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6일 화요일

D+322~326. 100318~100322.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무앙응오아누아 사람들

얼레벌레, 알음알음, 코끼리 뒷걸음치다 바나나 밟은 격으로 찾아간 무앙응옹이누아. 반지의 제왕에서 본 것 같은 산들로 둘러싸인 곳, 조용히 메콩강으로 흘러가는 오 강, 시간이 멈춘 곳 같은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5일. 그저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간. 짧은 시간, 여행자인 내가 속속들이 알 순 없지만, 내눈에 들어온 그들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자꾸만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되었다. 산 물건을 담아주는 비닐, 비어 라오 빈 명만 없으면 모든 것이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것 같은 자연 그대로의 마을.

여행을 하면서 없던 습관이 생겼다. 아마도 유럽이나 말레이시아를 여행할 때도 없었던 것 같은데, 태국에 오면서부터 아침에 동네를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직 사람들이 활동하기 전 조용한 동네를 둘러보는 건 꽤나 괜찮은 즐거움이다. 지금 머물고 있는 태국 북부 매쌀롱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도 그럴 것이 아침 장이 5시부터 8시까지 서기 때문에 그전에 일어나서 둘러봐야 한다. 숙소 창문 바로 밑이 오토바이 주차장이기 때문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도 없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국에 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TV를 켰다. 그리고 주로 케이블 버라이어티 채널을 보았던 것 같다. 왜 한국에선 산책을 하지 않았을까? 볼 게 없어서? 쉬는 날이 고작 주말뿐이니 주말 아침의 느긋함을 즐기고 싶어서?

무앙응오이누아의 아침
라오스의 아침은 이놈의 수탉 홰치는 소리로 시작한다. 그런데 그 수탉 홰치는 소리가 아침 5시, 6시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새벽 3시, 새벽 4시 자기 맘 내키는 대로 울어댄다. 한 놈이 울기 시작하면 저 멀리서 다른 놈이 응답한다. 그러면 또 다른 놈이 응답하고, 그러면 다시 처음 울던 놈이 울어대고. 어찌나 일찍부터 울어대는지 닭만 보면 잡아먹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끄럽다.

오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자가발전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무앙응오이 사람들은 아침잠이 없다. 해가 뜨기 전인 5시부터 일어나 활동을 하는 것 같다. 6시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일어나 씻고, 아침 먹고, 동네 마실을 다닌다. 그리고 저녁 6시가 넘으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머리에 아주 근사한 헤드랜턴을 끼고 밤 골목골목을 누빈다. 누가 무앙응오이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반딧불이가 헤드랜턴 불빛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제물로 끌려가는 놈

이른 아침 여인들은 동네 공동수도에 와서 밥할 물을 통에 담아간다.
라오스 전통 '탁밧'. 스님들의 수행중 하나로, 아침마다 마을을 다니며 그날 먹을 양식을 받아온다. 세계문화유산 도시 루앙프라방이 가장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라오스 어느 작은 마을을 가도 이런 스님의 탁밧 행렬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전통에 가슴에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요기가 무앙응오이 가장 번화가. 한 500m 정도 되려나. 비포장이지만 신작로처럼 잘 닦여져 있다. 이 거리에 여행자를 위한 가게,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현지인들의 아침을 해결해주는 길거리 쌀국수 가게가 열리고, 사람들 만남의 장소가 되어 주는 거리다.

밭에서 키운 상추를 따서 물에 서너 번 흔들면 끝!
설거지거리, 빨랫감을 가져와서 선착장으로도 쓰이는 나무판위에 올려놓고 씼는다.
오후 5~6시, 해질녁이면 목욕 치마를 입고 강으로 내려간다. 그리고는 강물에 이도 닦고, 머리도 감고, 목욕도 한다.

우리가 인어공주라고 불렀던 귀여운 여인. 엄마는 선착장 기슭에서 물, 비어라오, 배에 들어가는 기름을 판다. 10살이 넘어 보이는 오빠가 있는데, 이 여인이 똥을 싸면 강으로 데려와 닦아주고, 야무지게 동생을 허리에 안고 다닌다.

요렇게 말이다.

무앙응오이누아의 아이들
학교 가기 전 개구장이들은 길거리 국수집에서 2,000kip(우리 돈 300원 정도)을 내고 국수 한 그릇 뚝딱 비우고 학교로 간다. 집에서 만든 찰밥을 손으로 조물거리며 같이 먹기도 한다. 강물에서 잡은 멸치 크기한 한 생선과 물소 선지로 국물을 낸 얼큰하고 시원한 국수였다. 물론 어른들도 이렇게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 어른은 5,000kip.

아침 등교길에 만난 아이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붙어 있다. 걸어서 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
엄마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아이가 있는 건 우리나 라오스나 마찬가지인 듯.

학교는 대략 이런 풍경.
학교 가는 아이들의 발길을 붙잡아 세우는 학교 앞 천국

이건 번외. 우리가 머물렀던 시기가 주말이었는데, 중학교 아이들이 캠프를 하고 있었다. 팀을 짜서 눈을 가리고 앞사람만 따라가야 하는 협동 게임.


번화가에 나서면 씨앗을 가지고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놀이 중 하나는 신발 치기.
목에 줄을 맨 닭을 애완견처럼 옆에다 끼고 다니면서 싸움을 붙인다.
방비엥 튜빙의 원조
강가 모래톱은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된다. 흙 하나만 가지고도 잘 노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다. 손에 흙묻히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던대...

이 여인과 남자아이는 남매다. 라오스, 태국 말로 서양인을 '화랑'이라고 한다. 너무도 귀여운 아이. 이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대나무에 구멍을 내어 문으로 이용하고 있다.

마을 뒷편에 사는 가족. 왼쪽의 여인은 나랑 나이가 거의 비슷했다. 내가 들어서자 '사바이디' 하며 반겨 주셨다. 다리가 아파 잘 걷지 못한다고 했다. 젊은 여인은 조카쯤 되는 여인인데 귀부터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
내 눈에 들어온 라오스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잘 눈에 띄지 않아서 그런가? 무거운 짐도 척척 나르고, 공사장에 모래도 져나르고, 푸대자루에 벽돌도 담아 져나른다. 남자들은 그물을 손질하는사람이 많았다.

재봉틀을 밟아 옷을 수선하거나 간단한 소모품을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
'카이'라고 매생이 같은 것을 김으로 만들고 있는 과정이다. 강에서 자라는 풀을 채취해 방망이로 때려가며 빡빡 씻고 잘 펴고 소금과 미원 섞은 물을 잘 바르고 깨를 뿌린 뒤 빨래처럼 널어서 말린다. 기름에 발라 고추간장에 찍어 찰밥에 싸 먹으면 맛있다. 한 판에 5,000kip. 루앙프라방이 유명하다고 한다. 태국에서도 살 수 있다. 근데 라오스에서 먹은 게 더 맛있다.



오후의 군것질거리. 쌀로 만든 것 같은데, 석쇠 같은 것에 구우면 부풀어 오른다. 단맛이 난다. 한 개 1,000kip.
요놈은 '콰이'라고 물소꼬치구이. 어찌나 질긴지 이도 안 들어가는 게 많다. 여기 사람들도 씹다가 뱉는다.
이놈의 정체는 바로 이 물소.

새 지붕에 쓸 대나무를 손보시고 계시는 아저씨.


나룻배에 쓸 프로펠러를 만드시는 할아버지

무앙응오이누아에는 열흘장이 선다. 마침 우리가 찾아간 다음 날 열흘장이 섰다. 전날 운남에서 온 중국 상인을 비롯 각지에서 온 장돌뱅이들이 천막에서 새우잠을 자고 이른 아침부터 장을 준비한다. 그리고 10시가 되면 장을 접고 돌아간다.
지름 10cm 되는 헤드랜턴도 살 수 있고 USB도 사서 음악도 저장해 듣고 꽤나 아이디어 상품이 많다.
이것도 장돌뱅이들이 들고 와서 파는 물건인데,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다. 이걸 풍구라고 하나? 꽤나 유용하다.
통하고, 임은씨하고 좋아라 했던 담배 가게. 한국 여인들이 담배를 피자 일제히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무앙응오이누아는 6시부터 10시까지만 전기가 들어온다. 레스토랑에서 수다를 떨다 9시쯤 숙소로 돌아갔는데, 주인이 불을 끄고 자고 있었다. 고민하다 불을 켜달라고 깨웠더니 촛불을 주었다. 무앙응오이누아에서는 손전등과 촛불 필수. 아, 무앙응오이누아에는 오토바이도 없고 차도 없다!

댓글 4개:

  1. 오토바이도 차도 없는 무앙응오이누아.. 손전등과 촛불 필수..너무 많은 생각이 스치는고나~~ 그들에게 문명은 많은 것을 잃게 하겠지?? 그네들의 삶의 방식이 그대로 이어져 살아졌으면 좋겠건만.. 이런 생각도 문명화된 곳에서 사는 나의 오만한 잘난척이 되겠지??

    답글삭제
  2. 누가 원주민이고 누가 여행객인지... ㅋㅋㅋ~

    답글삭제
  3. 하하. 너무 즐거워 보인다~
    축제는 너무 재밌겠는데요? 서울은, 날씨가 아직도 잘 풀리지 않아 춥고 난린데,, 한여름의 태국과 그 안의 통나무를 보니 시원 하니 좋다. ㅎ

    카이, 인도에선 연을 카이라고 부르는데,
    강가에서 연날리기 하던 때가 떠올라요.ㅎ 무지 재밌다는.

    답글삭제
  4. 수진/많은 곳을 여행하진 않았지만, 여기가 21세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인가 싶을 정도로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었어. 어디에서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겠지?
    어리버리/모두들 우리를 라오스 가면 라오스 사람으로, 태국 가면 태국 사람으로, 말레이에 있응면 말레이 사람으로 착각...중...
    은영/하, 은영! 서울은 꽃샘추위? 여기는 찜통 더위...여행 후유증은 없는지? 어떻게 지내는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