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0일 토요일

101120. 행복한가요?

사실 요즘 많이 우울하다.
과연 이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었던가?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요즘 나는 주 3일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 나간다.
시작은 좋은 어린이 자연생태책을 기획해보겠다는 취지였는데,
시작부터 완전히 꼬여 버렸고, 일의 방향도 애초 생각했던 방향보다 다른 길로 가고 있다.
그 시작이란 함께 일을 하자고 했던 친구가 출근 다음날부터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서
그럼 친구와 함께 일을 해볼까 하고 나갔던 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버렸고,
일의 방향도 기획이 아니라 빨리 적은 돈을 들여 개발할 수 있는
외국 저작물을 찾는 일에 주력을 하고 있다.

이제 슬슬 일을 해야지 마음먹던 시기도 아니었고,
오로지 함께 하자는 친구와 일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일이 어긋나게 되자 그 마음을 추스리는 것도 많이 힘이 들었다.
마음 추스리는 것도 많이 힘들었지만, 1년 반 이상이라는 시간을 여유롭게 지내다
주 3일 안양에서 상암동까지 출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그동안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내다
새로 시작한 게 길학교 도서관 나무와숲 주 1회 자원활동이었고,
그러다 의욕이 뻗쳐 시작한 프랑스어 동아리 모임을 하고 있었다.
모두 화요일이니 화요일을 빼고 주 3일을 출근하는 게 뭐 힘들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더 나를 힘들게 한 건 주체할 수 없이 불어난 나의 의욕과다였다.
친구가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남과 동시에, 나도 자연생태기획을 그만둬야겠다 하는 생각이 컸고,
그 대신이 참에 미루어두었던 내가 하고 싶었던 어린이책 기획을 하자 하는 마음에
다른 곳과 기획을 해보겠다고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다른 곳에 러프한 아이디어를 보냈더니 그중에서 자전거를 기획해 보라고 해서
역시 새로운 의욕으로 가득찼다.
그래,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구나. 내가 그렇게 만들어보고 싶어했던 자전거책을 만들어 보라니.
나의 여행 경험, 그동안 내가 모은 자료, 나의 열정으로
열심히 기획해 가면 되겠구나... 했는데...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만 않았다.

남들이 들으면 그렇게 게을러서 엇다 쓰냐고 비웃겠지만,
한 시간 30분 걸리는 출퇴근 거리가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지금은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쪼금 적응도 되었지만.
집에 돌아와서 자전거책 조사도 하고 책도 보고, 아이디어도 내야 하고, 기획안도 써야 하는데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할 힘이 생기기 않았다.
그럼 주말에 하면 되지 않냐고?
말이 주 3일이었지, 월, 목, 금을 출근하는데,
화요일 도서관자원활동 가고, 수요일 도서관지킴이 모임을 하고 나면
결국 나는 주 5일을 일을 하는 셈이니 주말이면 녹다운이 되었다.
그 부작용으로 무한도전을 본방사수만 하다가, 나중엔 집에 들어오면 의미없이
무한도전을 무한반복해서 멍하니 보는 날이 이어졌다. 본 걸 또 보고, 또 보고.
첨엔 것도 재미있었지만, 나중엔 이게 뭘하는 건지...그러면서도 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출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곡기를 끓여먹은 흔적은 오래전으로 사라지고,
예전 내 삶을 직장이라는 악마에게 저당잡히고 생활했던 그때의 악몽이 다시 현실이 되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이게 아닌데.
일단은 이 상황이 뭐가 문제인가? 내가 최선을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했다.
그때의 해답은 내가 너무 게으른 거였고,
나의 게으름을 타파하고 밤을 세워서 자전거 기획을 하면 되는구나 하는 거였다.
결론이 여기에 다다르자 나는 더 괴로워졌다.
결국 내가 게을러서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내가 살리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은 무엇인가?
그러다 보니 회사 일에도 집중이 안 되고, 세상만사 모든 것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면 모진 것 같아도 그리 모질지 못하고 치열하지 못하고,
밤을 새워까지 기획을 할 의지도 없고,
무엇보다 난 그렇게 살기 위해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게 아니다!

지금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은 도서관 자원활동과 자전거 기획이고,
재미있는 일은 프랑스어 동아리(그놈의 오지랖으로 내가 모임을 주관하고 진행하고 있다)이고,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것 같은 일이 자연생태기획인 거 같은데...
1년 반 이상 놀다 온 사람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일은 한다는 건 미친 짓이야!!!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떨어내야 해.
도서관 자원활동도 힘들면 이번 학기까지만 하겠다고 하면 될 거고,
프랑스어 동아리도 올해까지만 하면 되니 별 문제 없고,
자연생태기획은 12월까지 계약을 했으니 그때까지만 참으면 되고,
지금 상태에서 부담만 되는 자전거기획을 떨어내야겠다 마음먹었다.
나를 믿고 기획을 해보라고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못하겠다는 말을,
것도 내가 먼저 말을 꺼낸 건데.......쉽지 않았지만,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용기다 싶어 메일을 보냈다.
그러고 나니 그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무한도전을 끊게 되고,
오히려 책에 대한 나의 애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참 신기하지....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가득찼던 상황에서
그 일을 떨어내고 나니 새로운 의욕이 생기다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연생태기획에 몰입하려고 하고 있다.
비록 회사의 방향은 번역물을 찾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난 계속 머릿속으로 어떤 방향으로 기획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다.

요즘 나는 내 주변에서 행복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내가 행복하지 못해서일까? 나는 기쁘다, 나는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겉으로 보아도 안 행복해 보이고,
시골에 귀농해서 사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도 시골의 삶도 퍽퍽하다 하지,
사람만이 희망이다, 희망을 발견하겠다고 대안교육바닥에서 일하고 있는 통도
이건 미친짓이라고 매일같이 절규한다.
삶의 고단함을 모르는 3~4살 아이들이나 하루하루가 즐거우려나. 슬프다.
어떻게 하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여행을 할 때는 무한도전만 보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무한도전만 보는 건 나에게 행복이 아니었다.
현실도피를 위해 무한도전을 보니 행복할 리가 없지.

현실은 녹녹치 않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변하고, 점점 더 새로운 것만을 원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어렵지만, 내가 변하는 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쉽다.
내가 행복한 길을 찾아 가면 내 삶은 행복해지는 게 아닐까?
지금 나의 행복이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주변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나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내 안의 욕심을 버렸다.
행복과 욕심은 동전의 양면 같다.
전에는 돈, 명예, 일에 대한 욕심으로 더러움, 치사함도 참고, 즐거움도 모르고 일했다.
그러나 난 행복하지 않았다.
욕심은 행복이 아닌 불행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겁게 하는 것이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 이기적이라 해도.

나를 비롯한 내 주변사람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모두 행복한가요?

댓글 6개:

  1. 엇.. 난 행복한대.. 진짜 많이.. 몸이 많이 피로하긴하지만 이 삶을 선택한 건 행운이었다고 생각해..ㅎㅎ.. 그대들에겐 긴 여행의 후유증일 테고.. 조금씩 천천히 다시금 자신들에게 던져지는 질문들로부터 한가닥한가닥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게 과제일세.. 어쩜 지금 살짝 복잡한게 그대들에게 약이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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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마우이, 수진. 그래, 수진은 행복하다 했지...다행이야...나나 통은 갑작스런 이 빡센 삶에 감당을 못하고 있어. 주변은커녕 나를 돌볼 시간도 없으니까. 긴 여행이 주는 후유증... 과도기라 생각해...우리가 긴 여행을 떠난 건 다시 바쁜 삶을 살려 했던 건 아니니까...과연 뭐가 문제일까 내가 원하는 삶은 뭔가 그렇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하나하나 풀어나가야겠지. 좋은 결과가 있길 나도 바라. 현실도피가 아닌, 내가 중심에 서서 내가 선택하는 삶. 수진의 행복 바람이 여기까지 전해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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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행복 간증코너 같아.
    나도 행복해요. 바빠도. ㅎㅎ
    나름 재밌어.
    바쁜데 일맞춰가는 재미.
    편집자랑 함께 한 책을 만들어가는 우여곡절..

    우리 말하기가,
    이것때메 열받어, 이런 기가막힌 경우가 다 있어?
    등등의 얘기로 이야기의 불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게
    좀더 익숙해서일까?

    사실, 차를 새로샀어, 곗돈탔어, 또 뭐 가 있을까나?
    그런 등치큰거 말고,
    소소한것에서 행복함을 많이 느끼는데,,
    친구들이랑 있을 때나 뭐할때,
    그런 걸 말하며 훈훈해지는건 좀 어색한것 같아요 ㅎ

    오늘, 출근길에, 어떤 직장인 아저씨가,
    바바리 코트 뒤 허리끈을 예쁜 리본으로 묶고 지나가는 걸 보고
    그걸 묶어준 사람은 누굴까, 저 아저씨는 저 사실을 아나..
    막 상상하면서 재밌었고, 그런 의외의 모습을
    찾으면서 나름 행복했어.

    근데, 정말,, 너무 소소한 것들이라서,,
    말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뭔가 훈훈하게, 미소짓고 '그랬어?' 하고 넘어가는 그런 대화보다는
    박장대소, 아니면 고민고민 뭐 그런것에만 익숙해서인것 같기도 하고.

    ㅎㅎ.

    나도 여행갔다온 후의 회사생활에
    적응안되서,, 못난이병이 심각하게 걸렸다가 ㅎ
    다시 좋아져서
    다행이다.. 하며 즐기는 중 ㅎ

    언니도,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자리를 잡아가겠지.
    미친듯이 부딪히다보니까,
    내가 외면하던 내 모습을 보게되서,,
    지나고나니..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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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마 회사를 그만 두기 전이라면, 주 3일 출근을 하고, 얼마간 자원활동을 한다...이것도 꿈꾸는 행복한 삶 중 하나였을 거야. 지금 힘든 건 여행의 후유증이지.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가 하닌, 이 바쁜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솔직히 말하면, 여행 전부터, 회사를 그만두기 전부터 생각했던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뒹굴거리자인데,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게 너무 싫다 이런 거지 머. 일을 하니 얼마간의 돈을 벌게 되는 것도 사실인데 말야. 바쁘게 지내고 싶어 안달이 난 게 아니라구...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면서 말야. 나란 사람은 뭔가 그림을 그려놓고 맞추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서 여행을 하면서 내가 그린 그림은 이런 그림이 아니란 말이야..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거지.
    뭐, 다시 최면을 걸어야지.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 단순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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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때론 흐르는대로 자신을 둘 필요가 있어. 그 흐름이란게 내가 만든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쩜 어디로 가든 지나야만 하는 거지 않을까? 지금의 삶이 내가 원하던게 아닌데 하는건 어쩜 일을 하든 안하든 겪어야 하는게 아닐까?? 왜냐면 나무가 기대하는 삶이 있으니깐 현재는 그모습과는 다른게지.. 미래에 대한 어떤기대를 하지 않는 그 경지에 이르면 그냥 하루하루가 그저그런 소소함으로 차오르는데 그것도 그런대로 재밌더라구.. 여하튼 지금은 지금대로 흘려보내고 이런시간이 있기에 앞오로 올 시간이 더 소중하고 행복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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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고마워, 좋은 말이야. 아무 기대 없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겨 보는 거. 내가 원했든, 안 원했든, 내가 선택했든, 안 선택했든. 살짝 나하고 힘든 부분도 있어. 되든 안 되는 난 늘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리고 그렇게 살기 위해 참고, 노력하고 그랬었던 거 같거든.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많이 두렵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설레기도 했지만, 결국 난 회사를 그만두었고, 여행을 가기 전에도 많은 두려움과 불안, 설렘 속에서 나는 설렘을 선택했지.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지금, 또다시 나는 빡빡하게 내 미래를 설계해놓고, 미래에 대한 불안, 조급함 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이 현실을 인정하고 편안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할 텐데...그러기 위해 좀더 바빠져야 할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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