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6일 목요일

D+365. 100430. 금. 드디어 그리고 무사히 1년 만에 한국으로...

2009년 5월 1일 떠났던 한국,
2010년 4월 30일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방콕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2시간 비행을 거쳐,

쿠알라룸푸르 LCCT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9시간의 기다림,

다시 쿠알라룸푸르에서 인천까지 약 6시간의 비행.

한국은 유럽에 비하면 참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곳을 1년만에 돌아간다. 1년만에 돌아올 곳을 우리는 왜 떠났을까? 1년 동안 난 뭘 보고, 뭘 느꼈을까? 뭐가 달라졌을까? 뭐가 달라지긴 달라졌을까?

비행기는 이착륙할 때 가장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사고 위험이 높아, 승무원들도 안전에 안전을 확인하고 조심하는 긴장되는 순간이다. 우리도 나라와 나라를 이동할 때 가장 많은 돈이 많이 들고 가장 신경이 예민해진다. 자전거로 여행을 하다보니 일반 여행자보다 2배 3배는 짐이 더 많다. 리스본에서 자전거를 먼저 프랑크푸르트로 부치고 바르셀로나를 거쳐 프랑크푸르트로 갈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올 때 불어난 짐들에 과연 추가부담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관건이었다.

1년의 긴 여행을 마치고 방콕에서 쿠알라룸푸르, 쿠알라룸푸르에서 인천으로 마지막 비행이 남아 있다. 과연 우리의 자전거, 짐들과 함께 과연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리를, 우리 자전거를 무사히 아무 불평불만없이 한국으로 보내줄것인가? 공항 직원들만 보면, 보딩을 하러 갈 때면 가슴이 콩알만해진다.
방콕 카오산에서 타는 리무진 AE2에 실은 자전거 박스. 한 박스당 50B의 추가 비용을 내면 실어준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정신없이 자전거 박스를 두 개에서 세 개로, 세 개에서 다시 두 개로 풀었다 쌌다 하면서 어느새 이골이 났다.
하도 싸고 풀었다 싸고 풀었다 해서 구멍이 나 버린 박스.

통은 있는 힘껏 박스를 오무리고 나는 테이프를 뜯어 볼펜으로 짝짝 끊어 붙이면서 우리 공항에서 반값에 포장서비스나 할까 하는 농담까지 할 정도로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2010년 4월 30일 오천 6시 30분.
한국을 떠난 지 꼬박 1년 만에 무사히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슴이 설렌다.

1시쯤 샌드위치를 먹고 잠이 들고, 5시쯤 다시 기내식을 주었는데 졸음이 밀려와 졸다 보니 어느새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빠져나갔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쌀쌀한 날씨가 우리를 반긴다.
기내방송에서 8도라고 했지? 8도?
연일 38도 이상의 날씨에서 5개월 가까이 생활하다 보니 감이 잘 가지 않는 날씨다.

쌀쌀한 날씨에 정신이 들었나, 생각해 보니 비행기에다 일기장을 놓고 내렸다. 짧은 다리로 헐레벌떡 탑승구로 달려가니 벌써 문이 닫혔다. 승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짐을 놓고 내렸다고 부탁해 다시 문을 열고 비행기로 들어갔다. 자리를 찾아가는데, 통이 흘리고 간 자전거가방 끈이 보인다. 이론 나만 흘린 게 아니었네. 자리에서 무사히 일기장을 찾아 나왔다. 십년감수한 순간.

자전거를 찾고 출구를 빠져나왔다. 출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부모님께서 공항에 나오시겠다는 걸 리무진을 타고 가겠다고 나오지 마시라고 했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 이제 정말 한국이구나.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구나 안도감이 밀려든다.

마지막 남은 관문은 자전거 박스를 싣고 무사히 안양 시댁으로 가는 것. 리무진노선표를 둘러보니 '석수동'을 지나는 리무진이 보인다. 한 장에 9,000원씩 표 두 장을 끊고 8시 50분 버스를 기다렸다. 리무진이 도착해서 자전거를 실으려하니 한 대당 2,500원 해서 5,000원 추가 요금을 내라고 한다. 비싼 금액도 아니고 실을 수도 있다니 다행이다 싶다. 우리나라도 참 좋구나.

짐칸에 자전거박스를 싣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집까지 1시간 남짓 남았다. 인천대교를 건너 광명을 거쳐 안양으로 오는 길. 아, 봄이구나. 겨우내 메말랐던 산자락에 파릇파릇 새순이 돋은 나무들이 참 이쁘다. 어, 꽤나 나무가 많아 보이네. 이렇게 나무들이 많았나?

따뜻한 햇살이 드는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버스는 KTX 광명역을 지나치고 있다. 석수역 앞 중앙차로에 도착했다. 자전거박스를 번쩍 들어 길 건너 주유소앞으로 옮겨 어머니와 아버님을 기다렸다.

바람부는 안양대로에서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오매불망 자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시던 어머니, 아버님이 나타나셨다. 우리 어머니, '아이구, 우리 애기! 별일 없었어?' 하시며 꽉 끌어안아 주신다.

아버님 차 뒷좌석에 자전거 박스 하나, 자전거 박스 풀어 자전거 한 대를 실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1년을 떠돌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 전 그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댓글 19개:

  1. 무사히 돌아오셨네요 !!
    처음 뵜을때만 해도 아직도 한참 여행하셔야 겠구나 싶었는데...벌써...정말 시간이 무색하게..벌써..네요 !!저희들은 모두 (?) 잘 지내고 있고..
    저는 5월10.11.12 일 지리산 둘레길 다녀올것 같습니다.한국에..집에 돌아왔음을~~맘껏 느끼시고..언제 시간내서 뵈어요^^
    - 산티아고에서 만났던 안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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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현주씨, 반가워요. 다들 잘 지내고 있다고요? ㅋㅋ여전히 만나고 있구나. 다들 궁금하네요. 상옥씨는 결혼했는지, 국선군이나 양군이나 다 잘지내고있는지 현주씨도 잘 지내고 있죠? 내일이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인데..., 어떻게 연락을 해서 만나면 좋을까 싶네요. 저도 지리산에 한번 가볼까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랑 연락이 되면 언제 만나면 좋을지 날짜 잡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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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욧!
    양군입니다. 여기 다 읽어보니라 죽는줄 알았어욧!!!
    아 너무 환타스틱하셔라~ ^^*
    사실 자주 BLOG 스토킹 했는데 답글을 안달아서 제가 누군지 기억못할수도...머 여튼.
    드뎌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하고싶은야기 들을야기가 너무 너무 많고 기대되네요~
    참 5월14일 금요일 약속(바로셀로나에서숙대까폐언니랑했던) 기억하시는지요?
    상옥씨랑 은정씨랑 함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날 약속이 유효한지 알려주세욧!!!
    그럼 변덕스런 한국날씨에 감기조심하시고 오늘은 매콤한 닭도리탕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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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드라이하시는 형님이랑 TV보시는 누님사진 너무 인상적이어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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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양군, 오맛, 이게 누구야! 올라올라! 우리가 그렇게 찾아헤매던 양군이네요. 양군이 우리한테 멜 보낸다고 해서 메일 박스만 죽어라 보고 있었는디...멜은 안 보내고 우리 블로그 눈팅만 했구먼...ㅋㅋ. 이렇게 우리가 들어오길 기다렸다니 정말 고맙구만요. 암튼 진짜 반갑다...그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만남이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는디...근데...우린 7일인줄 알았는데, 7일이 아니라 14일이었나 보네요. 우린 낼 모임 연락이 안 되어서 담으로 미뤄야 하나 생각했는데, 14일 좋죠. 영인씨한테도 연락해서 찾아간다고 해야겠다. 홍합짬뽕도 먹으러 가야 하는데...매콤한 닭도리탕 받고, 쫄깃한 돼지껍질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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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ㅎ. 날씨가 완전 좋아서.. 집에 있기가 아까울 지경이예요 ㅎ. 돗자리 싸들고 어디든 갑시닷!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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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 드디어 건강하게 안전하게 돌아오셨군요. 조금 늦었지만 인사드립니다. 사실 그동안 제 일 때문에 또 블로그가 좀 접근하기 어렵게 왔다리 갔다리(^^) 해서 잘 오지 못했습니다. 이제 찬찬히 그동안 여행하신 기록 읽어볼 작정입니다. 제가 떠나실 때 인사를 드렸는데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흘렸네요. 작년에 나무님 어머님 산소 (고양시 고봉동) 찾아가실 때 새로 개통 예정인 경의선 타고 오시면 편하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이제 정말 경의선이 개통되어 찾으시기 편하게 됐습니다. 예전 일산역이나 새로 생긴 풍산역(일산역과 백마역 사이에 새로 개설.백마 애니골이란 곳이죠)에서 내리셔서 버스 타거나 택시 타시면 20분 이내에 가실 수 있습니다. 버스 번호는 솔직히 제가 잘 모릅니다(^^) 암튼, 건강하게 귀국하신 일 환영합니다. 모국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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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위 작성자...그런데 아이디가 바뀌어 나오네요. 네이버블로그에서 [올드벗굿]이란 아이디로 인사드렸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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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은영, 어제 친구 잘 만났어? 꼼짝 마 하고 혹시나 본방할까 순진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여전히 파업중. 흑흑. 아쉬운 마음에 시누네 가서 밤에 쿡으로 꼬리잡기 보다가 잠들었어. 짜파게티, 짜파게티 노래를 부르다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밤 12시에 짜파게티 하나 끓여 먹고...흑. 얼렁 관악산이고 어디고 가야할 것 같아. 몸은 자꾸 무거워지고...
    올드벗굿님, 이제 kap 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반갑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 아버지를 만났고 지방선거일에 엄마 산소에 가기로 했는데, 알려주신 대로 가볼게요. 하시는 일이 너무 바쁘시지 않으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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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양군입니다~
    약속은 유효한거지요?
    상옥씨랑 은정씨랑 14일 금요일 저녁으로 알고 있습니다.
    숙대입구 까페로 찾아가면 될까요?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시면 좋겠어욧!!
    벌써부터 기대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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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당신들을 위해 무한도전 모아놨는디.. 오면 깜짝 선물할라구.. 물론 1년치는 안되고 약 4-5개월치는 될 듯.. ㅎㅎ.. 일찍 생각했더라면 죄다 모았을텐데 10월 어느날 갑자기 생각나더라구.. 아마도 벼농사 프로젝트 때부턴가 그럴까얌.. 캬~~ 어서 오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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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블로그 관리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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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양군/일기장을 뒤져서 영인씨 전화번호 찾았어요. 전화해서 약속 잡을게요. 전화 한번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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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양군/영인씨랑 통화되었구요, 14일 금요일 7시쯤이면 되나요? 장소는 숙대역 삼일교회 앞 늘보카페예요. 4호선 숙대 입구 10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는데,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올릴게요*^^* 하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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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양군 포함 산티아고 라오스에서 만난 반가운 사람들 보삼.

    리스본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잡았던 약속이,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만남으로 이루어지고,
    2010년 5월 14일 서울 카페 늘보에서 보자는 약속까지 눈앞에 다가왔네요.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참 설레는 일이네요.

    날짜 : 5월 14일 금요일 오후 7시
    장소 : 카페 늘보
    찾아오는 길 :
    4호선 숙대입구역 10번출구로 나옵니다.
    ->-> 입구에서 나와서 절대 직진하면 안되고,
    ->-> 왼쪽으로 꺽어서 십여미터가면 있는 굴다리(기차길 아래 통로)를 통과
    ->-> 횡단보도 건너편에 주황색 빠나미 빵집이 보이면 OK
    ->-> 그렇다고 횡단보도를 건너시면 절대 안되어요.
    ->-> 오른쪽을 보시면 커다란 삼일교회 b관이 있답니다.
    ->-> 그 방향으로 대충 70 발자국 정도 오면 '한솔'이라는 용접가게가 보여요.
    ->-> 그 왼편에 있는 빨간 간판의 'cafe 늘보'가 금요일 모임의 장소!!!

    카페 늘보 02-703-5218
    늘보 마담은 011-9965-3160

    날씨도 오락가락하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그날 그곳에서 웃는 낯으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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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흐흐흐 양군임돠.
    통,나무 님 전번 접수완료.
    접선장소 접수완료.
    위 사항들 또한 다른 산티아고 요원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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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그럼 옥체보존하시고 오늘 저녁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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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1년이나 그런 자유를 누리실 수 있으셨다니...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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