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5일 금요일

100625. 금. 소소한 일상이 기다려진다.

한국에 돌아온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벌써 두 달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통과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여행 내내 매일 쓰던 일기도 쓰지 않고, 보고 대회처럼 쓰던 블로그도 개점휴업 상태로 내팽개쳐 두었다. 내 맘이 요즘 그렇다.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 돌아오면 한국을 여행하면 좋겠다 싶었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나 남도 자전거 여행도 좋고, 산티아고를 달리면서 제주도 올레길이라든지 지리산 둘레길도 걸어보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와 집이 없는 상태로 동가숙 서가식 하다보니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아무도 안 만났던 건 아니다. 친구들도 만나고 산청에도 두번 다녀왔고, 괴산도 잠깐, 짧게 남도 여행도 다녀왔다. 때론 지치기도 했고, 때론 휴식도 되었다. 모두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인데, 그동안 외국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둘이서만 빈둥거리다 한꺼번에 사람들을 만나려니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 위장, 간장이 버텨내지도 못했던 것 같고. 그래도 모두 반가웠다.


7월 말경에 새 집으로 이사를 갈 것 같다. 이사 가기 전까지 좀더 시댁에서 지내야 한다. 어머니 냉장고 옆에 우리 냉장고, 어머니 세탁기 옆에 우리 세탁기, 어머니 장농 앞에 우리 장농, 우리 서랍장 위에 어머니 서랍장, 한 방 가득 채워져 있는 책장과 책들...을 추스리고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 냉장고도 정리하고, 안 입을 옷도 정리하고 해야 하는데, 아직 시간이 있어서인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금 가장 기다려지는 건, 손으로 빡빡 문질러 빤 빨래를 탁탁 털어, 좋은 볕에 말리고, 빨래가 마를 때까지 책 읽다가 졸기도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다.



덴마크를 달리다 발견한 빨래

프랑스 순례자용 숙소에 널린 순례자 빨래


스페인 어느 가정 집에 널린 빨래

스페인 순례자의 길 순례자용 숙소에 걸린 빨래

댓글 3개:

  1. 여행을 다녀오니.. 이런 기분 어떨지
    나름의 공감을 하게되어 좋아요.
    새집이 우리집에서 좀 먼게 흠이지만 )*_*(
    그래도 언제든 볼 수 있는 거리에 있는걸로 만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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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오랫만이다.
    소소한 일상과 가슴떨리는 일상이 언제나 공존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난 하게되는데...
    뭔가 그대의 글에서 나이듦과 연륜이 읽혀지는게 왠지 엄청 큰 언니같은거있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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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은영/한달에 한번 정모, 급벙개 환영! ㅋㅋ
    수진/심심하지 않게 주기적으로 소소한 일상과 가슴 떨리는 일상이 번갈아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일상이 이렇게 그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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