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숲 청소년 책꽂이에서 눈에 띄어 빌려온 책이다.
만화에 대해 문외한인데, 오토모 카즈히로 이후 가장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만화가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오토모 카즈히로가 누군지 모르지만, 천재적인 만화가라는 말에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전 3권인데, 그중 1권을 빌려왔다.
이야기는 엄마와 함께 살던 공부잘하는 이기적인 아들 시게오가 방학을 맞아 야구에 미쳐 혼자 사는 아버지와 불쾌한 동거를 하면서 시작된다. 시게오는 '하드보일드하구먼.'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몇 장 넘기다 보니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시게오의 말이 촌철살인이다. 시니컬하기도 그렇게시니컬할 수가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
'후회는 아무리 일러도 늦는 거야.'
하나오와 시게오의 대화(누가 아빠이고 누가 아들일까?)
시게오 : 사랑이 다른 두 사람이 공동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하나오 : 편식을 하지 않는 것!!!
시게오 : 아니야, 그건 '라인'이야. 서로를 간섭하거나 속박하지 않는, 서로 간의 선. 개인을 존중한다. 프라이버시를 침법하지 않는다.
하나오 :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다! 그게 가장 인간적이지!
아버지 하나오는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황만근, 위화 <허삼관 매혈기>의 허삼관 같은 사람이다. 만날 야구에 미쳐 야구를 하지 않을 때는 낮잠만 자고 방귀만 뀌고 우기기 대마왕.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좋아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얼마전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다. 10년쯤 전에 읽고 두번째다. 문학을 거의 읽지 않던 10년쯤 전에 밤새 울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어 나무와숲에서 빌려왔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허삼관이 피를 팔아 연명했다는 것 말고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왠지 딱딱할 것 같은 중국문학이지만 위화의 글은 두번째도 역시 술술 읽혔다. 하지만 이번엔 그닥 눈물이 나지 않았다. 대체 내가 감동받았던 귀절은 어디일까 하며 읽었는데, 어느새 마지막장이었다.
문화혁명 전후 찌질이도 가난한 서민들의 삶. 방광이 터질 정도로 강물을 8잔 들이마시고 한번에 400밀리미터 피를 팔고 승리반점에 가서 돼지간볶음과 뜨겁게 데운 황주 두 잔을 마시고 털어버리는 서글픈 삶이다. 흔히 자식, 가정, 가족에 희생하는 건 어머니가 아닌가?
허삼관 매혈기에서는 아버지 허삼관이 결혼하기 위해, 아내 허옥란을 위해, 자기씨도 아닌 아들 일락이를 위해, 둘째아들 이락이를 위해 피를 판다.
167쪽
일락이가 방 철장의 아들 머리를 박살냈을 때 피를 팔러 갔었지. 그 임 뚱땡이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피를 팔았었고, 그런 뚱뚱한 여자를 위해서조차 흔쾌히 피를 팔다니, 피가 땀처럼 더우면 솟아나는 것도 아닌데...... 식구들이 57일간 죽을 마신다고 또 피를 팔았고, 앞으로 또 팔겠다는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고생을 어떻게 견디냐... 이 고생은 언제야 끝이 나나."
허삼관----허옥란----하소용
-------이락------일락------
-------삼락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은 결혼 전 단한번의 겁탈로, 허삼관과 결혼한 뒤 하소용의 아들 일락이를 낳는다. 처음엔 허삼관이 아들인 줄 알았지만, 자라면서 점점 하소용을 닮아가는 통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온 동네 사람이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렸다.
9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일락이가 자기 씨가 아니라는 것을 안 허삼관은 일락이가 자기 아들이라면 가장 좋아했을 거라면서 그때부터 일락이를 미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일락이는 여전히 허삼관에게 잘하는 아들이다.
허삼관----허옥란----하소용
-------이락------일락------
-------삼락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은 결혼 전 단한번의 겁탈로, 허삼관과 결혼한 뒤 하소용의 아들 일락이를 낳는다. 처음엔 허삼관이 아들인 줄 알았지만, 자라면서 점점 하소용을 닮아가는 통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온 동네 사람이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렸다.
9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일락이가 자기 씨가 아니라는 것을 안 허삼관은 일락이가 자기 아들이라면 가장 좋아했을 거라면서 그때부터 일락이를 미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일락이는 여전히 허삼관에게 잘하는 아들이다.
187쪽
"이 쪼그만 자식, 개같은 자식, 밥통 같은 자식...... 오늘 완전히 날 미쳐 죽게 만들어 놓고는...... 가고 싶으면 가. 이 자식아. 사람들이 보면 내가 널 업신여기고, 만날 욕하고, 두들겨 패고 그런 줄 알거 아냐. 널 11년이나 키워 줬는데, 난 고작 계부밖에 안 되는 것 아니냐. 그 개 같은 놈의 하소용은 단돈 1원도 안 들이고 네 친아비인데 말이야. 나만큼 재수 옴 붙은 놈도 없을 거다. 내세에는 내 죽어도 네 아비 노릇은 안 할란다. 나중에는 네가내 계부 노릇 좀 해라. 너 꼭 기다려라. 내세에는 내가 널 죽을 때까지 고생시킬 테니......"
일락이의 생물학적 아버지 하소용이 사고가 나서 거의 죽기 직전일 때 호적상의 아버지 허삼관이 일락이에게 하소용을 위해 딱 한번 울어달라고 한다. 일락이는 자기 아버지가 아니라 울 수 없다고 한다. 동네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하소용의 집 지붕에 올라가 하소용을 위해 우는 일락이를 업고 집으로 데려가면서 다시 한번 일락이가 친아들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있으면 칼로 베 어버릴 거라고 엄포를 놓는다.
시간이 흘러 중국이 모택동 주석의 기치아래 문화대혁명을 겪고 허삼관의 두 아들 일락이와 이락이도 노동에 동원된다. 몸이 쇠약해져서 온 일락이를 피를 팔아 돈 몇 푼 쥐어 서둘러 떠나보내는데, 이락이가 형의 농장을 찾아갔을 때 형이 죽기 직전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눈이 오는 추운 겨울날 일락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온다. 돈이 씨가 말라버린 허삼관네는 동네 이집저집에서 돈을 빌려 급한대로 아내 허옥란을 시켜 병원에 보내고 자신은 피를 팔아 더 돈을 모아 아들에게 가기로 마음먹는다. 한번 피를 팔면 3개월 동안은 피를 팔아서는 안 되는데, 병원이 있는 곳까지 가는 동안 3일에 한번씩 피를 판다. 무리하게 피를 팔다가 쓰러져 한 병원에서 수혈을 받느라 가진 돈을 다 써버리는 불행중 불행도 겪는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다. 일락이도 죽지 않았고, 장가도 가고 허삼관네도 먹을만하게 살게 되었다. 다행이다.
그대 이름은 아버지, 하나오와 허삼관
사실 나의 개인적 가정사를 볼 때 그런 아버지는 상상이 안 간다. 친아버지하며 시아버지하며 전형적인 가부장적이며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그냥 우리 아버지 때 사람들은 다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통은 까칠하기는 하지만, 가부장적이지도 않고 권위적이지도 않다. 통이 아버지가 된다면 어떤 아버지가 될까? 우리 시대 아버지 말고, 우리 또래 아버지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대 이름은 아버지, 하나오와 허삼관
사실 나의 개인적 가정사를 볼 때 그런 아버지는 상상이 안 간다. 친아버지하며 시아버지하며 전형적인 가부장적이며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그냥 우리 아버지 때 사람들은 다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통은 까칠하기는 하지만, 가부장적이지도 않고 권위적이지도 않다. 통이 아버지가 된다면 어떤 아버지가 될까? 우리 시대 아버지 말고, 우리 또래 아버지들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