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부터 3월 29일까지 23일간 라오스를 여행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의 여정, 그 변덕의 여행 백미는 라오스가 아닌가 싶다.
애초 계획은 치앙마이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목표였다. 방콕까지 어떻게 어떻게 가긴 했는데, 방콕 너무 더웠고, 배낭여행자의 천국 방콕 카오산 로드에서 배낭여행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솔직히 10개월 함께한 자전거 여행이 지치기도 했고. 해서 자전거를 방콕 친구네 집에 맡겨 두고 배낭을 마련해 아유타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아유타야에서 3일간 머물면서 다시 루트가 바뀌었다. 원래 아유타야에서 치앙마이로 가 태국 북부를 여행하고 치앙콩-훼이싸이를 통해 라오스로 가려고 했다. 중간에 동남아의 설 '송크란'이 끼어 있기도 했고, 태국 북부에서 일정을 다 써 버리면 나중에 라오스를 더 여행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아 일정의 여유가 있을 때 라오스를 여행하자 싶어 아유타야에서 농카이로 가는 밤기차를 탔다.
라오스 여정은
3월 7일 위앙짠
3월 8~13일 방비엥
3월 14~16일 루앙푸라방
3월 17일 농키아우
3월 18~22일 무앙응오이누아
3월 23일 다시 농키아우
3월 24일 우돔싸이
3월 25~28일 무앙씽
3월 29일 훼이싸이 이렇게다.
무앙씽을 갈 때 루앙남타를 거쳐서 가야 하지만, 잠을 자지는 않았다.
최악의 도시 위앙짠, 최고의 도시 무앙응오이누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머문 도시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끔찍한 도시는 위앙짠,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무앙응오이누아였다.
빈대 벼룩과 동침 위앙짠
라오스의 수도 위앙짠이 왜 가장 끔찍했을까? 대략 숙소를 돌아보니 80,000kip(7,000kip이 1,000원 정도)~90,000kip 정도했다. 태국 숙소가 대략 싼 곳은 150B(6,000원)에서 200B(8,000원) 정도였는데, 80,000~90,000kip은 11,500~13,000원 정도로 비싼 편이었다. 해서 싼 숙소를 찾아간다고 하루에 45,000kip 하는 숙소에서 잤는데, 30년 전에 본 빈대와 벼룩이 침대 베개와 테이블 밑 오래된 나무벽 사이에 버글버글했었다. 물론 첨 방을 보았을 때는 몰랐다. 안 보였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통이 침대에 누워 있는데, 베개맡으로 뭔가 납작한 벌레가 지나간다. 서둘지도 않고 천천히 유유자적 기어가는 것이다. 너무 끔찍해 죽일 생각도 못하고 그냥 쳐서 털어내고 말았다. 그때부터 간이 콩알만해지면서 침대에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래저래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 늦게 방에 들어와 침대 한 켠에 몸을 누이고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데 통이 바퀴벌레 약을 뿌리면서 비명을 지른다. 침대를 피한다고 테이블 밑에 가방을 놓아두었는데 가방 위로 빈대가 서슴없이 활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이 비명을 지르고 사람을 잡을 것처럼 바퀴벌레약을 온 방에 뿌리고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그러자 앞방에 머물던 네덜란드 남자 애니멀이라도 나왔냐고 묻는다. 인섹트 벌레라고 하자, 이 숙소가 가장 싼 숙소기 때문에 자기방에도 아주 많단다. 그리고 짐을 싸기 전에 약을 치고 가방을 묶어 벌레를 죽인 뒤에 짐을 싸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결국 그 뒤로 그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래층 리셉션으로 가서 소파 하나에 둘이 누워 새우잠을 청했다. 그 시간 새벽 1시 40분쯤. 그래도 그 소파가 우리를 구해주었다. 아침 6시 넘어까지 자다깨다 했지만 그런대로 잘 잔 편이다. 원래 2일을 있겠다고 돈을 냈는데, 아침이 되자마자 직원에게 벌레가 나와 그냥 방비엥으로 떠나겠다 울먹이며 이야기하고 돈을 받고 나왔다. 심장이 오글어들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그뒤로 숙소 비용을 80,000kip으로 조정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빈대 벼룩과 함께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자연을 닮은 무앙응오이누아 사람들
이상하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스페인 산티아고와 라오스 방비엥에서 한국 사람을 많이 만났다. 물론 요즘 들어 한국 사람들이 전 세계 안 가는 곳 없이 여행을 하고 있지만, 유독 산티아고와 방비엥에서 많이 만난 것을 보면 한국 여행의 트렌드가 산티아고와 라오스가 아닌가 싶다. 태국에서 만난 사람들도 베트남, 캄보디아는 빼고 라오스만 여행하고 나온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베트남을 여행한 사람들은 대부분 베트남 여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베트남과 라오스 바로 옆나라인데 어째 그리 사람들 습성이 다를꼬.
방비엥의 아이들
무앙응오이누아는 방비엥에서 만난 한 여사님이 꼭 가보라고 해서 가게 된 곳이다. 세계문화유산 도시 루앙프라방에서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농키아우라는 곳에 가서 다시 보트로 갈아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면 만나는 아주 그림 같은 마을이다. 사실 우리는 농키아우만 도착해서도 와우, 멋지다 감탄하면서 3일을 머물려고 했다. 그런데 농키아우 흙먼지 날리는 거리에서 'strida'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은 여인을 발견하고 그 여인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농키아우는 무앙응오이누아를 가기 위해 거쳐 가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경희의료원 보건노조 선전부장인 그녀는 '스트라이다'를 타고 자출을 한다고 했다. 5월달 발바리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 농키아우에도 몇 군데 방갈로 같은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무앙응오이누아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더 많단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럴까. 방비엥에 6일 동안 머물면서 거의 이틀 걸러 한국여행자들과의 술자리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왠지 마음에 맞을 것 같은 그 여인과 함께 며칠을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녀의 뒤를 따라 무앙응오이누아로 가기로 했다.
하마터면 좀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그녀와 함께 11시 배를 타고 무앙응오이누아로 갈 뻔했는데, 게으른 바람에 2시 배를 타고 무앙응오이누아로 향했다.
그 세 시간 차이가 천당과 지옥이라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줄은 몰랐다. 무앙응오이누아가 얼마나 클지 몰라 해질녘 선착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4시쯤 선착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오, 우리를 기다리고 있나보다 했더니 중간에 배가 난파-조난을 당해 구조를 기다리다 이제야 도착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도마뱀 천정에서 떨어지는 소리인지. 배가 난파를 당하다니. 그제서야 조금 짐작이 간다. 우리가 무앙응오이누아로 가던 중 반대편 농키아우로 가는 배에 탄 사람 중 11시 배를 탄 여행자도 있었다. 무앙쿠아로 간다고 했는데 무앙쿠아로 가는 배가 안 뜨는 건가...이상하다 생각했는데...그리고도 배 한 대에 두 사람이 타고 돌아가는 배도 있어 저들은 배 한대를 빌려 럭셔리 여행을 하고 돌아가는 건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조난을 당해 중간에 전의를 상실하고 농키아우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조난을 당한 그녀에게는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그 배를 타지 않은 것, 우리 배가 무사했던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조난당한 이유는 잘은 모르겠지만 16명 타는 배에 20명 정도가 탔고 그들의 무거운 배낭까지 해서 배 무게는 너무 나가고 건기라 강바닥은 깊지 않고 결국 배 바닥에 강바닥에 긁혀 배가 파손되고 물이 들어오고 배가 잠기고 그런 수순이었던 것 같다.그녀는 잽싸게 발밑에 있던 배낭을 매었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그 배낭이 물에 떠 20미터 정도 떠내려가다 구조가 되었다고 한다. 200만원이 넘는 소니 미니노트북하며, 카메라, 엠피쓰리, 로밍한 핸드폰 2개가 이미 작살난 뒤의 일이다.
만약 나에게 그런 상상하기도 싫은 엄청난 재앙이 일어났다면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지 않았을까. 기계가 아까운 게 아니라 1년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이 넷북에 들어 있는데. 하느님, 부처님, 알라~ 고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착하게 살게요. 그럼에도 그나마 이 정도가 다행이라며 초탈한 듯 허허 웃는다. 이번이 처음 해외 여행이라는데, 해외 여행을 라오스 2주로 잡고 여행 온 건데 거기서 조난을 당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그렇게 어마어마한 소식을 접하며 입성한 무앙응오이누아. 그 어떤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혹자는 중국 계림은 그보다 더 아름답다 말하지만 계림을 안 가본 나로서는 그 정도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흔히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하는, 여인의 젖가슴 같은 야트막한 산이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인 오 강,
물소가 강물에 멱을 감고 흑돼지가 모래톱에서 뛰어놀고 있는 오 강을 거슬러, 우리나라 5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무앙응오이누아.
무앙응오이누아 사람들은 아침이면 저녁에 던져두었던 그물을 건져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이도 닦고, 머리도 감고, 머리에 비누칠을 한 상태로 수영도 하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상추도 씻고, 오후 네다섯 가 되면 목욕탕 바구니를 들고와 목욕도 하고, 강에서 하루를 시작해서 강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곳에서 통은 무앙응오이사람들처럼 목욕도 하고 수영도 하고, 나는 그들처럼 빨래도 하면서 무릉도원 같은 시간을 보냈다.
여행 시작 후 좀처럼 카메라를 몸에서 떼어놓지 않던 나지만 워낙 겁이 많아 카메라를 밀봉해 배낭에 집어 넣고 사진 한장 찍지 않고 무앙응오이누아를 빠져나왔다. 그래도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 무앙응오이누아는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무앙응오이
답글삭제나도 가보고 싶다.
계림 먼저 가봐야지...정말 죽인대~^^
오늘 또 날이 흐리다.
5월 초에 우리도 강남 먹자골목 조개집서
대대적 환영 파리~해줄게.
다만,빈대 벼룩은 달고 오지마~ㅎㅎㅎ
소식 없다 해도
다들 궁금해하고 있다오.
-한량
나도 계림에 관한 다큐를 하나 봤는데, 무앙응오이누아는 작은계림버전이라고 해야 하나, 딱 그런 느
답글삭제낌이야. 일년에 서울 인구만큼의 관광객이 계림에 찾는다고 하는데...늦었다 싶지만...늦었다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ㅋㅋ...해도 가고 싶다, 계림. 같이 갈까? 환영 파리, ㅋ. 고마워. 기대해도 되지? 파리랑 빈대랑 벼룩이랑 만나면 반가울 것 같은데...ㅋㅋ, 모두에게 안부 전해주고~~
ㅋㅋㅋ~ 많은 기억에 남을 라오스인듯 싶네요~ ^^* 그게 베낭여행의 묘미지요~
답글삭제그랬던 것 같아요. 다시 가고 싶네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