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2일 금요일

D+258~263. 100113~18. Pulau Pinang, 페낭 섬에서 5일치 숙박비를 술값으로 날리다

nibong tebal에서 데이비드의 극진한 환대, 눈 돌아갈 것처럼 바쁜 스케줄에 살짝 부담스러워, 첨엔 이틀을 머물자 하고 갔다, 한 1주일 머물자 했다 4일만 있다가 페낭으로 가기 위해 데이비드의 집을 나섰다.

nibong tebal에서 penang 섬까지는 40km 정도 거리. butterworth에서 페리를 타고(사람 1.20RM, 자전거 1.40RM) 20분 정도 가면 페낭 섬이다.


데이비드가 일러준대로 버스 터미널 뒷길을 찾아 페리 터미널로 가 페리를 타고 페낭에 도착해 love lane(love lorong)으로 갔다. 외국인이 많이 눈에 띄는 게 관광객이 많이 오는 섬인가 보다. love lane은 페리 터미널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싼 게스트하우스가 많았다. 하지만 모두 풀이라며 방이 없다고 한다. 싼 게스트하우스는 기가 막히게 언제나 풀이다. 다들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가격은 룸 18RM, 도미트리 10RM 정도...비싼 곳은 30~50RM.

몇 군데 들러본 뒤에야, 처음 본 ping seng hotel이 그중 제일 깨끗하다는 걸 알고 거기서 묵기로 했다. 론리플래닛에도 실려 있는 곳으로, 중국인 3형제가 하는 아주 낡은 호텔. 하룻밤 20RM~25RM(with bathroom). 우린 공동샤워를 이용하는 20RM하는 방. 그동안 우리가 묵은 숙소 중에 이렇게 청소도구가 많이 눈에 띄는 곳은 처음인 것 같다. 빗자루, 세재, 걸레,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가 이들의 모토인가 보다. 인터넷은 안 되지만, 깨끗한 거, 길 안쪽이라 조용하다는 거. 그런대로 괜찮아 6일이나 묵었다.

쿠알라룸푸르 치콩네 집에 있을 때 밤마다 모기에 시달려서, 모기 퇴치를 위해 젤 첨에 산 것은 모기향. 근데 독한 향 때문에 모기가 죽기보다 내가 먼저 죽을 것 같다. 그담에 준비한 건 훈증기 모기향. 훨씬 낫다. 하지만 팡코르 섬에 있을 때 새벽즈음이면 모기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 역시 가장 훌륭하고 효과가 직빵인 것은 모기스프레이인 것 같다. 페낭까지는 훈증기로 버텼고, 랑카위에 도착해서 문이 열린 도미트리에 묵다 보니 안 되겠다 싶어 모기스프레이 작은 걸 6RM 주고 샀다. 일명 모기 퇴치 3종세트. 워낙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한국인답게 뭐든 3개씩 준비한다.

다시 핑셍호텔. 밤이면 훈증기를 켜고 선풍기를 틀고 자면 모기가 접근을 못한다. 한낮은 선풍기가 있건 없건 사우나지만, 밤과 새벽이면 서늘하다 못해 춥다 해야 하나, 침낭을 찾게 된다. 그런데로 이곳 날씨에 적응해가고 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5번 정도 한국에 짐을 부쳤나...줄인다고 줄이는데도 어느새 보면 짐이 늘어나 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세면 도구. 하나하나 장만하다 보니...

페낭섬은 역시 일주를 하면 70km 정도 되는 비교적 큰 섬. 애초 무인도였던 섬에 18세기경 영국인이 들어오면서 자유로운 무역이 가능한 신도시로 개척한 섬이다. 그리고 중국인과 인도인이 많다. 그 이유는 중국, 인도 무역상들이 머무는 곳이기도 했고, 영국인을 비롯한 유럽인들의 하인으로 일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당시만 해도 잘나가는 부유한 중국 상인의 자제들은 유럽으로 유학을 가기도 하고, 가정교사를 들여 자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말라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주 오래된 차이나타운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규모는 말라카의 10배 정도? 꽤 차이나타운이 크다. 페낭섬의 유명한 동네는 조지타운. 영국이 말레이시아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당시 영국왕인 조지에게 페낭섬을 바친 것이다. 빅토리아 시계탑도 있는데, 역시 빅토리아 여왕에게 바치는 시계. 통에게 들은 풍월로 이야기하자면, 당시 영국이 뜨면 그건 돈이 된다는 소리. 그래, 전세계 장삿꾼이 몰려들었다 한다. 지금으로 치면 맥도널드, 스타벅스, 세븐일레븐 정도 될까? 국가 개념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이 들어서면 장사 된다는 소리?

유럽과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중국인에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들의 억척성, 근면성, 복을 기원하는 순수성? 베트남도 목욕탕 의자 하나만 가지고도 쌀국수도 팔고 차도 팔고 장사도 하지만, 중국인 그들도 어떤 환경 가리지 않고 장사를 하는 것 같다. 세계 어디를 가도 싼 물건을 파는 중국인가게는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로 치면 1000원샵 같은 거.
핑셍 호텔 우리가 묵었던 10호실. 딱 들어갔는데, 장농 문이 다 깨어져 있다. 그래도 당당하게 손님을 받는다. 그래서 20RM이라는 금액을 유지할 수 있나? sabak bernam에서 묵었던 중국인 호텔도 그렇고, Kuala selangor에서 묵었던 중국인 호텔도 50년은 족히 된 것 같은 낡은 호텔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싼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유지보수를 안 하는 거. 리노베이션을 안 하는 거.

또 중국인이 하는 가게를 가면 문앞에 恭喜發財(gong xi pa cai, 부자 되세요!, 대박나세요!)라고 쓰여진 부적을 붙여놓은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건 우리나라 중국집도 마찬가지이다. 방문에도 붙여놓고, 등도 많이 달아놓고, 절에 가면 향을 사서 여기저기 꽂으면서 비는 중국인을 흔히 볼 수 있다. 부자 되길 바라는 마음,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늘 비는 것 같다. 그렇게 부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니 잘살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그들이 게으르냐 하면 것도 아니다. 아주 부지런하다. 그래서 중국인에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호텔을 경영하는 삼형제 중에 한 명. 매일같이 열심히 청소하시던.
손에 들고 있는 종이는 부적. 한달에 한 번 정도 태운다고 한다.

중국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말로 'selamat tahun baru cina!'
칼스버그에서 엄청 마케팅을 하고 있다.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대목 중 대목인가 보다. 엄청나게 카드랑 부적을 사가고 있다.

그들의 비즈니스 감각도 탁월하다 싶다. 말레이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 아주 소박하다. 동네 골목길 어귀 작은 가게에서 nasi lemak, nasi campur, mee goreng 정도를 판다. 하지만 중국인은 대륙인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가게 하나를 해도 엄청 크다. 돈이 돈을 번다고 가게가 크고 시설도 좋고, 종류도 다양해서 선택의 폭도 넓다. 말라카에 있을 때 차이나타운의 물건은 새로운 것도 많고, 아이디어상품도 많이 눈길을 끌었는데, 말레이 사람들이 하는 기념품 가게에 가보니 죄다 똑같은 것만 팔고 있다. 어느것하나 새롭다 호기심이 간다 싶은 게 사실 별로 없었다. 장사를 하려면 약간 억척스러움도 필요하고, 감각도 필요할 것 같은데 말레이사람들은 그냥 적당히 적당히 오늘하루 충분하면 그만이라는 느낌이다. 우리는 어떨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암튼 내게는 핑셍호텔의 다 부서진 장농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단적으로 중국인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자자자, 재미없는 이야기는 그만...다시 관광모드로...gogo! 페낭섬을 둘러보자고요~
먼저 george town. 오래된 중국인 가게가 많다.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한 달이 넘어도 모자랄 것 같다.

잠깐 페낭 조지 타운 구경




숙소 근처 절에서 사자춤 출 때 이용하는 탈을 쓰고 노는 중국 아이들을 만났다.
한쪽에서는 늦은 밤 높은 곳에서 사자춤 연습을 한다. 중국문화, 중국전통의 미래는 밝다고 해야 하나.


다들 페낭에 간다고 했더니 음식이 맛있다 한다. 중국인이 많아서 그럴까?
6일 동안 있으면서 3일 이상 vegeterian restoran에 갔다.

음식도 담백하고 맛있고 값도 싸고 해서 몇 번이나 찾아갔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내가 자전거를 열심히 잘 탄 날 볼 수 있는 통의 행복한 표정.

sapo mee, 라면 같이 쫄깃하고 국물도 시원하고 해장으로 그만이다.


wolfram, this food is vegeterian food. very delicious!
in malaysia, you can find a lot of vegeterian restoran on the street.

그다음은 경제적이고 맛있는 면 3종 세트.

밤이면 mee(노란색 밀가루면), bihun(얇은 쌀국수), koay teow(칼국수처럼 넓적한 쌀국수) 3종 세트를 대자 2.00RM, 중자 1.50RM, 소자 1.20RM에 판다. 양도 엄청 많고, 고추 피클, 칠리를 끼얹어 먹으면 맛있다.

60년째 이어오는 국수집도 있고,

1RM에 직접 과일을 갈아서 쥬스를 만들어주는 포장마차도 있고 good이다.


그럼 목마름은 어떻게 할까? 슬슬 말레이시아 여행에 익숙해지고, 목도 마르고 마시다 보니 5일치 숙박비를 맥주값으로 날렸다! 우리가 묵던 호텔 바로 옆에 거의 오후 3시까지 닫혀 있는 ken reggae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kelvin이라는 귀엽게 생긴 중국인 아저씨가 지나가는 우리를 보고 chang beer가 5RM이라며 나중에 와서 마시란다. 매일 ken을 기웃거리면서 kelvin 아저씨 이야기 듣는 게 재미있었다.

캔 하나둘 마시다 보니 둘이서 8개를 마셨다. 기분좋게 마시고 면 3종 세트 먹고 들어가 잤다.

다음 다음날 ken에서 프랑스형제 줄리앙과 클레몽, 일본 여인 아키코와 함께 드링크, 드링크, 12캔을 마셨다. 20캔*5RM=100RM, 우리가 하룻밤 자는 데 20RM이니까 무려 5일치 숙박비를 술값으로 날려버렸네..ㅋㅋ. 술값이 비싼 건지, 숙박비가 싼 건지 알 수 없는 말레이. ㅋㅋ.

일본여인 아키코도 그렇고 줄리앙과 클레몽도 태국을 여행하고 태국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조지타운에 온 건데, 줄리앙은 인터넷 카페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고, 아키코는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바람에 랑카위로 가는 아침배(8:30)를 못 타 10일째 페낭에 머물고 있다 했다. 대부분 장기여행자들이 태국 섬에서 머물다 비자를 갱신하려 조지타운으로 온다고 한다. 다시 3개월짜리 비자를 받아 머물다 다시 비자연장하러 오고. ko pangan이라는 섬은 drug을 하는 여행자들이 많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랑카위에 머물고 있는데, 같은 게스트하우스 게스트 중 한 영국여인이 입은 원피스가 너무 이뻐서 어디서 샀냐고 물으니 코 판강에서 샀단다. drug은 관심없지만, 원피스가 너무 이뻐 나 코판강 가야 하나~~~

핑셍 호텔에서 한 한국인 여행자도 만났다. 라오스를 25일 정도 여행하고 말레이-싱가폴을 여행하고 치앙마이로 간다고 하는데, 하루 같이 다니면서 penang hill도 구경하고, 저녁도 같이 먹었다. 모처럼 한국인을 만나 함께 다니니 반갑고 좋더라.

페낭섬 중간에 있는 페낭 힐은 821m 정도. 스트레이트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왕복 4rm. 정상에 올라가면 페낭 시내를 둘러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정말 시원하다. 고작 800m 올라왔는데, 이렇게나 시원하다니. 네팔이나 그런 곳은 얼마나 시원하다 못해 춥겠지?


여행 전 섬유회사에서 일했는데, 베트남 호치민에서 4년 정도 파견근무하고, 회사 때려치우고 여행중이란다. 라오스 여행할 때 같이 다니던 일행이 흥정의 달인이었는데, 무조건 가격을 물어본 뒤 'wow, expensive!'라고 하며 가격을 깎는다고 한다. 그리고 깎은 돈으로 beer lao 사서 마시기. 여행자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beer lao가 가장 맛있는 맥주라고 한다. 나도 라오스 위앙짠, 루랑푸라방 해서 한 5일 정도 여행했었나, beer lao를 마시긴 했는데, 그때 워낙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여러 나라 맥주를 마시는 바람에 기억에 남진 않는다. 다만 라오스 물이 깨끗해서 비어라오가 맛있다 하는데, 통이랑 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볼프람이랑 한 병에 28센트, 20병 한 짝에 5유로 좀 넘게 하는 맥주가 맛있었던 것 같다. 암튼 그는 이틀 머물고 다음날 밤버스로 싱가폴로 떠났다.

동양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kek lok si(極樂寺)에도 다녀왔다.

페낭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그걸 몰라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코스를 이틀에 걸쳐 다녀왔다. 엄청나게 규모가 큰 절로 불상도 크고, 파고다도 크고 지금도 짓고 있다.



엄청 많은 중국인, 외국인들이 기왓장에 이름을 쓰며 복을 기원하며 100RM 이상 낸다.

그 절을 다 지으려면 아직도 많은 기왓장이 필요할 텐데. 대부분 리프트(왕복 4RM)을 타고 올라가는데, 우리는 탑을 보는 데 2RM씩 썼기 때문에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뙤약볕에 걷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래도 올라가서 보니 페낭시내도 볼만하고, 불상 주변 작은 가든에서 쉬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내려올 때는 다시 걸어서.

돌아보니 페낭, 꽤 볼거리도 많고 이야기거리도 많은 섬이었네.

welcome to my paradise
http://www.youtube.com/watch?v=MvOJoXKiN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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