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5일 목요일

D+302. 100225. 목. So hot, Bangkok!

2월 21일 일요일 6일 동안 머물렀던 koh tao를 떠났다. 첨엔 떠나기 싫더니 시간이 흐르니 이제 바다도 지겨워지고 슬슬 떠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때가 되면 떠나게 되나 보다.

코판강 방갈로 수영장에서 매일 3~4시간 특훈을 통해 드디어 꼬따오에서 수영을 마스터한 통.
뭐하나를 시작하면 통은 정말 꾸준히 열심히 한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되엇다.


우리가 머물던 koh tao D.D.hut 방갈로. 하루에 300B.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밤마다 바퀴벌레가 등장해 어찌나 겁을 먹었던지.


그동안 말레이시아-태국을 여행하면서 5군데 섬을 여행했다. 말레이시아 팡코르, 페낭, 랑카위, 태국 코판강, 코따오. 그 덕분에 현지인과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시커멓게 탔지만. 이번 여행에는 꼬따오가 마지막 섬이라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하고, 뭐 또 다시 가면 되지 위로를 하기도 했다. 아직도 안 가본 섬이 많지만, 그중 다시 가고 싶은 섬은 팡코르와 꼬타오라고 할까. 통이랑 지금까지 여행에서 다시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스페인 산티아고, 덴마크 스반홀룸, 그리고 태국 꼬따오. 70살이 되어서 꼬따오 작은 방갈로를 빌려 한 3개월 쉬었다 가면 좋겠다...싶다*^^*
방갈로에서 바라본 바다 노을.

오후 2시 30분 배를 타고 Koh Tao를 빠져나와 오후 6시쯤 Chumporn 선착장에 도착해 썽태우를 타고 train station으로 이동, 밤 8:44 떠난다는 기차가 10시 다 되어 도착해, 두 자전거와 두 몸뚱이를 싣고 10시간을 달려, 2월 22일 월요일 아침 8시쯤 방콕 중앙역 후알람퐁역에 도착했다. 그닥 힘들지는 않은 여정이었다.


자전거 가지고 koh tao-chumporn-bangkok까지 가는 데 든 비용

1) koh tao+chumporn+bangkok : boat+train joint ticket = 800B
2) boat에 자전거 싣는 비용 = 200B
3) train에 자전거 싣는 비용 = 9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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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B

태국 보트에 자전거 싣기
Koh tao에서 Chumporn으로 가기 위해 Songserm이라는 회사 보트를 선택했다. 이유는 좀더 싸기 때문. songerm 말고도 여러 회사가 운행한다.
songserm ferry 선착장 앞 몇 군데 가게에서 할인 티켓을 팔고 있고(섬 내부로 들어가면 비싸다), songserm ferry에서 파는 금액보다 싸다. 자전거를 싣는데, 한 대당 200B(8,000원 정도. 사람은 400B. 관광 중심이어서 그런지 비싸게 받는 것 같다. )을 달란다. 자전거는 갑판 난간에 묶어두면 된다. 첨엔 joint ticket이 싸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서끊어준 기차표를 순간 속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Koh tao->chumporn->bangkok .... 보트+ vip 버스= 600B
Koh tao->chumporn->bangkok ... 보트+ 기차 = 800B

우 리는 자전거를 실어야 하는데, vip 버스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고 해서 800B 주고 기차 구간을 끊었다. 가게에서 침대칸이 없다면서 2등석 좌석칸을 티켓을 끊어주었는데,끊고 나서 보니 기차표값이 340B밖에 안 한다. 뭔가 속은 느낌이었다. Koh Tao에서 Curmporn까지 배만 끊을 경우 할인티켓은 250B면 갈 수 있다. 그러니까 800B이라는 금액에 침대칸을 줄수도 있지만, 전혀 줄 생각이 없었던 거고, 250B이면 갈 수 있는 배를 500B 가까이 2배 이상 남겨 먹은 것이다.

songserm 회사에서 끊으면 chumporn까지 400B. Koh Tao에서 Chumporn까지만 가는 할인티켓을 끊고, Chumporn에서 Bangkok까지 가는 기차는 2등석 침대칸으로 따로 끊어도 640B이면 갈 수 있다. 그러니까 같은 금액을 주고 침대칸에서 편히 잠면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쌀 거라는 생각에 끊었다가 바가지를 쓴 것 같다. 그리고 Koh Tao 같은 방갈로에 묵었던 영국 남자는 버스 티켓을 끊었는데, 원래는 카오산로드까지 간다고 했던 버스가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주고 가라고 했단다. 언제 어디서 당할지 모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는 게 태국인 것 같다.

도착한 배에서 사람이 다 내리길 기다렸다 떠날 사람들이 배에 오른다.
그많은 여행자는 다 여기 몰려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여행자들이 꼬따오, 꼬판강에 들른다.

우리 자전거를 배에 싣는 모습. 통은 체구는 작지만 자전거를 실을 때는 번쩍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산처럼 쌓여있는 배낭들.


태국 기차에 자전거 싣기
다행히도 우리는 chumporn 선착장에 성태우가 와서 기차역까지 타고 갈 수 있었다.
춤퐁 선착장은 아무것도 없는 시골 선착장이었다.
아이들이 우리 자전거를 보고 신기한듯 달려들어 헬멧쓰기 놀이를 하며 놀았다.

자전거는 성태우 지붕에 실었다. 한 성태우에 적어도 30명 이상 탄 것 같다.

songserm 사기에 상당히 기분이 나빠 기차에 자전거를 실어야 하는데, 어찌 해야 하나 확 그냥 실어버릴까 고민하다 물어보니 'cargo' 코너로 가서 물어보란다. 자전거를 '짐'으로 취급해서 20kg 정도로 쳐, 한 대당 90B(3,600원)를 내란다.
'cargo' 코너로 가서 물으면 자전거 비용을 낼 수 있다.

수하물 값을 냈다는 표시 같다. 자전거 앞에 야무지게 붙여 준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정식으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는 점에 안심했다. 기차 앞 칸에 모터사이클을 싣는 칸도 있었고, 자전거는 짐을 싣는 칸에 같이 실었다.
오토바이가 실려 있는 칸도 있었지만, 자전거는 '짐'으로 분리가 되나보다.
짐칸에 자전거를 싣고 우리는 승객전용칸으로 갔다.


그리고 짐칸에서 내려 200m 정도를 냅다 달려 9호차 47/48번 자리를 도착했다. 2등석 좌석칸은 선풍기이다. 기차 천정에서 선풍기 몇 대가 계속 돌아간다. 10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신문지를 깔고 좌석 밑에서 자고 있는 아주머니, 맥주를 마시는 아저씨...꽤나 정겨운 풍경이다. 물론 그 칸에 외국인은 우리뿐. 그치만 우리가 워낙 까매서 우리를 외국인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차를 타기 전에 사둔 비어 창 한병을(한병은 이미 타기 전에 마셔버렸고..) 나눠 마시고 의자에 쪼그리고 새우잠을 자다가, 침낭을 꺼내 바닥에 깔아 통은 침낭에서 자고 통보다 작은 나는 의자에서 새우잠을 잤다. 침낭이 없었으면 둘다 제대로 못잤을 텐데, 침낭 덕분에 아침 5시 반까지 자다깨다 하긴 했지만 아주 잘 잤다.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나 걱정했는데,
마침 침낭을 가지고 있어서 침낭을 깔고 통은 바닥 침낭에, 나는 좌석에 쪼그리고 누워 잘 잤다.


느리게 가는 여행
나는 한국에서 여행을 할 때도 아침 일찍 가야 하고,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무궁화호를 이용하는 편이다. KTX가 너무 비싸기도 하고, 무조건 빨리빨리만 외치는 것 같아 타기 싫다. chumporn 기차역 풍경은 정겨운 풍경이었다. 지금 우리 기차역에는 번듯하게 차린 가게만 먹을 거, 신문 같은 걸 팔지만,
chumporn 기차역은 나무판 위에 잡지고 신문이고 올려놓고 팔고, 리어카에 오징어를 구워서 파는 사람, 가판에 볶음밥을 포장해서 20B, 25B에 팔고 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건, 기차가 들어오면 쟁반위에 잽싸게 음식을 담아 기차역을 오가며 물건을 판다. 목욕탕 바구니 같은 바구니에 물이랑 음료수를 담아 기차 안으로 들어가서 팔기도 한다. 혹시 새벽에 배가 고플지 몰라 볶음밥 2개를 사두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기차 승객도 아주 여유롭게 내려와서 음식을 사가거나, 문에 매달려 분주한 기차역 풍경을 즐기며 배를 채우고있다. 기차역에 도착하면 기차가 한 20분 정도는 머물다 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렇게 연착을 하는지 몰라도예정보다 1시간, 2시간 기차가 늦어도 매표소 가서 항의하는 사람도 없고, 그냥 오면 오는가 보다, 뭐 언젠가는 오겠지 그런 느긋한 표정이다.


작년 1월에 한달 동안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방콕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아유타야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12시간 걸려 태국과 라오스 국경 도시인 농카이에 도착하기도 했고, 라오스 위앙짠에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야간 버스 보조석에 앉아 12시간을 시달려 루앙프라방에 도착하기도 했고, 라오스 국경에서 베트남을 넘을 때 24명 정원 미니버스에 40명 넘게 낑겨 타고, 그때도 보조석이었는데 보조석에 3명이 앉아서 가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12시간 가까이 걸려 hue에 도착하기도 했다. 불편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게 정상이고 그게 일반적인 일이다. 그때 여행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차, 버스를 타고 12시간 가까이 이동했던 일들이다. 물론 우리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이겠지만, 느리게 여행하고 싶은 나에겐 그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특히 태국이나 베트남은 나라가 길어서 야간열차, 야간버스를 타고 12시간 가도 국토의 절반도 가지 못한다. 엉덩이가 물릴 정도로 앉아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게 찾아가는 맛도 있고, 여행이 주는 맛이 아닌가 싶다.

반대로 한국은, 말은 일일생활권이라고 하지만,
안 그래도 작은 나라를 바둑판으로 만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 서울에서 산청까지도 4시간 반이면 주파해 버리고, 광주에서 심야우등버스를 타고 5시간이면 고속터미널에 도착하는, 안 그래도 좁은 나라를 너무나 좁게 만들었다. 물론 평생을 '바쁘다 바뻐!'를 외치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겠으나, 그렇게 바쁘게 날아가는 사이에 천천히 생각하는, 천천히 둘러보는 즐거움도 함께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한국에서 천천히 여행하려면 부산을 가더라도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로 가지 말고 동해로 갔다가 동해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면 되려나...아님 고속버스 말고 시외버스만 타고 내려가면 되려나..

암튼 그렇게 방콕에 도착했다!

방콕은, 통은 처음이고 나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이다. 여행하면서 통에게 여행자들의 거리 '카오산로드'에 대해 이야기해서 통도 나름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통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온 카오산로드.(ㅋ. 후알람퐁역에서부터 카오산로드까지만 자전거를 타고 왔다. 고작 5km 거리.)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싶었다. 작년 여행은 나 혼자 했기 때문에, 꼭 통과 함께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이렇 게 빨리 이루어질지도 몰랐고, 더구나 자전거 여행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도 대견했다. 역시 꿈이라는 게 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바라면, 노력하면 이루어지는구나 싶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먹은 건, 람부뜨리에 잇는 한국분식점 '장터'에 가서 비빔냉면(155B)이랑 물냉면(155B)이다. 장터는 한국 사람이 하던 식당을 태국 사람이 인수해서 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짜장면, 잡채, 곱창볶음 등등이 먹고 싶었는데, 짜장면은 짜파게티로, 잡채는 얌운센으로, 곱창도 가끔 쌀국수에 넣어주니까 OK, 쌀국수도 하루 3끼 질리게 먹는데, 더운 면 말고 차갑고 매운 냉면이 먹고 싶어서 비냉 하나, 물냉 하나를 시켜 먹었다. 맛은 그냥 ..양은 푸짐. 반찬도 더 주고.

방콕에 도착해서 벌써 나흘이 지났다. 방콕은 연일 30도가 넘은 아주 더운 날씨다. 한낮에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더 끔찍한 건 4월까지 계속 덥거나, 더 덥거나,아주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고 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미얀마는 새해가 4월이다. 1년중 가장 더운 달인 4월에 새해를 맞이하여 거리에서 양동이로 물을 뿜어 대며 한해의 복을 비는 '송크란'이라는 축제가 있다. 올해는 4월 12~14일쯤이다. '송크란'을 보려고 많은 여행자가 카오산에 몰려 든다고 한다. 태국에서 '송크란'은 치앙마이와 방콕이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송크란'을 치앙마이에서 볼까, 태국에서 볼까 고민중이다.

방콕에 머무는 동안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만난 일본 여인 아키코, 프랑스 남자 줄리앙, 크라비에서 만났던 한국 남자 찰리옹을 다시 만나 함께 맥주를 마시며 수다 떨었다.
아키코와 찰리옹은 한국음식점 '홍익인간'에서 우리가 도착한 21일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막상 약속 시간에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옆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다 지나가는 아키코와 찰리옹을 만나 같이 술을 마셨다. 아키코는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우리가 없었다고했고, 찰리옹은 인터넷 확인을 안 해 약속시간, 장소를 모르고 있었던 거다. 프랑스남자 줄리앙은 우연히 람부뜨리에서 만났다. 페낭 이후 페이스북으로 계속 연락을 하면서 꼬따오에서 보자 했었는데, 우리가 꼬따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치앙마이로 가버린 후였다. 게다 출국일이 21일이어서 당연히 출국을 했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람부뜨리에서 만나다니 참 재미있었다. 마치 홍대에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아니 홍대에서도 우연히 친구 만나기가 쉽나?

왜 아직 태국에 있냐고 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오늘 출국날이어서 공항에 갔단다. 잠깐 졸고 있던 사이에 누군가가 지갑, 패스포트, 모든 돈을 가지고 달아나벌렸단다. 하는수없이 동생 혼자 프랑스로 돌아가고 본인은 대사관에 가 자조치종을 설명하고 임시여권을 만드는 중이란다. 비행기 티켓을 연장하는 데만도 120유로가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참 여유롭다 싶다. 그상황에도 람부뜨리를 올 생각을 했으니. 딱히 도움을 줄 순 없었고 그냥 같이 맥주를 한잔하는 것 밖엔 할 게 없었다.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 반가웠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그중에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줄리앙도, 아키꼬도, 찰리옹도 그런 사람이었다.

아키코는 페낭에서와 마찬가지로 오후 2시나 3시에 일어나 활동을 개시해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카오산, 람부뜨리를 돌아다니는 바퀴벌레형. 프랑스 친구 줄리앙은 페낭에서도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을 하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이번에도 21일 출국날 방콕 공항에 갔다가 공항에서 졸다가 지갑도, 패스포트도, 돈도 모두 잃어버린 오픈지갑형, 크라비에서 만난 찰리옹은 스마트한 외모와 붙임성있는 말솜씨로 태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품절남.

그밖에도 카오산 언저리에서 인도 6개월 여행, 호주 워킹 2년한 자매와 방콕만 30번 인도를 내집처럼 드나드는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한국인을 만나 99B하는 고기뷔페 집에 가서 배 두드리며 실컷 먹고, 맥주도 마시며 그들의 여행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타오에서 만났던 영국 남자 로스도 람부트리 거리를 걷다가 다시 만났고.

방콕에 오면서 작년에 만났던 짬롱을 꼭 다시 만나야지 생각했다. 둘째날 통과 함께 슈퍼마켓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사 짬롱네 집을 찾아갔다. 여기쯤이었던 것 같은데 문이 닫혀 있다. 옆의 시계 가게로 가서 물으니 그 분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갔단다. 다행히다, 멀지 않은 곳이어서. 그분이 그려준 지도를 보며 찾아갔더니 짬롱네 집이 보인다. 짬롱의 직업은 오래된 카시트를 새로 만드는 일이다. 멀리서도 카시트가 보여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짬롱과 함께 카시트를 만들던 아내 야오가 맨발로 뛰어나오며 반갑게 맞아 준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밥을 먹었냐고 물으며 볶음밥 두 개를 시켜 주고, 부엌에서 생선찌게와 고기찌개 두 대접을 가지고 나온다. 짬롱, 대충 일을 마무리하더니 jonny walker black label을 들고 나온다.

작년 방콕에 있을 때, 동네 구경을 하다, 우연히 집앞 골목길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짬롱, 친구들을 만났는데, 같이 마시자고 해서 같이 술을 마시던 게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그때도 위스키를 엄청 마셔서 야오가 계속 위스키, 위스키 하며 놀려댄다. 얼마 후 짬롱의 아들 'sit'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sit은대학에서 radio broadcasting을 전공한다고 한다. 젊음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청년이다.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면 꼭 한국에 놀러오라고 했다. 한국에서 다시 만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워낙 덥다 보니 낮에는 돌아다닐 엄두가 안 나고, 선선해지는 저녁에 돌아다니다 보니 아침 늦게 일어나고, 아직 계속 카오산에만 머물고 있다. 뭔가를 해야 할 것도 같고, 그냥 이렇게 있는 게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고, 하루하루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2010년 2월 18일 목요일

D+292~297. 100215~100220. 조용하고 깨끗한 바다, Koh Tao

인터넷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새해 인사가 늦었네요. 다들 올해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랄게요! 우리도 즐겁게 여행하고 있어요. 보고 싶은 사람도 많고, 소식이 궁금한 사람도 많고 그렇네요. 한국에 돌아가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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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며칠 지났겠지 싶었는데, 마지막 포스팅을 하고 2주나 지났다. 시간 참 빨리 지나간다. 오늘이 D+298. 낼모래면 300일. 이제 남은 시간은 2개월. 첨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는 자전거 타고 어떻게 여행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걱정하고 있으니... 이번 여행으로 얻은 건 많이 여유로워졌다는 거다.

지금 통과 나는 태국 동쪽 만에 있는 Koh Tao라는 섬에 6일째 머물고 있다. Koh Tao는 Koh Samui에서 배타고 4시간 정도 가야 하는 다이빙으로 유명한 섬이다. 그동안 우리는 Krabi에서 8일을 머물고 2월 7일 Krabi를 떠나 태국을 가로질러 surat thani로 향했다. 산이 높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산이라 할만한 건 없었고, 그저 넘을만한 언덕을 몇 개 넘고 3일 걸려 250km 남짓 달려 Ko Phangan이라는 섬에 도착했다. Ko Phangan에서 4일 정도 머물다 2시간 boat를 Koh Tao에 도착했다.

그동안 우리 여정은,
Krabi(8일)-
44번 도로-plai phraya(1일)-44번 도로 어딘가에서 1박-surat thani(1박)-Koh phangan(4일)-Koh Tao(6일)

100206. 토. Plai Phraya
Krabi를 떠나, 지도에 쭉쭉 뻗어있는 44번 도로를 따라 달렸다. 차도 많지 않고 길은 너무나 좋았지만 고무나무 농장, 팜오일트리 농장뿐인 황량하고 삭막한 도로였다. 100km를 가야 겨우 운좋게 숙소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것도 일반 호텔이 아닌 잠시 쉬었다 가는 러브호텔뿐이었다. 태국의 러브호텔이 우리를 살릴 줄은 정말 몰랐다.

44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 숙소를 찾기 위해 샛길로 빠져나가 plai phraya라는 마을에서 도착했다. 역시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모텔을 찾아가 하룻밤을 신세졌다. 말레이시아에서부터 태국까지 팜오일트리플랜테이션을 따라 달리면서 어딘가 으스스하다 생각했는데, plai phraya 모텔은 바로 플랜테이션 안에 있었다. 심지어 팜오일트리를 가로수로 쓰고 있었다. 밤에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태국 위스키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 운좋게 팜오일트리에서 열매를 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5미터 정도 되는 쇠파이프에 낫 같은 도구를 매달아 나무 아래에서 서서 먼저 잎을 잘라낸다. 말이 잎이지 3미터도 넘을 것 같은 크고 단단한 잎이었다. 그다음 낫으로 틈에 열린 팜오일열매를 떨어뜨리면 다른 담당자가 긴 창으로 열매를 찍어 가장자리로 옮겨온다. 트럭 한가득 팜오일트리를 싣고 달리는 차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정도로 수확하려면 꽤나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44번 도로'. 지금까지 같은 색, 같은 굵기의 '4번 도로'를 따라달렸기 때문에 '44번 도로'도 뭐 별다를 게 있나 싶었다. 살짝 걱정이 되었던 건 44번 도로에 마을, 도시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 달리다 살짝 마을쪽으로 빠져나갔다가 달리자 생각하고 ' 44번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 건데, 그동안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수많은 도로 중 best 중 best, wortst 중 wortst였던 것 같다.

지금도 기억나는 도로는 덴마크 스반홀룸을 찾아가던 115번 도로. 10km 전방까지 다 눈에 들어오는데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자전거를 탈만한 갓길은 겨우 30cm 정도였던 테러블한 도로.

그리고는 프랑스 샤토누아에 사는 프랑소와를 찾아가던 스트라스부르 캐널. 오후 5시쯤 스트라스부르 시내에 도착해서 한 2시간 정도 달리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달리기 시작했던 캐널. 캐널 초입을 찾기도 힘들었지만, 샤토누아까지 40km 정도 캐널로 연결된 무식한 도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캐널에 결국 주위가 새까맣게 어두워진 9시에서야 오늘 우린 샤토누아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캐널 주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는 스페인 산티아고의 평평하고 끝을 가늠할 수 없었던
그 황량하고 거대했던 많은 아득했던 많은 길들.

100207. 일. 44번 도로 둘째날.
전날
plai phraya에서 위스키를 너무 마신 탓에 몹시 피곤했다. 그래도 가자 싶어 짐을 챙겨 나섰는데, 이미 해가 중천에 뜬 10시. 다시 황량한 44번 도로에 진입하자 마자 겁이 덜컥 난다. 밥집을 찾기도 어려운데, 잘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밥집이 눈에 띄어 무조건 배도 안 고픈데 배를 채우고, 한참을 쉬다보니 더 이상 갈 용기가 없었다. 그래도 큰맘 먹고 밥집을 나와 달리자 싶었는데, 1km도 안 되어 모텔을 발견했다. OK! 오늘 여기서 쉬었다가 내일 열심히 달리자! 결국 그날 달린 거리는 24km. 같은 밥집에서 점심, 저녁, 다음날 아침까지 해결하고 떠났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떠오르는 그런 가게였다. 그곳에서 만난, 노을은 정말 일품이었다.

100208. 월. surat thani highway police station
전날 푸~욱 쉰 관계로,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가능하면 오늘 surat thani에 도착해 코판강으로 가는 night ferry를 타도록 시도해보자. 대략 거리는 90km 정도. 마의 '44번 도로'도 오늘은 40km만 달리면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이 급한 걸 아는지 오늘 통의 뒷바퀴가 말썽이다. 무려 두 번이나 펑크가 났다. 워낙 도로에 깨진 병조각이 많았는데, 깨진 병조각을 피해갈 수 없었나보다.
두 번의 펑크을 때우고 죽어라 달려 오후 4시 반쯤 surat thani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대략 60km 지점. 사람들에게 '코판강? 코타오?' 물으니 '코사무이' 쪽으로 가란다. 대략 35km 정도 떨어져 있단다. 뭐 그런가 보다 했다. 론리플래닛에 수랏타니의 지도가 자세히 안 나와 거리를 가늠할 수 없었고, 그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은 게 실수였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선착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뭐 2시간 죽어라 달리면 도착 못하겠나 싶어, 그들이 일러준 대로 수랏타니 시내로 안 들어가고 코사무이 쪽 도로를 따라 죽어라 달렸다. 그들이 이야기한 35km가 넘은 95km 지점이 도착했는데도 항구는 보일 생각을 안 한다. 이미 해는 기울어져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시간은 7시쯤.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가게에 물을 사며 물었더니 코판강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은 앞으로 49km는 더 가야 한단다! 아니, 이게 십장생, 십원짜리 같은 소리야. 35km만 가면 된다고 했는데. 책을 보며 대략 앞뒤를 맞춰보니 그들이 일러준 선착장은 수랏타니 선착장이 아니라, 수랏타니에서 76km 떨어진 donsak이라는 선착장이었다. 이런 개구리 이단 옆차기할 일이 있나! 우리가 타려고 했던 night ferry는 수랏타니에서 고작 15km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열심히 사진만 찍고 지나쳤던 그 길이었던 거야! 그리고 samui pier 63km, donsak 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했었는데, 그길을 죽어라 달리고 있었던 거지.

태국에 와서 태국 말을 몰라-그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다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당하는 두 번째 낭패다. 첫번째는 태국말로 쓰여진 호텔이라는 글씨를 몰라 그냥 지나쳤고, 이번엔 나름 영어로 대화가 통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이 일러준 선착장은 76km 떨어진 선착장이었으니. 76km면 우리가 하루를 달여야 하는 거리인데. 왜 지도를 가리키며 night ferry라고 묻지 않았을까 후회 쓰나미가 몰려온다. 하도 기가 막혀 눈물도 안 나온다. 이 밤에 어떻게 해야 하나, 어디서 자야 하나, 기운을 내서 '롱램(태국 말로 호텔, 이젠 이 중요한 단어를 외워가지고 다닌다.), 롱램?'하며 호텔이 어디있는지 물었다. 마침 1km 정도 돌아가면 100바트 하는 호텔이 있단다. 그래, 지나오다 본 것 같아. 도무지 1km를 자전거를 타고 갈 엄두가 안 나 자전거를 끌고 터벅터벅 밤길을 걸었다. 어떻게 우리한테 이런 일이~. 울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감정이 매말라서인지 어째서인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말없이 자전거를 타고 따라오던 통이 갑자기 앞질러 간다. 그리고 highway police에 들어간다. 다시 나오더니 여기서 자도 된다고 한다. 그저 '호텔?' 하고 물었더니, 'you sleep here, no money.'란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순식간에 벌어진 이 복잡한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아저씨 아주머니가 영어로 'where are you going?' 하고 묻는다. 해서 실은 우리는 코판강에 가려고 한다. 그런데 선착장이 너무 멀어서 오늘 못 가고 여기 경찰서에서 자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 자기네 방이 있으니 잘 곳이 없으면 자기네 집에 가서 자잔다. 아니 이런 겹경사 행운이 있나? 살짝 아주머니네 집에 가서 자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이미 여기서 자기로 했다고 대답하니 알았다며 돌아간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천당과 지옥을 오간 느낌이었다. 가게에서 앞으로 49km는 더 가야 선착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터벅터벅 호텔을 찾아 걸어가는데, 운 좋게 통이 경찰서 잠자리를 구했고, 이어 태국 아저씨 아주머니가 자기네 집에 와서 자라고 하고. 정신이 멍하기만 하다. 맘씨 좋은 태국 경찰들, 저녁도 같이 먹자고 한다. OK, OK! 역시 우리는 운이 좋아!

우리가 잔 곳은 싱글침대가 하나 있는 경찰들이 숙소로 쓰는 방이었다. 단, 한 가지 무전기가 설치되어 무전기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하지만 12시가 넘어가지 무전소리도 잠잠해져서 그런대로 잘 잘 수 있었다. 우리 여행에 또 하나 재미난 추억이 생겼구나.

100209. 화~100214. 일 Koh phangan 4일
끔찍한 Haad Rin hill
우여곡절 끝에 Surat thani에서 76Km 떨어진 Don sak 선착장에 오천 11시 30분에 도착했다. 12시 배인 줄 알고 열심히 달렸는데, 2:30 배였다. beer chang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Koh phangan으로 가는 ferry에 올랐다. (raja ferry, 자전거 포함 1인당 280B, 오토바이와 같은 가격)
2시간 정도 바다를 달려 코사무이를 지나 코판강에 도착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푸켓, 피피 아일랜드, 코사무이 같은 섬보다 코판강에 가고 싶었다. 코판강은 보름달 파티(full moon party)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매달 보름달이 차는 시기가 되면 전세계 순례자들이 풀문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몰려든다고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숙소를 구하는 일. 싼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 Haad Rin으로 향했다. 5km 정도 달렸을까 갑자기 가파른 언덕이 나온다. 이렇게 가파른 언덕은 경험한 적이 없다. 경사 20%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경사 45%는 되는 것 같다. 그 위험한 언덕을 오토바이를 탄 서양인들과 배낭족을 태운 썽태우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쳐 간다. 난 거의 2km 끌고 올라가고 2km 끌고 내려왔다. 산티아고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도 자전거를 끈 적이 없었는데, 이건 완전 내 능력 밖이다. 통도 중간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정도였으니. 하마터면 중간에 포기하고 항구로 다시 돌아갈 뻔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언덕에 있는 가게 아저씨에게 물으니 이제 언덕이 하나 남았단다. 이게 끝이라는 줄 알고 올랐더니 아주 심각하게 가파른 언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언덕을 오르니 그다음부터는 천길 낭떠러지 같은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시간은 6시 가까운 시간. 우리는 죽어라 자전거를 끌고 낑낑거리며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해지는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Koh phangan 숙소
첫날 : yogurt home 3, 400
B(트윈베드, 샤워 포함, 아침 바퀴벌레 한 마리 사망)

둘째날 : sea garden, 200B(더블베드, 공동샤워, 밤에 바퀴벌레 두 마리 날아다님)
셋째날~여섯째날 : 수영장이 딸린 Coral Bungalows 300B(더블베드 1개, 싱글베드 1개, 샤워, 바퀴벌레 못 봤음)

Koh phangan
Coral Bungalows the original pool party
우리가 머물렀던 나흘 동안은 black moon 시기여서 그 광란의 full moon 파티는 보지 못했지만, 밤마다 바닷가에서 바케스 위스키를 마시며 젊음을 불사르는 사람은 넘쳐났다. 우리가 머물렀던 coral bungalows는 the original pool Party라며 연신 홍보를 해댔다. pool party가 뭔가 궁금했는데, 수영복 차림으로 풀에 들어가 술마시고 춤추고 노는 파티다. 여자는 남자 옷을 입고, 남자는 여자 옷을 입고. Coral Bungalows staff는 파티 전문가로 3~4일마다 pool party를 열어 파티에 목마른 사람들의 목마름을 적셔준다. full moon party, pool party 말고도, blue moon party, black moon party, warm up black moon party, shiva moon party가 거의 매일밤 넘쳐난다.

코판강의 바다는 그때까지 내가 본 그 어떤 바다보다 깨끗하고, 모래도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은 태국인이 아닌, 서양사람들이다. 물반 고기반이 아닌 태국인 반, 서양인 반이라 해야 하나 코판강은 정말 서양 사람들이 많았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태국 사람들은 하나같이 영어를 잘하지만, 영어를 잘 하는 그들을 대할 때 어딘가 씁쓸했다.

풀 파티 다음 날 통과 Coral bungalows 한 직원이 나눈 이야기.
Tong said, "Are you not tired?"
He said, "I'm not thai, I'm burma."
Tong said, "Oh, NO!"
He said, "내 친구 중에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 월급이 아주 많다. goo job이다. 파티가 있는 날은 1시 넘어서 자고 다음날 7시나 8시에 일어난다. 사실 피곤하다. 여기 코럴 방갈로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면서 한 달에 6,000B(우리 돈으로 24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는다."

너무나 놀랐다. 그렇게 일하고 24만원밖에 못 받다니. bucket whicky 하나에 260B(bodka+red bull) 하는데. 그리고 하룻밤에 3~5개는 기본인데. 그들이 보기에 이렇게 흥정망청대는 외국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생각할까? 내가 보기에 서로 물리고 물리는 관계인 것 같다. 여행자는 태국의 뛰어난 상술에 밤마다 술이 찌들어 지내고, 태국인은 자기들 고유의 문화를 잃고 마치 서양인인양 영국 축구에 열광하며 산다.

Koh phangan, 나름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갔던 섬이었고, pool party라는 색다른 문화를 접하긴 했지만, 바다도 아름답지만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섬이다. 아름다운 자연, 태국인들의 문화가 그렇게 망가져 가는 것이 좀 서글프다. 다만 기억하고 싶은 건, 코럴 방갈로에 수영장이 딸려 있어서 한국에서 1달 물차기만 배우고 온 통이, 매일 3~4시간 특훈한 결과 10m 수영장을 왕복하게 되었다는 사실.

100215. 월~100220. 토... turtle island 'Koh Tao'
Koh phangan에서 배 타고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Koh Tao(songserm, 250+100(자전거)=350B). 코타오는 '거북 섬'이라는 뜻이란다. 그만큼 거북이 많은 섬이었다는 건데... 지금Diving을 사랑하는, Diving을 배우려고 많은 사람들이 코타오를 찾는데, 바닷속에서 거북과 상어도 만날 수 있다 한다.

우리가 Koh Tao로 온 건, surat thani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그러니까 자전거를 조금이라도 덜 타고 싶어서 선택한 곳이다. surat thani-koh phangan-koh tao-chumporn으로 가게 될 경우, 200km는 패스할 수 있다. 그리고 chumporn에서 bangkok까지도 600km 이상이나 되어 나중을 생각해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외엔 별다른 기대 없이 도착한 Koh Tao. 오기 전엔 한 이틀 정도 머물다 가야지 생각했는데. songserm pier에 도착, 숙소를 찾기 위해 town으로 갔는데, 그 좁은 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니는 걸 보고 놀랐다. 잉, 이미 여기도 맛이 갔구나. 평균 숙소 값은 400~500B 정도. 운좋게 300B에 바다를 볼 수 있는 방갈로를 구했다. 밤마다 다정다감한 바퀴벌레 한 쌍을 잡느라, 모기장 안을 기어 들어오는 바퀴벌레에 새벽에 잠이 깨긴 하지만.

B.U.T.
Koh Tao의 바다는 그동안 우리가 여행하면서 본 어떤 바다보다 물도 깨끗하고, 모래도 곱고, 무엇보다 흥청망정대는 서양사람들이 적고, 조용하고 파도도 없어 수영하기 안성맞춤이다. 그동안 우리는 수영을 못해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아님 바닷가에 누워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자다 더우면 잠깐 바닷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정도가 다였는데, 코판강에서 수영을 마스터한 통은 이제 바다에 들어가 나오질 않는다. 나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어 이제 바다가 조금 재밌다는 느낌이 든다. 대략 하루에 4시간 정도는 바다에서 노는 것 같다. 고마운 코타오, 코판강.

코타오의 인상적인 점은 밤에 가끔 전기가 나간다는 사실. 예전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 그저 어부가 쉬어가는 섬이었고, 죄수들을 수용하는 섬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여행자들의 입에 오르면서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섬 둘레는 고작 21평방킬로미터. 아직도 도로는 섬의 일부에만 만들어져 있다. 생각보다 많은 레스토랑, 가게, 약국, 세븐일레븐이 들어서 있지만, 그래도 바다는 아직 깨끗하고 고요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가로등이 없어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다는 거. 깨끗하고 고요한 바다, 총총 빛나는 밤하늘 별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이 섬에 온 건 잘했다 싶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한 이틀 정도 있다가 가야지 했는데, 6일째 머물고 있다. 4일 정도 되었을 때 그래, 떠나야 해 생각은 들었지만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바다에서 노는 법을 알게 되었는데, 코타오 이후로는 바다가 없다 보니, 미적미적 거리다 내일 일요일 Koh Tao에서 Chumporn으로 배를 타고 나가 Chumporn에서 밤기차를 타고 Baongkok으로 가는 티켓 끊었다. 기차 보트 따로 표를 끊는 것보다 에이전시에서 파는 joint ticket을 끊는 게 더 싸다.

Koh Tao - Chumporn - Bangkok : boat-vip bus 600B, boat-train 800B

우리가 끊은 건 800B. VIP BUS를 이용하는 600B짜리를 끊고 싶었는데,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고 해서 800B 하는 기차를 끊었다. 보트(200B)와 기차(?)에 자전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Koh Tao는 마지막 섬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우린 방콕에 도착해 카오산에서 며칠 쉬면서 작년 1월에 만났던 짬롱도 만나고, 다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해 ayuthaya-sukhothai-chiang mai로 올라갈 생각이다.

2010년 2월 4일 목요일

D+278~284. 100129~100204. 태국 남부 휴양지 허브 Krabi

우리는 지금 태국 남부 휴양도시의 허브, Krabi라는 작은 도시에서 일주일째 머물고 있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오늘 떠나려고 했는데, 하루만 더 , 하루만 더 하며 일주일째 머물고 있다. 아마도 내일은 꼭 떠날 수 있길 바라면서...


Krabi는 태국 서쪽 Andaman Sea에 연해 있는 태국 남부 휴양도시의 허브란다. 우리가 자전거로 이틀 걸려 온 Trang도 미니버스로 두 시간 정도면 갈 수 있고, Phuket도 가깝고, Phi phi island나, Lanta island로도 갈 수 있고, 썽태우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Ao nang이라고 하는 최근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해변과 Railray라는 암벽 등반할 수 있는 해변 등등으로 쉽게 연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사람에게는 Bangkok, Chiang Mai, Phuket, Ko samui만큼은 알려지지 않은 곳인 것 같다. 한국 사람을 만나긴 했지만, 서양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Krabi 자체가 매력적이라기보단, 아무래도 주변 휴양지로의 접근성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Krabi로 온 이유는 Trang, Krabi, Phuket을 거쳐 Bangkok으로 가려고 한 것인데, Krabi에서 Phuket을 가려면 서쪽 해안선을 따라 150여 km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럼 들어갔다 나오면 300km 정도 되는 거리이다. Trang에서 Bangkok까지의 거리만도 828km나 되는데, 들어갔다 나오려니 너무 돌아간다 싶다. 그리고 허니문으로 잘 알려진 Phuket을 꼭 가야 하나 싶어 Phuket은 가지 않고 Krabi에서 태국 남부를 가로질러 Surat tani로 가려고 한다. Surat tani 역시 태국 동쪽 해안 섬으로 가는 중심지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Ko(태국 말로 '섬'이라는 뜻) Samui나 Ko Pan-Nang, Ko Tao 등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배낭여행족들에게는 예전에는 Ko Samui가 잘나갔지만,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레, 전, 드, Ko Pan-Nang을 거쳐 요즘은 Ko Tao가 뜨고 있는 섬이란다. 딱히 아는 건 없지만, Ko Tao는 다이빙으로 유명하고, Ko Pan-Nang은 Fulmoon party가 유명한 섬이란다. 통과 나는 Ko Pan-Nang이 더 땡기는 편이다. Penang에서 만난 프랑스 형제 줄리앙과 클레몽은 랑카위는 패스하고 지금 다시 Ko Tao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Ko Tao는 Ko Pan-Nang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만약 우리가 Ko Pan-Nang에 가면 들러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Krabi 한 음식점 여인도 Phuket, Ko samui는 알지만, Ko Pan-Nang은 잘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 더 호기심이 생긴다. 어떤 섬일지. 아무튼 그렇게 진로 변경을 했고, Krabi에서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썰을 풀어볼까?

부부는 닮는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4년 함께 살 때보다 1년 여행을 하면서 서로 많이 닮아가는 것 같다.
유럽에서는 매일같이 아침마자 떠나자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던 통이 동남아에 오니,
'나무, 오늘 하루 더 있을까?' 하고 묻는 아침이 많아진다. 나의 대답은 언제나 'call'. 그래서 여행은 좋다!

100129. 금. Klong Thom에서 Krabi까지
주행기록
44.92km
2:35:31
17.3km
37.5km
302.5km

이 비석 같은 돌덩어리는 태국 거리 표지석이다.
뭐라고 써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략 숫자만 보고 거리를 짐작한다.


태국 경찰이 하는 모텔에서의 하룻밤, 전날 90km 넘게 달린 데다 술도 많이 마신 터라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도 오늘은 45km만 가면 되니 그리 부담은 없다. 통, 일어나자 마자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단다. 숙소 바로 옆에 밥집이 있는 줄 알았는데, 1km쯤 떨어진 시내까지 나가야 했는데, 삼거리에서 경찰을 다시 만났다.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여기서밥을 먹으라는 것도 뿌리치고 가다가 먹겠다며 떠났다. 이상하니 문을 연 가게가 없다. 다 집에서 음식을 해먹나? 하는수없이 어제 야시장쪽으로 돌아갔는데, 야시장은 당연히 문을 닫았고 상설시장에 문을 연 음식점이 있었다. 대부분 음식점은 내가 찾는 편인데, 배가 고파서인지 통이 드물게 적극적으로 찾아나선다.
태국에 엄청나게 쌀 종류가 많은 것 같다. 쌀 종류와 가격을 깨알같이 쓴 쌀가게가 인상적이었다.


말레이시아의 nasi campur(나시 참푸르)처럼 밥에 반찬 두 가지를 얹었는데, 40B이란다. 좀 비싼 느낌이다.

어차피 출발은 늦었고, 늦은 김에 커피도 한 잔 마시고 가자 해서 근처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가서 뜨거운 커피와 냉커피를 시켰다. 여기도 'nescafe'와 canation이라는 연유 광고가 대대적이다. 내가 시킨 뜨거운 커피는 밑에 연유를 깔고 그 위에 인스턴트 커피를 얹어서 내온다. 특이하게 앙증맞은 주전자에 찻잎을 띄어 함께 내온다. 가격은 10B, 냉커피는 15B. 맛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무한도전> 식객편을 보면(우리가 주구장창 여행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조금 타고 많이 쉬고가 우리 여행의 컨셉. 해서 무한도전 식객편을 운좋게 다운받아 가지고 다니며 보고 있다.) 세계의 매운맛 중에 한국의 매운맛을 소개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태국 음식도 정말 맵다. 태국 매운 음식의 근원은 저 쬐그만 고추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종류도 다양하고 작다못해 쪼그만데 정말 맵다.

Klong Thom은 hot spring, emerlad pool, water fall 등으로 유명하다. 인근 Krabi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하루 관광을 오는 사람도 많다. 자전거를 타고 하루 투어하는 eco-cycling도 있다. 그렇게 치면 우리는 늘 eco-cycling인디...^^;; 태국에 오니 확실히 서양남자와 커플을 이룬 동양여자가 많다. 어떤 여자는 정말 이쁘고, 어떤 여자는 사실 별루다. 대부분은 긴 생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아침과 커피까지 마시고 10시쯤 Klong thom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그 교통경찰이 도로를 막고 검문을 하고 있다. 인사를 하고 달리기 시작~. 한번도 안 쉬고 25km를 달렸다. 통이 먼저 쉬자고 한다. ㅋ.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한번밖에 안 쉬고, 1시 못 되어 Krabi 경계에 들어왔다. 멀리 카르스트 지형의 섬인지 돌산인지 알 수 없는 신기한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도시 초입은 honda, nissan, ford...외국 차들 광고가 넘쳐난다.

Krabi town에 도착하니 왼쪽 krabi 강을 따라 맹그로브 숲이 길게 뻗어 있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 나오는 맹그로브 숲, 신기하다 못해 신비롭다 싶다. 강물에 나무뿌리를 내리고 수 킬로미터에 걸쳐 자라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꽃보다 남자'라고, 경치 구경보다 숙소를 구하는 게 더 급선무. 몇 군데 들러보았는데, 호텔은 선풍기 방이 450B, 에어콘 방은 600~900B이란다. 우린 언제 이런 방에 자볼까도 싶지만, 그런 푸념도 잠시, 다시 방을 찾아. 운좋게 강가에 싸고 깨끗한 'number 7'이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선풍기방을 200B(8,000원)에 구했다. 샤워실은 공동.

이곳도 역시 야시장이 섰다. 금,토,일에만 서는 야시장이라고 한다.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티를 돕자 이런내용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은 주변에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사다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다. 외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도 함께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포장마차를 둘러보다 새우튀김 30B 하나 하고, 얌운센 40B 하나를 사서 먹었다. 새우가 흔한지 싱싱한 새우가 아주 싸다. 통왈, 이제 생새우는 질렸단다. 어쩌나~ 한국 돌아가면 우린 냉동새우밖에 못먹을 텐데....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

밤이 되니 한결 시원해서 다닐 만하다. 강가 선착장에도 매일같이 야시장이 선다. 야시장을 구경하다 숙소로 돌아왔는데, 잠긴 숙소 문을 못 열어 낑낑 대자 옆 게스트하우스 한 청년이 달려와 도와준다. 내가 뭐라뭐라 하니, '엥, 한국인이세요?'한다. 까무잡잡해서 태국인인 줄 알았는데 그 역시 한국인이었다. 그 이름도 특이한 옹성철. 별명은 찰리. '찰리옹' 딱이다. 해서 겸사겸사 세븐일레븐에서 술을 사다 맹그로그 강변에서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질랜드 1년 워킹할리데이로 일하고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여행중이란다.

낮에 두 한국 여인을 거리에서 보았는데,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빠져나왔다. 두 여인 중 한명이 완전 태국 스타일이라 태국 남자들이 서로 술을 사주려고 한단다. 태국 남자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길이 '이글이글'이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달을 계획하고 온 두 여인 여행이 진짜 코메디였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던 것 같다. 간단하게 기억나는 것만 이야기하자면, 여행 전 남대문에서 9만원 주고 산 가방에 짐을 싸고 자크를 채우려니 자크가 북북 뜯어지더란다. 하는수없이 공항에 가서 다시 20만원 넘는 가방을 샀는데,역시 자크 부분이 뜯어지더란다. 가방이 후진 건지, 짐이 많은 건지...짐이 많다고는 하던데 보진 못했고. 한 여인은 공항에서 800B 들은 짐을 리무진에 놓고내려 떠나기 전에 천운으로 다시 찾고, 눈에 다래끼가 나 있었는데, 스노쿨링 한다고 쓴 고글에서 옮았다고 한다. 나참 고글에서 다래끼가 옮는다니 처음 듣는다. 게다 고수를 먹고 두드러기까지 나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방콕에서 1500B짜리 보트 투어하려다 사기 당해 아무데서나 내리라는 황당함을 당하고, 그래도 깎는 건 도사다. krabi에서 Ko liepe까지 가는 버스-배 금액이 한 사람당 2500B인데, 깎아서 한 사람당 800B를 주고 계약했단다. 대단한 여인들이다~. Krabi의 첫날도 즐겁게 잘 넘어가는구나.
통 옆에 있는 여인이 태국 남자들의 눈을 '이글이글' 타오르게 하는 여인이다.

100130. 토요일. Krabi 둘째날.
딱히 한 건 없고, 통은 30km 떨어진 국립공원 폭포에 수영하러 다녀오고, 나는 근처 공원을 산책한답시고 한낮에 나가 땀만 주룩주룩 흘리다 돌아왔다.

유럽에서도 그렇고, 태국에서도 그렇고 쓸 돈은 ATM기를 이용해서 뽑아쓰고 있다. cirus나 plus라고 쓰여진 ATM기에서 뽑으면 된다. 말레이시아나 태국은 세븐일레븐에 가면 대부분 ATM기가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못 느꼈는데, 태국 ATM기에서 돈을 뽑고 보니 150B이라는 금액이 더 빠져나갔다. 외국인이 쓰는 카드에서 뽑아가는 수수료인가 보다. 현지인에게는 얼마를 받아가나 봤더니 20B. 태국은 박물관이고 국립공원이고 현지인에게는 돈을 안 받고 대신 외국인에게는 5배 이상의 금액을 붙여먹는다. 좀 심하다 싶지만 관광산업이 발달한 나라이긴 한 것 같다.

100131. 일요일. Krabi 셋째날.
딱히 한 일이라곤 <카모메 식당> 보다가 졸다가 한 것,
3시쯤 강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돌아가면 뭘하면 좋을까 이야기한 것, 하늘 바라본 것, 강바람 쐰 것.

여행을 준비하면서 좋아하는음악 mp3 몇 곡, 좋아하는 영화 몇 편을 파일로 챙겼는데,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과 <안경>이 그중 하나. 둘 다 심심할 때면 보다가 졸다가 하는 영화다. 한국에 있을 때 <카모메 식당>을 먼저 봤는데, 몸에 좋은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것 같은 담백한 느낌이었다. 다시 보니 <카모메 식당>처럼 일본적인 영화는 없다 싶다. 핀란드를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일본의 '오니기리'를 소울푸드로 소개하고, '和食(와쇼쿠)'라는 간단한 일본 전통 식단, 돈까스, 테리야끼 등을 소개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갓차만>의 주제가를 부르고, 밤마다 합기도 기본 자세를 연습하는 것 하며....이렇게 일본적인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담백하고 군더기 없고, 조용하고, 그러면서 가끔 보고 싶게 만드는....감독의 내공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한국에 가면 아직 못 본 <요시노 이발관>을 볼 생각이다. 여행하다 일본인을 만나면 <카모메 식당> <안경>을 보았냐고 물어보는데 들어는 보았지만 모른다는 사람이 많다.

오늘 통은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다 <무한도전-최현미, 쯔바사 편>에 대해 이야기한다. 케케묵은 한일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 바라보게 하는 또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들었나 보다. 인터넷에서 칭찬이 장난이 아니다. 난 보지는 못했지만, 기사를 읽는것, 기사속에 있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김태호 피디의 두뇌, 열정도 인정하지만, 그보다 김태호 피디의 장점, 능력은 머리로 <무한도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런 건 머리로 계산해서 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아파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기쁨을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각, 열린 마음, 관심,애정이 어우러져 그런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싶다. 나도 한국으로 돌아가 책을 만든다면, 아니 다른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내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

아, 오랫동안 벼르던 슬리퍼를 샀다. 지금까지 산티아고 초반 ayegui라는 알레르게에서 누군가가 두고간 슬리퍼를 신고 다녔는데, 동남아 이쁜 슬리퍼만 보면 너무나 사고 싶었다. 그래도 내가 슬리퍼가 없는 것도 아니고 비록 슬리퍼에서 물이 새긴 하지만, 아직 신을만 하니 다 떨어지면 사자, 다 떨어지면 사자 했다. 짐이 넘쳐나게 가져온 한국 여인이 자기는 새로 샀다며 전에 신던 슬리퍼를 줬다. 그런데 발가락 부분이 아프기만 하고 내 슬리퍼만 못하더라. 그런데 마침 내 슬리퍼가 수명이 다해 한짝이 끊어지고 말았다. 가게 슬리퍼를 구경하다 99B하는 슬리퍼를 깎아 80B에 샀다. 아동용 슬리퍼 같긴 한데, 다른 데서는 85B에 팔고 있었다. 맥주 두 병만 안 먹으면 살 수 있는 돈인데 그걸 그리 아끼다니... 나도 뭐가 중요하고 뭐가 안 중요한지를 아직 한참 모르는 것 같다. 좌우지당간 슬리퍼가 새로 생겼다.

신발 이야기가 나와서말인데, 여행에서 신발 이야기를 하자면, 첨 여행길에 오르면서 가져간 신발은 나는 샌들 하나, 어머님이 주신 아쿠아슈즈 같은 가벼운 신발 하나, 통은 계속 신던 thenothface 샌들, nike 운동화 이렇게 4개였다. 지금 이것 중 가지고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내가 첨에 가져간 샌들은 자전거를 탈 때 페달에 부딪쳐 위험해서 한국에 부쳤고, 어머님이 주신 아쿠아슈즈를 한참 신다가 암
스테르담에서 19유로 주고 샌들 하나를 사면서 함께 한국으로 부쳤다.
이 샌들을 5월부터 9월까지 열심히 신고 다녔는데, 바닥이 다 달아 서 있으면 약간 기우뚱할 정도. 가을로 접어들면서 운동화 하나가 필요하다 싶었다.

파리에 있을 때 벼룩시장에서 5유로 주고 kalenji라고 하는 헌 운동화를 하나 샀다. 색깔도 디자인도 딱 내맘에 드는 신발이었다. 사고 보니 꽤나 잘나가는 스포츠 브랜드라고 한다. 9월 말 스페인에서 샌들을 버리고 이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지금은 더워서 못 신지만, 가을에 접어들면서 유용하게 신었다. 그리고 다시 동남아에서 자전거를 타려면 샌들이 필요해서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쿠알라룸푸르 Suria KLCC Bata에서 60RM 주고 마음에 드는 샌들을 샀다. 지금까지 잘 신고 다니고 있다.
통이 신던 신발 두 켤레는 이미 다 떨어져서 버리고 없다. 통도 암스테르담에서 24.90유로 주고 싸다고 등산화같은걸 샀는데, 불편하다고 짐짝처럼 들고다니기만 하다가 나도 모르는 새 말레이시아에서 버려버렸다. 지금 통이 신고 다니는 신발은 말라카 게스트하우스에서 업어온 샌들, 덴마크 스반홀룸 있을 때 재활용 센터에서 가져온 ECCO라고 꽤 좋은 브랜드 신발 2켤레다.

100201. 월요일. Krabi 넷째날. 드디어 Ao Nang 해변으로.
드디어 Ao Nang 해변으로! Krabi Town에서 썽태우 타고 20분 정도(22km 떨어진 곳) 가면 Ao Nang 이라는 해변이 나온다.
최근 급격하게 발달하기 시작한 휴양지라고 론니플래닛에 소개되어 있다. 시내에 들어서니 럭셔리한 리조트 들이 많이 보이고, 서브웨이, KFC, 맥도널드, 체인점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Ao'는 태국말로 '만'이라는 뜻이다. 'Ao Nang'하면 Nang 만, '낭 만'이라는 거지. '낭 만' 참 좋네. 일본어로 '아오'는 푸르다는 뜻이다. '푸른 낭'도 나쁘지 않네...ㅋㅋ

석회암 절벽이
병풍처럼 휘감고 있고, long tail boat 가 사람들을 섬으로 실어 나르고, 북유럽에서 날아온 사람들이 해변에 드러누워 태국의 뜨거운 겨울을 즐기고 있다. 몰랐는데,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 해변은 패션이 생명인데, 수영장에서 수영 배울 때 입던 수영복 입고 물에 들어가는 이는 나밖에 없어~. 쭉쭉 빵빵한 젊은여인들 말고도 배가 남산만하게 나온 아주머니, 할머니도 비키니 수영복 입고 해변에 누워 몸을 태우는데 말이야~~~




100202. 화요일. Krabi 다섯째날.
별일없이 산다. 떠나기 전에 태국 여행기나 올리자 싶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100203. 수요일. Krabi 여섯째날.
전날 너무 열심히 블로그를 써서 너무 피곤해, 오늘 출발을 내일로 미루고 '낭 만'을 위해 다시 Ao Nang으로.
Ao nang도 아름답지만,가는 길도 아름답다.


Ao nang을 누비는 뚝뚝. 빨강색도 있고, 연두색도 있다. Ao nang을 왔다 갔다 하는 뚝뚝은 20B. 멀리 가는 건 더 비싸고. 귀엽고 독특하고 가격도 거의 정찰제라 좋긴 한데, 왜 대중교통이 없을까 의문이다. 대중교통이라고는 휴양지에서 휴양지를 오가는 vip 버스뿐. 아주 큰 도시를 가지 않는 이상은 대중교통을 볼 수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이용하거나 오토바이 택시, 썽태우를 이용한다. 그 이유가 뭘까? yamasaki, honda 같은 일본 오토바이 기업 먹여 살리려고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만 한데. 여행자를 위해 '뚝뚝'이 존재하는 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일반 사람들을 위한 대중교통이 없는 건 좀 그렇다. 물론 그들은 오토바이나 썽태우를 이용하니 불편함을 못 느끼겠지만.


흠...이런 커플 많이 본다. 아주 많이. 긴 머리 동양 여인, 다 이쁠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그런데도 동양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서양 남자 많이 보았다. 첨엔 태국 왜 이러냐, 서양 넘들 왜이러냐 흥분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사실 한국 여인들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렇게 하지 않았나? 여자를 탓할 것이오, 남자를 탓할 것이오?

두번째 가서 보니 이런 표지판이 눈에 띈다. 쯔나미위험 지역. 지진이 나면 높은 곳으로 가거나 안쪽으로 피신하라.

그리고 돌아와 망그로브 숲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


100204. 수요일. Krabi 일곱째날.
어제 9시쯤 잠들면서 오늘 떠나기로 했다. 통도 긴장했는지, 5:30부터 알람이 울린다. 5:30, 6:00, 6:30. 통보고 알람 좀 끄라고. 7시 넘어 통 하루만 더 있으면 안 될까? 꼼짝도 하기 싫다. 안 될 게 뭐 있어, 갈길이 바쁘긴 하지만, 가다 못 가면 말지 뭐.

그리고 7시 20분쯤 방을 나와, 아침에 세븐일레븐에서 커피 한 잔 타서 망그로브 숲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


여기까지 쓰다 보니 목이 마르네. 지금 시각 4시 12분. 아직 술을 안 팔 시간이군. 5시까지 기다렸다가 맥주나 한 잔 해야겠다. 내일 갈 수 있을까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