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8일 목요일

D+292~297. 100215~100220. 조용하고 깨끗한 바다, Koh Tao

인터넷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새해 인사가 늦었네요. 다들 올해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랄게요! 우리도 즐겁게 여행하고 있어요. 보고 싶은 사람도 많고, 소식이 궁금한 사람도 많고 그렇네요. 한국에 돌아가면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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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며칠 지났겠지 싶었는데, 마지막 포스팅을 하고 2주나 지났다. 시간 참 빨리 지나간다. 오늘이 D+298. 낼모래면 300일. 이제 남은 시간은 2개월. 첨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는 자전거 타고 어떻게 여행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걱정하고 있으니... 이번 여행으로 얻은 건 많이 여유로워졌다는 거다.

지금 통과 나는 태국 동쪽 만에 있는 Koh Tao라는 섬에 6일째 머물고 있다. Koh Tao는 Koh Samui에서 배타고 4시간 정도 가야 하는 다이빙으로 유명한 섬이다. 그동안 우리는 Krabi에서 8일을 머물고 2월 7일 Krabi를 떠나 태국을 가로질러 surat thani로 향했다. 산이 높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산이라 할만한 건 없었고, 그저 넘을만한 언덕을 몇 개 넘고 3일 걸려 250km 남짓 달려 Ko Phangan이라는 섬에 도착했다. Ko Phangan에서 4일 정도 머물다 2시간 boat를 Koh Tao에 도착했다.

그동안 우리 여정은,
Krabi(8일)-
44번 도로-plai phraya(1일)-44번 도로 어딘가에서 1박-surat thani(1박)-Koh phangan(4일)-Koh Tao(6일)

100206. 토. Plai Phraya
Krabi를 떠나, 지도에 쭉쭉 뻗어있는 44번 도로를 따라 달렸다. 차도 많지 않고 길은 너무나 좋았지만 고무나무 농장, 팜오일트리 농장뿐인 황량하고 삭막한 도로였다. 100km를 가야 겨우 운좋게 숙소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것도 일반 호텔이 아닌 잠시 쉬었다 가는 러브호텔뿐이었다. 태국의 러브호텔이 우리를 살릴 줄은 정말 몰랐다.

44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 숙소를 찾기 위해 샛길로 빠져나가 plai phraya라는 마을에서 도착했다. 역시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모텔을 찾아가 하룻밤을 신세졌다. 말레이시아에서부터 태국까지 팜오일트리플랜테이션을 따라 달리면서 어딘가 으스스하다 생각했는데, plai phraya 모텔은 바로 플랜테이션 안에 있었다. 심지어 팜오일트리를 가로수로 쓰고 있었다. 밤에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태국 위스키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 운좋게 팜오일트리에서 열매를 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5미터 정도 되는 쇠파이프에 낫 같은 도구를 매달아 나무 아래에서 서서 먼저 잎을 잘라낸다. 말이 잎이지 3미터도 넘을 것 같은 크고 단단한 잎이었다. 그다음 낫으로 틈에 열린 팜오일열매를 떨어뜨리면 다른 담당자가 긴 창으로 열매를 찍어 가장자리로 옮겨온다. 트럭 한가득 팜오일트리를 싣고 달리는 차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정도로 수확하려면 꽤나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44번 도로'. 지금까지 같은 색, 같은 굵기의 '4번 도로'를 따라달렸기 때문에 '44번 도로'도 뭐 별다를 게 있나 싶었다. 살짝 걱정이 되었던 건 44번 도로에 마을, 도시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 달리다 살짝 마을쪽으로 빠져나갔다가 달리자 생각하고 ' 44번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 건데, 그동안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수많은 도로 중 best 중 best, wortst 중 wortst였던 것 같다.

지금도 기억나는 도로는 덴마크 스반홀룸을 찾아가던 115번 도로. 10km 전방까지 다 눈에 들어오는데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 자전거를 탈만한 갓길은 겨우 30cm 정도였던 테러블한 도로.

그리고는 프랑스 샤토누아에 사는 프랑소와를 찾아가던 스트라스부르 캐널. 오후 5시쯤 스트라스부르 시내에 도착해서 한 2시간 정도 달리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달리기 시작했던 캐널. 캐널 초입을 찾기도 힘들었지만, 샤토누아까지 40km 정도 캐널로 연결된 무식한 도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캐널에 결국 주위가 새까맣게 어두워진 9시에서야 오늘 우린 샤토누아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캐널 주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는 스페인 산티아고의 평평하고 끝을 가늠할 수 없었던
그 황량하고 거대했던 많은 아득했던 많은 길들.

100207. 일. 44번 도로 둘째날.
전날
plai phraya에서 위스키를 너무 마신 탓에 몹시 피곤했다. 그래도 가자 싶어 짐을 챙겨 나섰는데, 이미 해가 중천에 뜬 10시. 다시 황량한 44번 도로에 진입하자 마자 겁이 덜컥 난다. 밥집을 찾기도 어려운데, 잘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밥집이 눈에 띄어 무조건 배도 안 고픈데 배를 채우고, 한참을 쉬다보니 더 이상 갈 용기가 없었다. 그래도 큰맘 먹고 밥집을 나와 달리자 싶었는데, 1km도 안 되어 모텔을 발견했다. OK! 오늘 여기서 쉬었다가 내일 열심히 달리자! 결국 그날 달린 거리는 24km. 같은 밥집에서 점심, 저녁, 다음날 아침까지 해결하고 떠났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떠오르는 그런 가게였다. 그곳에서 만난, 노을은 정말 일품이었다.

100208. 월. surat thani highway police station
전날 푸~욱 쉰 관계로,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가능하면 오늘 surat thani에 도착해 코판강으로 가는 night ferry를 타도록 시도해보자. 대략 거리는 90km 정도. 마의 '44번 도로'도 오늘은 40km만 달리면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이 급한 걸 아는지 오늘 통의 뒷바퀴가 말썽이다. 무려 두 번이나 펑크가 났다. 워낙 도로에 깨진 병조각이 많았는데, 깨진 병조각을 피해갈 수 없었나보다.
두 번의 펑크을 때우고 죽어라 달려 오후 4시 반쯤 surat thani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대략 60km 지점. 사람들에게 '코판강? 코타오?' 물으니 '코사무이' 쪽으로 가란다. 대략 35km 정도 떨어져 있단다. 뭐 그런가 보다 했다. 론리플래닛에 수랏타니의 지도가 자세히 안 나와 거리를 가늠할 수 없었고, 그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은 게 실수였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선착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뭐 2시간 죽어라 달리면 도착 못하겠나 싶어, 그들이 일러준 대로 수랏타니 시내로 안 들어가고 코사무이 쪽 도로를 따라 죽어라 달렸다. 그들이 이야기한 35km가 넘은 95km 지점이 도착했는데도 항구는 보일 생각을 안 한다. 이미 해는 기울어져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시간은 7시쯤.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가게에 물을 사며 물었더니 코판강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은 앞으로 49km는 더 가야 한단다! 아니, 이게 십장생, 십원짜리 같은 소리야. 35km만 가면 된다고 했는데. 책을 보며 대략 앞뒤를 맞춰보니 그들이 일러준 선착장은 수랏타니 선착장이 아니라, 수랏타니에서 76km 떨어진 donsak이라는 선착장이었다. 이런 개구리 이단 옆차기할 일이 있나! 우리가 타려고 했던 night ferry는 수랏타니에서 고작 15km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열심히 사진만 찍고 지나쳤던 그 길이었던 거야! 그리고 samui pier 63km, donsak 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했었는데, 그길을 죽어라 달리고 있었던 거지.

태국에 와서 태국 말을 몰라-그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다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당하는 두 번째 낭패다. 첫번째는 태국말로 쓰여진 호텔이라는 글씨를 몰라 그냥 지나쳤고, 이번엔 나름 영어로 대화가 통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이 일러준 선착장은 76km 떨어진 선착장이었으니. 76km면 우리가 하루를 달여야 하는 거리인데. 왜 지도를 가리키며 night ferry라고 묻지 않았을까 후회 쓰나미가 몰려온다. 하도 기가 막혀 눈물도 안 나온다. 이 밤에 어떻게 해야 하나, 어디서 자야 하나, 기운을 내서 '롱램(태국 말로 호텔, 이젠 이 중요한 단어를 외워가지고 다닌다.), 롱램?'하며 호텔이 어디있는지 물었다. 마침 1km 정도 돌아가면 100바트 하는 호텔이 있단다. 그래, 지나오다 본 것 같아. 도무지 1km를 자전거를 타고 갈 엄두가 안 나 자전거를 끌고 터벅터벅 밤길을 걸었다. 어떻게 우리한테 이런 일이~. 울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감정이 매말라서인지 어째서인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말없이 자전거를 타고 따라오던 통이 갑자기 앞질러 간다. 그리고 highway police에 들어간다. 다시 나오더니 여기서 자도 된다고 한다. 그저 '호텔?' 하고 물었더니, 'you sleep here, no money.'란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순식간에 벌어진 이 복잡한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아저씨 아주머니가 영어로 'where are you going?' 하고 묻는다. 해서 실은 우리는 코판강에 가려고 한다. 그런데 선착장이 너무 멀어서 오늘 못 가고 여기 경찰서에서 자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 자기네 방이 있으니 잘 곳이 없으면 자기네 집에 가서 자잔다. 아니 이런 겹경사 행운이 있나? 살짝 아주머니네 집에 가서 자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이미 여기서 자기로 했다고 대답하니 알았다며 돌아간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천당과 지옥을 오간 느낌이었다. 가게에서 앞으로 49km는 더 가야 선착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터벅터벅 호텔을 찾아 걸어가는데, 운 좋게 통이 경찰서 잠자리를 구했고, 이어 태국 아저씨 아주머니가 자기네 집에 와서 자라고 하고. 정신이 멍하기만 하다. 맘씨 좋은 태국 경찰들, 저녁도 같이 먹자고 한다. OK, OK! 역시 우리는 운이 좋아!

우리가 잔 곳은 싱글침대가 하나 있는 경찰들이 숙소로 쓰는 방이었다. 단, 한 가지 무전기가 설치되어 무전기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하지만 12시가 넘어가지 무전소리도 잠잠해져서 그런대로 잘 잘 수 있었다. 우리 여행에 또 하나 재미난 추억이 생겼구나.

100209. 화~100214. 일 Koh phangan 4일
끔찍한 Haad Rin hill
우여곡절 끝에 Surat thani에서 76Km 떨어진 Don sak 선착장에 오천 11시 30분에 도착했다. 12시 배인 줄 알고 열심히 달렸는데, 2:30 배였다. beer chang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Koh phangan으로 가는 ferry에 올랐다. (raja ferry, 자전거 포함 1인당 280B, 오토바이와 같은 가격)
2시간 정도 바다를 달려 코사무이를 지나 코판강에 도착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푸켓, 피피 아일랜드, 코사무이 같은 섬보다 코판강에 가고 싶었다. 코판강은 보름달 파티(full moon party)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매달 보름달이 차는 시기가 되면 전세계 순례자들이 풀문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몰려든다고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숙소를 구하는 일. 싼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 Haad Rin으로 향했다. 5km 정도 달렸을까 갑자기 가파른 언덕이 나온다. 이렇게 가파른 언덕은 경험한 적이 없다. 경사 20%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경사 45%는 되는 것 같다. 그 위험한 언덕을 오토바이를 탄 서양인들과 배낭족을 태운 썽태우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쳐 간다. 난 거의 2km 끌고 올라가고 2km 끌고 내려왔다. 산티아고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도 자전거를 끈 적이 없었는데, 이건 완전 내 능력 밖이다. 통도 중간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정도였으니. 하마터면 중간에 포기하고 항구로 다시 돌아갈 뻔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언덕에 있는 가게 아저씨에게 물으니 이제 언덕이 하나 남았단다. 이게 끝이라는 줄 알고 올랐더니 아주 심각하게 가파른 언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언덕을 오르니 그다음부터는 천길 낭떠러지 같은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시간은 6시 가까운 시간. 우리는 죽어라 자전거를 끌고 낑낑거리며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해지는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Koh phangan 숙소
첫날 : yogurt home 3, 400
B(트윈베드, 샤워 포함, 아침 바퀴벌레 한 마리 사망)

둘째날 : sea garden, 200B(더블베드, 공동샤워, 밤에 바퀴벌레 두 마리 날아다님)
셋째날~여섯째날 : 수영장이 딸린 Coral Bungalows 300B(더블베드 1개, 싱글베드 1개, 샤워, 바퀴벌레 못 봤음)

Koh phangan
Coral Bungalows the original pool party
우리가 머물렀던 나흘 동안은 black moon 시기여서 그 광란의 full moon 파티는 보지 못했지만, 밤마다 바닷가에서 바케스 위스키를 마시며 젊음을 불사르는 사람은 넘쳐났다. 우리가 머물렀던 coral bungalows는 the original pool Party라며 연신 홍보를 해댔다. pool party가 뭔가 궁금했는데, 수영복 차림으로 풀에 들어가 술마시고 춤추고 노는 파티다. 여자는 남자 옷을 입고, 남자는 여자 옷을 입고. Coral Bungalows staff는 파티 전문가로 3~4일마다 pool party를 열어 파티에 목마른 사람들의 목마름을 적셔준다. full moon party, pool party 말고도, blue moon party, black moon party, warm up black moon party, shiva moon party가 거의 매일밤 넘쳐난다.

코판강의 바다는 그때까지 내가 본 그 어떤 바다보다 깨끗하고, 모래도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은 태국인이 아닌, 서양사람들이다. 물반 고기반이 아닌 태국인 반, 서양인 반이라 해야 하나 코판강은 정말 서양 사람들이 많았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태국 사람들은 하나같이 영어를 잘하지만, 영어를 잘 하는 그들을 대할 때 어딘가 씁쓸했다.

풀 파티 다음 날 통과 Coral bungalows 한 직원이 나눈 이야기.
Tong said, "Are you not tired?"
He said, "I'm not thai, I'm burma."
Tong said, "Oh, NO!"
He said, "내 친구 중에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 월급이 아주 많다. goo job이다. 파티가 있는 날은 1시 넘어서 자고 다음날 7시나 8시에 일어난다. 사실 피곤하다. 여기 코럴 방갈로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면서 한 달에 6,000B(우리 돈으로 24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는다."

너무나 놀랐다. 그렇게 일하고 24만원밖에 못 받다니. bucket whicky 하나에 260B(bodka+red bull) 하는데. 그리고 하룻밤에 3~5개는 기본인데. 그들이 보기에 이렇게 흥정망청대는 외국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생각할까? 내가 보기에 서로 물리고 물리는 관계인 것 같다. 여행자는 태국의 뛰어난 상술에 밤마다 술이 찌들어 지내고, 태국인은 자기들 고유의 문화를 잃고 마치 서양인인양 영국 축구에 열광하며 산다.

Koh phangan, 나름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갔던 섬이었고, pool party라는 색다른 문화를 접하긴 했지만, 바다도 아름답지만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섬이다. 아름다운 자연, 태국인들의 문화가 그렇게 망가져 가는 것이 좀 서글프다. 다만 기억하고 싶은 건, 코럴 방갈로에 수영장이 딸려 있어서 한국에서 1달 물차기만 배우고 온 통이, 매일 3~4시간 특훈한 결과 10m 수영장을 왕복하게 되었다는 사실.

100215. 월~100220. 토... turtle island 'Koh Tao'
Koh phangan에서 배 타고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Koh Tao(songserm, 250+100(자전거)=350B). 코타오는 '거북 섬'이라는 뜻이란다. 그만큼 거북이 많은 섬이었다는 건데... 지금Diving을 사랑하는, Diving을 배우려고 많은 사람들이 코타오를 찾는데, 바닷속에서 거북과 상어도 만날 수 있다 한다.

우리가 Koh Tao로 온 건, surat thani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그러니까 자전거를 조금이라도 덜 타고 싶어서 선택한 곳이다. surat thani-koh phangan-koh tao-chumporn으로 가게 될 경우, 200km는 패스할 수 있다. 그리고 chumporn에서 bangkok까지도 600km 이상이나 되어 나중을 생각해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외엔 별다른 기대 없이 도착한 Koh Tao. 오기 전엔 한 이틀 정도 머물다 가야지 생각했는데. songserm pier에 도착, 숙소를 찾기 위해 town으로 갔는데, 그 좁은 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니는 걸 보고 놀랐다. 잉, 이미 여기도 맛이 갔구나. 평균 숙소 값은 400~500B 정도. 운좋게 300B에 바다를 볼 수 있는 방갈로를 구했다. 밤마다 다정다감한 바퀴벌레 한 쌍을 잡느라, 모기장 안을 기어 들어오는 바퀴벌레에 새벽에 잠이 깨긴 하지만.

B.U.T.
Koh Tao의 바다는 그동안 우리가 여행하면서 본 어떤 바다보다 물도 깨끗하고, 모래도 곱고, 무엇보다 흥청망정대는 서양사람들이 적고, 조용하고 파도도 없어 수영하기 안성맞춤이다. 그동안 우리는 수영을 못해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아님 바닷가에 누워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자다 더우면 잠깐 바닷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정도가 다였는데, 코판강에서 수영을 마스터한 통은 이제 바다에 들어가 나오질 않는다. 나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어 이제 바다가 조금 재밌다는 느낌이 든다. 대략 하루에 4시간 정도는 바다에서 노는 것 같다. 고마운 코타오, 코판강.

코타오의 인상적인 점은 밤에 가끔 전기가 나간다는 사실. 예전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 그저 어부가 쉬어가는 섬이었고, 죄수들을 수용하는 섬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여행자들의 입에 오르면서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섬 둘레는 고작 21평방킬로미터. 아직도 도로는 섬의 일부에만 만들어져 있다. 생각보다 많은 레스토랑, 가게, 약국, 세븐일레븐이 들어서 있지만, 그래도 바다는 아직 깨끗하고 고요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가로등이 없어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다는 거. 깨끗하고 고요한 바다, 총총 빛나는 밤하늘 별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이 섬에 온 건 잘했다 싶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한 이틀 정도 있다가 가야지 했는데, 6일째 머물고 있다. 4일 정도 되었을 때 그래, 떠나야 해 생각은 들었지만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바다에서 노는 법을 알게 되었는데, 코타오 이후로는 바다가 없다 보니, 미적미적 거리다 내일 일요일 Koh Tao에서 Chumporn으로 배를 타고 나가 Chumporn에서 밤기차를 타고 Baongkok으로 가는 티켓 끊었다. 기차 보트 따로 표를 끊는 것보다 에이전시에서 파는 joint ticket을 끊는 게 더 싸다.

Koh Tao - Chumporn - Bangkok : boat-vip bus 600B, boat-train 800B

우리가 끊은 건 800B. VIP BUS를 이용하는 600B짜리를 끊고 싶었는데,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고 해서 800B 하는 기차를 끊었다. 보트(200B)와 기차(?)에 자전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Koh Tao는 마지막 섬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우린 방콕에 도착해 카오산에서 며칠 쉬면서 작년 1월에 만났던 짬롱도 만나고, 다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해 ayuthaya-sukhothai-chiang mai로 올라갈 생각이다.

댓글 2개:

  1. 여행을 하면서 항상 그런 2가지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흥청망청하는 외국인들과 자신의 문화를 완전 잃어버리고 있는 현지인들.. 뭔가 헤깔리는 듯한 혼돈에 빠지는 순간들.. 그들의 문화와 그들의 삶의 모습이 살아있는곳에 가고싶고, 그곳에서 조용히 살짝 들여다보고만 싶은데 그게 안될때가 많은것 같애. 여튼 동남아 여행하다보면 너무 서구적으로 혹은 자본주의적으로 변해버린 곳이 있음 너무 서글퍼지고 가슴이 아프더라구.. 정작 나자신도 그들의 파괴에 일조하고 있는건지도 모르면서..

    개인적으로 그대들이 라오스 여행을 하길 바라오. 이번에 우린 못갔는데 아쉽더라구.. 태국은 지나치게 서구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베트남은 지나치게 자본주의 개발 일변도로 가고 있는데 그에 비해 라오스는 자국의 문화와 삶의 모습을 지키며 그 모습 그대로를 여행자들에게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 여튼간에.. 지치지 말고 여행 즐겁게 하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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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래, 주제넘게 술을 마시면 오바해서 이런 태국이 불쌍하다, 양노무들 재수없다...하면서...막상 다음날이 되면 이리 기웃, 거리 기웃거리는 식이지.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는-자전거를 가진-라오스를 못 갈 거 같아. 그냥 맘 비우고 치앙마이까지 자전거로 올라가려고. 운이 좋으면, 시간이 되면 치앙마이에 자전거를 keep 해두고 치앙라이나 빠이나 주변을 좀더 돌아볼까 싶고...어제 방콕에 도착했는데, 1주일 있다가 3월 1일에 북쪽으로 올라갈 거거든. 그럼 아마 한달 걸리지 않을까..^^ 싶어서... 뭐...이번에 못가면 담에 배낭메고 가자 하고 있지...
    암튼 어린이도서관은 나도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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