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30일 목요일

32,000원짜리 일본 여행

나는 헌책을 좋아한다.
나는 헌책방을 좋아한다.
나는 동경 칸다 헌책방 거리를 좋아한다.
나는 동경 하라주쿠 Book Off를 좋아한다.

Metropolitan city 동경을 좋아하지 않지만,
칸다 헌책방 거리와
책과 CD, 만화책을 싸게 살 수 있는 Book Off가 있는 동경은 좋다.

2007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동경에 가서 헌책-주로 그림책을 무려 60권이나 사오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다.
책값은 100엔 하는 책도 있고 1000엔이 넘는 책도 있었다.
얼마치였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때 환율이 700원대였으니까
그런대로 괜찮았을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내내 그때 산 60권 리스트라도 정리해봐야지 했었는데,
벌써 햇수로 4년이 흘렀다.
지금도 일본에 가고는 싶지만 환율 1400원이라는 게 꿈도 못 꾸게 한다.

그런데 오늘!
일본 동경 자료수집을 하는 셈치고 신촌 Book Off에 갔다.
2000원짜리 일본 그림책 16권을 32,000원에 샀다.
평소 헌책방에서 사는 책보다 무지무지 많은 양이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헌책방 순례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 살 이유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게다 서울 시내로 한번 걸음하기가 영 녹녹치 않은 일이라
떡 본 김에 제사라고 질러버렸다.

그런데 마음이 아주 뿌듯하다.
BooK Off라고 값이 다 싼 건 아니었다.
일본에서 운 좋으면 100엔이면 살 수 있는 책들이 여기서 10000원 넘게 파는 것도 있었고,
우습게 같은 책인데, 어떤 권은 4000원, 어떤 권은 2000원,
어떤 권은 2000원, 어떤 권은 8000원 막 그랬다. 잘 봐야 한다.
헌책으로도 복음관 책이 많았는데, 난 복음관 책을 좋아한다.

오늘 산 책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책이 많다.
얼레벌레 12월까지 석달 동안 유아자연생태전집 기획일을 하게 되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일주일에 세번 나가기로 하고,
오늘이 두번째인데, 나보고 일을 하자고 했던 친구가
갑자기 승진이 되어 다른 팀으로 가버리게 되었다. 이런 개나리 십장생이 있나.
잠시 욱해서 그 친구가 안 하니 나도 안 하겠다 그 친구에게 이야기했으나,
좀더 생각해 보니 그 친구가 아니어도 그 일을 하는 게 좋겠다는 현실감을 찾게 되었다.
물론 개발까지는 아니고 기획까지만.

계속 마음만 먹고 있었던 어린이책 기획이라는 게 널브러져 있으니 쉽지만은 않았다.
뭐 이 일은 전집이니까, 이쯤에서 이 일을 그만두고
단행본 기획을 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이 일을 그만둔다고 단행본 기획을 하지 않으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참에 공부도 하고, 좋은 책도 많이 보고, 돈도 벌고
1타 3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해서 오늘 일본 자료 수집을 간 셈치고 Book Off에서 책을 잔뜩 사오게 되었다.
다시 살펴보니 역시 잘샀다는 생각이 든다. 통은 눈을 부릅뜨고 싫어하겠지만...

만원버스에 시달리고 지하철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회사에 가서
오전엔 냉방에 오후엔 난방에 건조한 사무실에서 비비다가
북오프까지 가서 책꽂이를 뒤지다 보니 눈이 심히 아프고 피곤하다.

그래도 기분이 기분인지라 오늘 산 책 리스트를 올려본다.

프뢰벨관 자연
<낙엽의 밑에는> <しぜん・おちばのしたには>

<펭귄>
<강>
<얼음편>
<어떤 얼굴?>
<동물들의 집>
<매실>

복음관 도감라이브러리
<ちょう> 大島 進一

<ぼくの家ができる> 


<海辺のずかん>(해변도감) (福音館のかがくのほん)
海辺のずかん (福音館のかがくのほん)

にわさきのむし しゃがんでみつけた(정원의 벌레, 웅크리고 앉아서 발견) (かがくのとも傑作集)

にわさきのむし しゃがんでみつけた (かがくのとも傑作集)

ぼくらは知床探険隊(우리들은 시레토코 탐험대)

시레토코는 홋카이도 지명
ぼくらは知床探険隊 (絵本の泉)

はしのもちかた―おかあさんといっしょに

젓가락 쥐는 방법-엄마와 함께
はしのもちかた―おかあさんといっしょに

新しい単位―カラー版 (扶桑社)

새로운 단위.
新しい単位―カラー版 (扶桑社サブカルPB)

ガジュマルの木の下で―26人の子どもとミワ母さん (岩波フォト絵本)

가주말 나무 밑에서-26명의 아이들과 미와엄마
(26명의 아이들이 HIV에 감염된 고아란다...개인적으로 아주 만족)
ガジュマルの木の下で―26人の子どもとミワ母さん (岩波フォト絵本)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NON TI MUOVERE - MUSIC VIDEO

GEGEN DIE WAND ( HEAD-ON) - HQ Trailer ( 2004 )

아키코가 갔다

이틀 밤 자고 오늘 하루 종일 수다 떨다 돌아갔다.

다음 주 화요일이면 11개월 만에 일본행 비행기를 탄다.
재미없으면 일주일만 있다 가야지 하고 온 한국인데,
생각보다 너무나 재미있어 두 달 가까이 머물렀다 한다.

함께 있는 내내 일본에 돌아가기 싫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아키코를 태워 보내며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올 1월초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만나 며칠을 함께 보냈고,
3월 태국 방콕에서 다시 만나 며칠을 함께 보냈다.
5월에 방콕에 들렀을 때 다시 만나고 싶었지만
인도인지, 라오스인지 갔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일본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에 들렀다며 7월말쯤 메일로 연락을 해왔다.
마침 우리가 8월 초에 이사하니 이사한 뒤에는 언제든지 와도 좋다고 답변을 했고,
짐 정리도 되지 않은 이사한 바로 다음날 놀러와 오랜만에 술 한잔 할 수 있었다.

아키코도 연락을 잘 안하는 스탈이고, 나 역시도 그렇고,
일본으로 돌아갔을까 궁금해 하고 있던 차에
9월 10일에는 일본에 돌아가야 한다며 8월 말쯤 놀러가도 되냐고 전화가 왔다.
마침 그때 급하게 넘겨야 할 일이 있어 며칠 뒤가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전날 올 수 없게 되었다고 문자가 왔었다.

그래서 일본에 돌아갔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월요일에 다시 아직 한국이라며 전화가 와서 다행이라며 수요일에 보자했다.

수요일에 놀러와 같이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었고,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고 미적미적거리다 뭐할까 술을 마시기는 뭐하고
아침부터 수도관 공사를 하는 바람에 하루종일 소음에 시달리다
통네 학교 도서관이나 가보자 하고 4시쯤 함께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서 저녁도 얻어먹고 도서관에서
아키코는 아키코가 흥미로운 책을 읽고, 나는 나대로 책을 읽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9시. 이젠 공사가 끝났겠지 하고 돌아왔더니 아직도 공사중.
가방을 놓고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고 다이소에 가서 잡화를 구경하다
너무 피곤해 돌아오니 공사는 일단 정리가 된 상태.

아키코가 오기 전날도 학교 선생님이 찾아와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신 상태였고,
전날도 아키고와 2시 넘어까지 술을 마셔 너무 피곤해 오늘은 일찍 자자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키코는 잘 시간을 놓쳐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잤다고 한다.

아침 8시 30분쯤 통 출근하는 걸 보고 다시 잠이 들어 12시 30분쯤 일어났는데,
아키코가 벌써 일어나 있었다. 늘 오후 2~3시까지 잔다고 했는데 일찍 일어났네.

서둘러 밥을 해서 늦은 점심을 먹고,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마시고
각자 책을 보다가, 가족 이야기, 한국 미친 영어 교육 이야기, 일본 사교육 이야기,
아키코 여행 이야기-역시 여행하기엔 태국이 최고다 등등- 한국 술 문화,
한국 남자와 일본 남자와의 차이점, 비슷한 듯하면서 다른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
선물을 뭘로 사갈까.. 등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저녁 8시.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

마지막으로 짜파게티를 끓여먹고 싶었는데, 1개밖에 없어서 진라면 2개를 끓여
김치와 먹으면서 한국사람들은 라면에 밥 말아 먹는다니
그럼 한국식으로 밥말아먹겠다 해서
밥말아주고. 그렇게 2박 3일을 있다 갔다.

아키코가 돌아가고 나니,
아키코가 한국에 있는 동안 시내에서도 만날걸,
내가 먼저 연락도 할걸,
맛있는 것도 좀더 해줄걸
-하다못해 짜파게티라도 한 개 더 사다 끓여줄걸-후회가 된다.

귀찮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잘 지내겠지 생각하며 미루다
막상 아키코가 떠나가니 이제 언제 다시 만날까 아쉬움이 밀려온다.
아마 일본보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만나기가 더 쉬울 거다 이야기는 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한국의 겨울을 보고 싶다고, 아마도 겨울쯤 다시 올 것 같다며 갔다.
무사히 잘 돌아가길 바라고, 또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길 바랄 뿐.
카메라도 고장나서 사진도 찍지 못했는데...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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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와 영화라도 한편 볼까 곰플레이어에 들어가 본 무료영화 <빨간 구두>.

영화에 대해 아는 건 전무했지만,
페넬로페 크루즈라는 이름 일곱자와 평점 8.7을 보고 밀양 대신 선택한 영화.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45분.
영화를 보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지만,
영화를 본 느낌은
다른 사람들도 함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천박하게 보이기 위해 앞니까지 만들어 넣었는지 끼우고
걸음걸이까지 무릎이 닫지 않게 아슬아슬하게 걷지만
페넬로페 크루즈는 정말 예쁘고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
감독 겸 남자 주인공이었던 세르지오 카스텔리오라는 사람
참 이기적이면서,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면서도
아내 아닌 또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참 답 안 나오는 이기적인 남자.
그럼에도 참 자상하고 따뜻하고 능력있고 잘생기기까지 하다는 생각,
감독 겸 배우라는 점에서 독일에서 본
'Gegen die Wand(미치고 싶을 때)'에서 cahit tomruk을 맡은 Birol Ünel과 비슷하다는 생각,
unhappy ending 면에서도 비슷하다 할 수 있으려나...

기욤 뤼소의 <사랑하기 때문에>에 나오는 행방불명된 딸을 찾아
부와 명예를 포기한 정신과 의사 마크와 비슷하다는 생각.

새벽 4시. 자야 하는데 잠이 오려나.

2010년 9월 5일 일요일

내 인생의 책

가끔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에 들어가 본다. 기억에 남는 서재는 박찬욱, 이적, 김제동, 장진...ㅋ. (모두 대중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네. )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보다는 글쓰기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책 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것 같긴 하다.

재미있는 건, 아니 당연한 말이겠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이건, 패션디자이너이건, 영화감독이던, 사진작가이던 모두 책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황제'를 찍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도 마지막 황제 '푸이'의 자서전을 읽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도 넓게 파야 깊게 팔 수 있다며, 영화평론가가 되기 위해 영화 관련 책을 100권 읽는 것보다 영화 책 10권, 소설책 20권, 시집 10권, 자연과학서 10권을 읽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나도 그말에 동의한다. 책 이라는 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얻어 걸리는 것도 다르겠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읽다 보면 씨실 날실처럼 서로 연결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들의 서재 이야기, 그들의 책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이 좋다.
그들이 추천하는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을 발견하면 흐믓하지만, 대부분은 내가 읽지 않은 책들, 읽었어야 하는 책, 읽었으면 하는 책, 읽어야 할 할 책들이다.
김제동은 아랭드 보통 책을 많이 추천했고, 이적은 나처럼 빌 브라이슨을 좋아하나 보다. ㅋ.

나도 내 인생의 책 100권을 추천할 수 있을 만큼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내 인생의 서재란? 발바닥 땀나게 돌아다닌 나의 콜렉션? 나의 지적 호기심의 창고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내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은 어떤 책일까 ?

1. <나의 인생, 나의 학문> 김원용, 학고재
2. <허삼관 매혈기> 위화, 푸른숲
3.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동아일보
4. <무진기행> 김승옥, 문학동네
5.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6.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
7. <알도> 존 버닝햄, 시공주니어
8. <나무는 좋다> 마르크 시몽 그림, 제임스 메이 우드리 글, 시공주니어
9. <천재 유교수의 생활> 야마시타 가즈미, 학산문화사
10. <세계의 어린이> 웅진(일본 카이세이샤)
11.<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뤼소
12.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타카시, 청어람미디어
13.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