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2일 목요일

첫 출근

오늘 통이 돌아와서 첫 출근을 했다.
그전에도 계속 학교에 들락날락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첫 출근인 셈이다.
내가 출근하는 것보다도 더 설레는 건 왜일까?

배낭 메고, 우산 하나 들고 걸어갔다. 발걸음도 가벼워보인다.

왕복 3시간 반 거리가 왕복 20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었다.
새벽에 들어온 날들은 제쳐두고라도
이른 아침 잠도 덜 깬 채 지하철, 버스, 택시에 시달리던 날들을 생각하면 다행이다 싶다.
망원동 합정동에 살면서 내가 편하게 지냈던 날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기 짝이 없는데...

아침도 먹고,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갔다.
뒷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한껏 여유로워진 시간을 술을 마시고 부족한 잠을 자는 시간으로만 보내지 말고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 잔소릴일까? ㅎㅎ

1년 3개월 동안 거의 매일을 함께 붙어 있다시피 했었는데,
이제 통은 자신이 선택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갔다.

나는?
통을 깨워 함께 밥을 먹고 밀려드는 잠을 참지 못하고 비몽사몽 잠을 자다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밀린 빨래를 돌리고 보니 어느덧 4시다.

이제 슬슬 저녁 준비를 해야 할 시간.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살림놀이에 빠졌다.
생활의 달인 흉내를 내고 있다.
인터넷, 요리책을 뒤져 밑반찬도 만들고 수납요령 책도 보고,
부추를 사다 김치도 담그고 나름 재미있다.

아마도 계속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활이 그리웠나 보다.
산청에 다녀오면 나도 보리처럼
장아찌도 담그고 반찬도 다양하게 해먹어야지 싶었는데....ㅋ.

양배추를 사다 반통을 잘라 대부분은 젓갈을 넣고 김치를 담그고
일부를 남겨 양배추 피클을 만들어보았다.
거기에 백미는 청양고추.
청양고추가 들어가니 맛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다. ㅋㅋ.
아마도 통은 싫어할 거야.
통을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싶었는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말았네.
그래도 통을 위해 케첩을 사왔으니,
통이 좋아한는 소세지를 기름에 튀겨 케첩을 뿌려줘야겠다^^

댓글 5개:

  1. ㅎㅎ 20분 거리라면, 선생 모드라기보다는 학생 모드의 출근인데요? ㅎㅎㅎ 통은 좋겠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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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이고, 멀리로 출퇴근하는 은영이네.^^
    너무 가까워서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먼 것보다 가까운 게 백배는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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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통~ 첫 출근 축하해~
    첫 월급타면 보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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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복귀 추카.. 아마도 지금까지보다 훨씬 다른 의미의 나날을 보낼듯.. 긴 여행이 그대들에게 삶의 또다른 의미와 방향과 내용으로 채울수 있는 여유와 기회를 준듯하다. 까먹고 잊기 쉬운 소중한 일상.. 잊지말고 기억하고 아끼고 행복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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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리버리/사는얘기 궁금하네요.
    수진/오늘이 개학이라 긴장모드로 출근했어. 개학 첫날부터 비가 온다며...완전 열일모드랄까? 바람이 꽉찬 풍선 같은...하여간 새로운 시작이란 설레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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