코, 프랑스 남자 줄리앙, 크라비에서 만났던 한국 남자 찰리옹을 다시 만나 함께 맥주를 마시며 수다 떨었다.
아키코와 찰리옹은 한국음식점 '홍익인간'에서 우리가 도착한 21일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막상 약속 시간에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옆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다 지나가는 아키코와 찰리옹을 만나 같이 술을 마셨다. 아키코는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우리가 없었다고했고, 찰리옹은 인터넷 확인을 안 해 약속시간, 장소를 모르고 있었던 거다. 프랑스남자 줄리앙은 우연히 람부뜨리에서 만났다. 페낭 이후 페이스북으로 계속 연락을 하면서 꼬따오에서 보자 했었는데, 우리가 꼬따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치앙마이로 가버린 후였다. 게다 출국일이 21일이어서 당연히 출국을 했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람부뜨리에서 만나다니 참 재미있었다. 마치 홍대에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아니 홍대에서도 우연히 친구 만나기가 쉽나?

왜 아직 태국에 있냐고 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오늘 출국날이어서 공항에 갔단다. 잠깐 졸고 있던 사이에 누군가가 지갑, 패스포트, 모든 돈을 가지고 달아나벌렸단다. 하는수없이 동생 혼자 프랑스로 돌아가고 본인은 대사관에 가 자조치종을 설명하고 임시여권을 만드는 중이란다. 비행기 티켓을 연장하는 데만도 120유로가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참 여유롭다 싶다. 그상황에도 람부뜨리를 올 생각을 했으니. 딱히 도움을 줄 순 없었고 그냥 같이 맥주를 한잔하는 것 밖엔 할 게 없었다.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 반가웠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그중에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줄리앙도, 아키꼬도, 찰리옹도 그런 사람이었다.

아키코는 페낭에서와 마찬가지로 오후 2시나 3시에 일어나 활동을 개시해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카오산, 람부뜨리를 돌아다니는 바퀴벌레형. 프랑스 친구 줄리앙은 페낭에서도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을 하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이번에도 21일 출국날 방콕 공항에 갔다가 공항에서 졸다가 지갑도, 패스포트도, 돈도 모두 잃어버린 오픈지갑형, 크라비에서 만난 찰리옹은 스마트한 외모와 붙임성있는 말솜씨로 태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품절남.

그밖에도 카오산 언저리에서 인도 6개월 여행, 호주 워킹 2년한 자매와 방콕만 30번 인도를 내집처럼 드나드는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한국인을 만나 99B하는 고기뷔페 집에 가서 배 두드리며 실컷 먹고, 맥주도 마시며 그들의 여행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타오에서 만났던 영국 남자 로스도 람부트리 거리를 걷다가 다시 만났고.

방콕에 오면서 작년에 만났던 짬롱을 꼭 다시 만나야지 생각했다. 둘째날 통과 함께 슈퍼마켓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사 짬롱네 집을 찾아갔다. 여기쯤이었던 것 같은데 문이 닫혀 있다. 옆의 시계 가게로 가서 물으니 그 분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갔단다. 다행히다, 멀지 않은 곳이어서. 그분이 그려준 지도를 보며 찾아갔더니 짬롱네 집이 보인다. 짬롱의 직업은 오래된 카시트를 새로 만드는 일이다. 멀리서도 카시트가 보여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짬롱과 함께 카시트를 만들던 아내 야오가 맨발로 뛰어나오며 반갑게 맞아 준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밥을 먹었냐고 물으며 볶음밥 두 개를 시켜 주고, 부엌에서 생선찌게와 고기찌개 두 대접을 가지고 나온다. 짬롱, 대충 일을 마무리하더니 jonny walker black label을 들고 나온다.

작년 방콕에 있을 때, 동네 구경을 하다, 우연히 집앞 골목길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짬롱, 친구들을 만났는데, 같이 마시자고 해서 같이 술을 마시던 게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그때도 위스키를 엄청 마셔서 야오가 계속 위스키, 위스키 하며 놀려댄다. 얼마 후 짬롱의 아들 'sit'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sit은대학에서 radio broadcasting을 전공한다고 한다. 젊음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청년이다.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면 꼭 한국에 놀러오라고 했다. 한국에서 다시 만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워낙 덥다 보니 낮에는 돌아다닐 엄두가 안 나고, 선선해지는 저녁에 돌아다니다 보니 아침 늦게 일어나고, 아직 계속 카오산에만 머물고 있다. 뭔가를 해야 할 것도 같고, 그냥 이렇게 있는 게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고, 하루하루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