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1일 월요일

D+246~252. 100101~07. 말레이시아 팡코르 섬에서 보낸 일주일

10년 1월 1일 새해 첫날,
도무지 새해 첫날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무더위지만,
마음만은 새롭게 단장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목적지는 사박 버남에서 90km 정도 떨어진 작은 섬 팡코르.
다소 먼 거리이지만, 갈 수 있는 만큼 가자 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동안의 짧은 자전거 여행 일정은
.
.
09년 12월 27일 일요일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무조건 태국을 향해 북쪽으로 달렸다.

첫날은 겨우 쿠알라룸푸르를 벗어나 숭가이블루에서 운좋게 맘씨 좋은 중국인 가족을 만나 게요리까지 거하게 대접받고,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다시 자전거여행을 시작하는 자축.

둘째날은 쿠알라 세랑고르, 숭가이 블루에서 아침 8시 30분쯤 출발해 50km 달리고

가쁜하게 12시쯤 도착해 숙소 잡고, 점심 먹고, 낮잠도 자고 아주 훌륭했던 날.

그리고 사흘-우리에게 자못 특별한 09년 마지막날까지-
사박 버남이라고 하는 작은 도시에서 보냈다.
사흘을 머문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쉬고 싶어서.
호텔 근처 작은 절 축제라고 사자춤도 보고, 용춤도 보고, 점심, 저녁도 얻어 먹고 good!

사박 버남에서 떠나 도착한 팡코르 섬. 중간에서 쉴 수도 있었지만,
섬에서 쉬고 싶다는 욕심에 달리고 달려 90km를 넘게 달렸다.
섬에 도착한 뒤, 모처럼 통이랑 의기투합해 오케, 여기서 1주일 쉬는 거야~.

2010년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1월 7일 일주일 동안
말레이시아 작은 섬 하나를 빌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그냥 작은섬 팡코르에 몸땡이 두 개 살짝 얹은 채로 보냈다.

지난 8개월의 여행 중,
돈을 내고 한곳에 머무른 가장 긴 기간이었고,
무엇보다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 내 인생에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유유자적한 시간이었다.

하루는 연휴로 숙소가 꽉차 텐트를 빌려 캠핑,

나머지 6일은 나름 우리여행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 투숙!
에어콘은 있지만, 우리가 싼 방을 원해 에어콘 안 되고, 선풍기만 하루 약 35RM(14,000원).

자전거 타고 18km 정도 달리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작은 섬에서
일주일 동안 무엇을 했을꼬 하니...


그저 빈둥빈둥,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더우면 바닷가 가서 수영하고...
아무 할 일도 없고, 딱히 해야 할 것도 없고,
고민거리가 없어 고민하던 그런 시간이었다.

일찍 자고, 늦잠자고, 낮잠자고,
못 알아먹는 말레이 방송도 보고,
컴퓨터로 영화도 보고,

다양한 면요리, 볶음밥,
아이스커피 한잔에 신나라 하고

선선한 아침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엄청 큰 지렁이를 만나 깜짝 놀라기도 하고

오후 8시, 신기하게도 밥때를 알고 찾아오는 새도 구경하고

한낮이면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고

...실은 그냥 바닷물에 몸 담그기

자전거 타고 섬도 한 바퀴 돌고

넘들 신혼여행처럼 보트 타고 섬도 구경하고,

스노쿨링이라는 것도 첨 해보고

호텔 주인장 할머니 손녀딸 아미라랑 수영도 같이 하고,
17살인 아미라는 학교를 안 다닌다고 한다.
무슬림이면서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남성보다는 여성을 더 좋아하는...호기심 많은 거칠 것 없는 10대.
다시 쿠알라룸푸르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안내해주겠다고 ok, ok~~




바닷가에 앉아 지는 노을 바라보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금방...지나가버렸다..

앞으로 우리 인생에 이런 날이 다시 올까?

댓글 8개:

  1. 찡찡입니다.복많이 받으시란 말 안해도 될 듯.ㅎㅎ.
    그곳 풍경을 보니 제주도가 그 나라 흉내를 내고 있는듯..
    비슷한 구석이 있네요.
    무탈하게 잘 지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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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최교/방가, 베트남 여행 잘 마치고 돌아왔수?
    찡찡님/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나요? 뭐랄까 말레이 사람들은 순수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나름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는데, 순박하게 한다고 할까요? 돈 받는 것도 소심하게...ㅋㅋ. 자연환경이 복받은 나라만은 틀림없는 것 같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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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은영이예요 ㅋㅋㅋ
    예전에 서울에서 언니 블로그 올땐 몰랐었는데
    이곳에서 블로그를 들어와보니..
    뭔가 굉장히 재밌어요.. ㅎ
    언니도, 나도.. 같이,
    오늘 밤엔 어디에서 잘까?
    오늘은 뭘먹고, 누구를 만나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고 다니는 떠돌이 여행자 신세여서인것
    같아요 ㅎ

    ㅋㅋㅋㅋ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고.. ㅎ
    오늘 13시간 버스를 타고 다람살라에 가요..
    윽.. 잘 버티겠죠.. ㅎㅎ 잘 못버텨도... 어쨌든 가있겠죠??ㅋㅋ




    또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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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은영! 나도 은영 블로그에서 봤어!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 다행이야. 인도가 그렇게 편한 한 느낌이라니 놀라워.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 인도~.

    맞아, 오늘은 어디서 잘까, 뭘 먹을까...여기선 누굴 만날까...ㅋㅋ...힘들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나가게 되는 것 같아. 새로운 호텔을 잡으면 또 거기가 내집같고...
    은영의 여행 유전자도 남다른 것 같아~~~
    진작 떠났어야 하는 사람~~

    참, 사기도 당했다며? 조심, 조심하고,
    좋은 시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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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보다 더 유유자적 할 수는 없다..ㅋㅋ 정말 제가 꿈꾸던 휴식인데요. 작년 회사에서 짤린 후 인생의 쉼표가 필요했던게 아닐까? 하고 나름 쉰다는게..이건 노는것도, 쉬는것도 아닌 어정쩡 백수..--;; 두분 부럽사와요._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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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마지막 사진 너무 유쾌해 보여요

    므앙씽에서 만난 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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