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일 월요일

D+264~267. 100119~100122. 용맹한 독수리 섬, Langkawi

전전날 과음으로, 아침 8시 30분에 Langkawi로 가는 아침 배를 타지 못하고, 하루를 Penang에서 더 보낸 다음, 그다음날 바짝 정신차리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짐을 챙겨 Penang을 떠났다.
우리가 Langkawi로 간 이유는 Langkawi가 딱히 흥미진진해서라기보다 태국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Malaysia에서 Thailand으로 국경을 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육로로 넘으려면 말레이시아 동쪽 국경인 pedan basar라는 곳으로 넘거나 Langkawi에서 배를 타고 넘는 방법이 있다. 일단 우리는 penang에서 Langkawi로 들어갔기 때문에, Penang에서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보낼 시간과 경비를 고려할 때 penang에서 Langkawi로 갔다가, Langkawi에서 배를 타고 Thailand Satun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게 해서 든 비용은,
Penang에서 Langkawi로 가는 배 60RM, 자전거 1대당 10RM ===> 두 명 140RM(약 56,000원)
Langkawi에서 Saatun으로 가는 배 30RM, 자전거 1대당 15RM ===> 두 명 90RM(약 36,000원)
(배도 별로 좋지 않으면서 자전거 추가 비용은 더 받았다.)

다시, Langkawi.
penang ferry terminal에서 8:15AM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3시간 정도 푸른 바다를 달려

11:00AM쯤 Langkawi Kuah Ferry Terminal에 도착했다.

'Langkawi'는 말레이시아 말로, 'herang'은 독수리, kawi는 '강하다'는 뜻이란다. 합치면 강한 독수리, 용맹한 독수리섬 정도 되겠다. 랑카위에 도착하니, 독수리 동상이 우리를 반긴다.

랑카위는 말레이시아 동쪽 해안 북쪽에 있는 큰 섬으로 섬 한 바퀴를 돌면 70km가 넘는 섬이다.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없고,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물론 원주민도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면세지역으로 말레이시아 관광객이 꼭 들르는 코스라고 한다. 술값과 담배값이 싸다고 들었는데, 술값은 확실히 carlsburg 캔 하나에 1.6RM, tiger 캔 하나에 2. oRM, 호가든 한 병에 3.8oRM이다. 담배는 담함을 해서 그런지 6.40RM 밑으로 파는 담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100119. 화요일. Langkawi 첫날. 페리 터미널에 도착해서 숙소를 구하기 위해 싼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pantai(말레이시아 말로 beach라는 뜻) cenang으로 갔다.

지도를 잘 못 보아서 터미널 바로 옆인 'Kuah Town'이 해변가인 줄 알았는데, 20km는 자전거를 더 타고 가야 하는 곳이었다. 11시에 도착해, 어물쩡어물쩡 하다보니 1시.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에 랑카위 섬을 달려 pantai cenang에 도착했다. 어찌나 언덕이 많던지 spain noia, santiago를 다시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한 이틀만 묵고 태국으로 가려고 했는데, 힘들게 달려온 길이 아까워 좀더 묵어야겠구나 싶다...^^

pantai cenang에 도착한 시간은 3시 가까운 시간,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GECKO를 찾아갔는데, 35RM(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하는 방은 꽉 찬 상태였고, 15RM하는 도미트리만 남아 있었다. 선풍기가 돌아가는 작은 방에 침대가 8개 정도 있어 엄청 더워보였다. GECKO 직원이 My daddy house라는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소개시켜주었다. 이곳 도미트리도 15RM하는데, 침대 4개가 있는 방이 2개. 비교적 덜 답답해 보이고, 손님이 안 오면 우리만 묵을 수 있겠다 싶어 여기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숙소를 구했으니, 점심을 먹으러 갔다. Malasia food인 nasi campur(말레이시아 말로 nasi는 rice, campur는 mix라는 뜻. 밥 위에 반찬 몇 가지를 얻어서 먹는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이다. )를 시켰다. 차려놓은 음식 옆에는 서너 가지 젓갈이 꼭 있는데, 새우젓으로 만든 정말 맛있게 매운 젓갈이다. 그리 짜지도 않고, 반찬 없이 밥에다 비벼만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젓갈이다. 다른 건 아니어도 이건 꼭 싸가지고 한국에 가서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그맛이다.

그리고는 바닷가로 갔다. 바닷가 모래사장이 2km는 될 것처럼 엄청 길고 넓다. 야자수 나무 그늘 아래서 책도 보고, 수영도 하고, 선탠도 하고, 많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한낮의 더위를 식히며 쉬었다. 수영을 하는 사람보다는 조깅하는 사람, 선탠하는 사람, 하늘을 나는 사람, 공놀이를 하는 사람 들이 더 많이 보였다.

야자수 나무 그늘 아래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멍 때리다 맥주도 한잔 하고...오늘도 꽤 괜찮은 하루. 오늘 여행지수 good!!!



100120. 수요일. Langkawi 둘째날. 도미트리에 모기가 많아 보여 모기 스프레이를 6RM 주고 사서 잔뜩 뿌리고 잤더니 밤새 모기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게에서 끔찍한 것을 발견했다. 개미, 바퀴벌레, 모기, 진드기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도마뱀을 죽이는 스프레이를 발견했다. 모기나 바퀴벌레나 도마뱀이나 같은 생명인데 왠 도마뱀만 호들갑이냐고? 그래도 10cm 전후하는 도마뱀을 스프레이로 죽일 수 있다니!!! 도마뱀은 벌레도 잡아먹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데, 단지 징그럽다는 이유로 ...시로시로.

바닷가를 가려면 짐을 두고 가야 하는데, 도미트리 문이 열려 있고, 게스트하우스 직원도 별로 신경써서 지켜주는 것 같지도 않고,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다 쉽게 들어갈 수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해서 다시 GECKO에 가 물으니 40RM하는 방(shared bathroom)이 있단다. 도미트리도 둘이면 30RM인데 10RM 더주고 안전하게 있는 게 낫겠다 싶어 그곳으로 짐을 옮긴 뒤 바닷가로 갔다.


론리플래닛에도 나와있고, 아침에 게스트하우스 사람이 그러는데, 바다에 해파리(jellyfish)가 있으니 조심하란다. 그 소리를 들으니 바다에 들어갈 마음이 싹 가신다. 그럼 오늘은 면세점에 들러 맥주 몇 캔 사 바닷가에 드러누워 멍이나 때리자. 이유는 모르겠지만, langkawi 해변은 크고 넓고 좋지만, 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는다. pangkor island가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 .


저녁에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니 보드카 파티가 열리고 있었는데, 우리도 같이 어울렸다. 5년째 여행중인 영국 엄마와 아들, 스웨덴 여인, 핀란드 남자, 폴란드 영화배우...이렇게...가위바위로를 해서 진 사람이 콜라를 사오기도 했다. 다행히도 우린 안 걸렸지만, 영어로 가위바위보는 paper, rock, scissor이란다.

통이랑 내가 좀더 어려운 묵찌빠를 보여주니 신기해한다. 단순한 게임을 참 즐겁게 한다. 첨엔 좀 서먹서먹했는데 술 한잔 들어가니 서먹함, 어색함이 사라진다. 참 좋은 술! 12시쯤 넘어 잠이 들었다.

100121. 목요일. Langkawi 셋째날.
전날 보드카를 너무 많이 마셨나, 말레이시아에서 술을 너무 많이 안 마셔서 내성이 사라졌나? 천정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고 속이 미식미식 거리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 한참을 누워있다, 목이 말라 물을 사러 나갔다. 물만 한 1리터 벌컥벌컥 마신 것 같다. 시원한 쌀국수로 해장이나 할까 하고 중국집에 갔는데 미식거려 국물만 마시다 말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누웠다. 그런데 배가 고파 잠도 안 온다.

어제는 자고 일어나면서부터 욕이 나올 정도로 기분이 안 좋았었다는 통, 오늘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단다. 통에게 roti canai를 사다 달라니 기분 좋게 다녀온다. 그거 먹고 5시까지 누워서 잔 것 같다. 그리고 저녁 먹고 블로그 포스팅. 특별한 일 없이 푹 쉬었던 하루.

100122. 금요일. Langkawi 넷째날. 이날도 별 다른 하는 일 없이 하루종일 게스트하우스에서 인터넷으로 소식 올리고, 저녁에 잠깐 바닷가 나갔다가 영국 엄마와 아들 alann, emma를 만나 바닷가에서 술 마시다 술이 떨어져 숙소로 돌아왔다.

대표적인 관광지다 보니 유럽 사람도 많고 중국 사람도 많고 일본 사람도 많다. 한국 사람은 별로 없다. 한 서너 명 정도 봤나? 하고 싶은 말은 유럽 사람, 중국 사람, 일본 사람 랍스타 턱턱 시켜 먹는데, 우리에게는 너무 비싸 구경만 하고 먹진 못하고...ㅠ.ㅠ. 나중에 태국 가서 랍스타를 꼭 먹으리라. 기다려라, 랍스타야!

내일은 랑카위를 떠나 드디어 여행 9개월만에 태국으로 가는 날. 말레이시아 자전거 여행을 하기 전에는 엄청 걱정이 되었는데, 말레이시아를 자전거여행하고 나니 태국 여행은 별로 걱정이 안 된다. 자전거 여행기를 읽어봐도 말레이시아보다는 태국 자전거 여행을 더 많이 하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왜냐구? 우린 운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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